식당에서 맺는 혈연, 단골에 숨겨진 컬쳐코드 ‘가족’

queue2

TV 맛집 프로그램에 항상 빠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단골’이다. 지긋이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께서 30년 단골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시면 옆에 앉은 청년도 질세라 아버지 때부터 즐겨 찾는 곳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요즘 백화점에서 VIP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면 이처럼 식당에 대한 충성심을 자랑하는 단골을 왕처럼 모셔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 보이는 단골의 행동은 다소 이상하다. 식당에 가서는 귀찮게 하기 싫다며 음료수를 꺼내 먹는가 하면 반찬도 직접 가져다 먹는다. 심지어 바쁠 때면 종업원처럼 음식을 나르기도 한다. 식당에 찾아오면서 주인 먹으라고 음식까지 싸오니 정말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VIP와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단골문화

단골은 으레 자신만의 식당을 소개하며 숨은 보석 마냥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 월급 받는 사람처럼 식당에 대한 좋은 점들을 열거하는 한편 자신이 주인과 아는 사이라며 뽐내기도 한다. 여기에 단골과 VIP 고객 서비스의 차이점이 있다.?

1. 수동적인 VIP, 능동적인 단골

loyalty

매우 중요한 사람이란 뜻의 VIP(Very Important Person)는 고객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한 비즈니스에 차별되는 이익을 가져다준 고객을 구분하는 범주의 하나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VIP 혜택은 고객이 비즈니스에 가져다준 이익에 대한 보상이다. 반면에 단골은 되기 위한 조건이 없으며 그에 따른 혜택이 정형화되어있지도 않다. VIP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당연시될지 몰라도 단골에게 주는 혜택은 특혜처럼 느껴진다. 다른 일반 고객과 차별화한다는 점에서 VIP와 단골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고객의 태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VIP는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가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단골은 자신의 단골식당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대해 말하고 다닌다. 누군가에게 받은 것도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단골이라는 타이틀에서 나오는 자발적인 충성심은 VIP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능동적인 단골문화를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단골 덕분에 얻는 이득은 엄청나다. 특히 단골에 관한 의무적인 책임 없이도 누릴 수 있는 자발적인 광고 효과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비즈니스 그 이상의 관계

ms

식당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것만큼 단골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도 없다. 단순히 음식을 즐기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고민까지도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이 그렇다. 이렇듯 단골은 자신을 비즈니스의 대상 아닌 그 이상의 존재로서 식당과 특별한 관계를 맺기 원한다. 즉 고객으로서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유대감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대우받기 원하다. 가끔 자신이 종업원인 마냥 식당일을 돕는 이들이 좋은 예이다. 주인과 얼마나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진정한 단골의 기준이 된 것 이다. 한국 특유의 ‘정’ 문화에 그 근간을 두고 있는 이 ‘관계’를 이해하면 단골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인 VIP 서비스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이 관계는 주인과 고객을 넘어 더 깊은 관계를 의미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당 단골에 숨겨진 컬쳐코드 “가족”

단골은 비즈니스적 이윤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친밀한 관계를 기초로 한다. 일거리를 도와주거나 홍보를 통하여 조건 없는 충성심을 보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들 속에 단골문화의 숨겨진 문화코드가 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단골은 ‘가족’이다”

단골은 가족이다. 조건없는 관계로 맺어진 가족이다. 실제로 식당 단골문화 속에 가족이란 문화적 요소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대부분 사람이 최고의 음식으로 손꼽는 것은 사실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아니다. 집에서 어머니 또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다. 가족을 위한 음식에 담긴 정성과 특유의 비법이 들어간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어머니의 손맛’, ‘할머니 뼈다귀 해장국’ 같이 ‘어머니’, ‘할머니’가 들어가는 문구가 흔한 이유도 가족을 위한 정성 어린 음식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데 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그 음식 맛이라며 아낌없이 칭찬하는 단골들을 보면 가족에 대한 코드를 볼 수 있다. 단골은 또 다른 가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단골이 찾는 식당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허름한 공간이 많은데 이 또한 가족 있는 집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도 식당 종업원을 지칭하는 ‘이모’, ‘엄마’도 가족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욕쟁이 할머니’ 열풍은 이 가족코드의 극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가족코드는 단골로 하여금 식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하고 높은 충성심으로 표출된다. 오래된 고객으로서 대우받기보다는 자신과 식당 간의 유대감을 과시하고 식당일을 자신의 가족 일처럼 돕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 코드 속에서 풀이될 수 있다.?

family

?

식당에서 맺는 혈연

앞에서 다루었듯이 단골의 애정과 충성심이 식당에 가져다주는 이득은 크다. 그렇다면 단골에 있는 가족코드를 적극 활용하여 마케팅으로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시적인 가족을 만들어 식당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홍대 ‘박군네 즉석 떡볶이’ 식당에서는 종업원을 부를 때 ‘박군아~’라고 부르지 않으면 응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컨셉을 응용하여 식당 직원들에게 가족의 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식당 주인은 어머니가 되고 직원 한명 한명에게 이모, 삼촌, 고모와 같은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더불어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도 마찬가지로 가족 명칭을 부여해 주고 일시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인위적이지만 쉽지 않은 손님과 주인 관계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되어주고 식당에 대한 색다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가족(?) 관계를 온라인 가계도를 만든다면 또 다른 홍보 효과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VIP와 비교하여 식당 단골의 존재는 매우 독특하다. 단골 식당을 향한 단골의 애정은 단순한 혜택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골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호칭, 공간 및 표현 등에 숨겨져 있는 가족코드를 이해하여야 한다. 단순히 VIP 카드를 만들고 각종 혜택과 쿠폰을 나누어주던 기존 고객서비스에서 탈피하여 가족코드를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골문화를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만의 색다른 마케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혈연, 지연, 학연에 이어 식연이 생길지도.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조승리

조승리

조승리(Seungri Cho) | Editor / 소수가 주목하고, 다수가 이끌리고 다시 소수가 선도하는 Circle / kathos27@trendinsight.biz | Facebook : fb.com/seungri.cho

  • 첫 타이틀과 마지막 문장이 오묘하게 닿아있네요
    우린 이미 가족.을 식구 食口 라고 하고 있으니까요.

    처음 직장생활하면서 배운게 고운정보다 무서운 미운정.과 밥정.이었고

    얼마전 직장의 신에서 고정도 과장이 미스김을 울린것도 “밥먹고가”라는 말이었고,
    꽤 오래전 노희경 작가에게 누군가 가장 애착이 가는 대사가 무어냐고 물으니 “밥은?”이라는 질문이었다고 한게 생각납니다.

    • 안녕하세요. 에디터 입니다.
      정말 밥과 관련된 말들은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밥’과 ‘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아티클이 발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듯합니다.
      http://trendinsight.biz/archives/53484+

      관심 있게 봐주시고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 마침 오늘 직장의 신. 에피소드 소재는 마침 도시락, 집밥, 엄마밥 등등이더군요.

        겸사 덧붙여,
        말씀하신 ‘밥과 관련된 말’에 좀 보태자면,

        앞서 달았던 댓글의 밥정.을 알려주신 그 선배님은 바로 ‘밥값’도 알려주셨드랬습니다. ㅎㅎ 그래서 요즘도 가끔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밥먹었니’라 질문하면 ‘오늘은 밥값을 안해서요’라고 농담얹어 진심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

        소셜다이닝은 나름 밥.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재미있게 본 컨셉입니다.

        요 아티클이 밥.을 소재에 레벨에서 좀더 주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관점이라고 느껴졌던것에 비해, 소셜 다이닝 컨셉(아티클이라기보단)에서 다이닝.은 소재.의 영역이라 생각되면서 다른 관점에서 좀 흥미로왔거든요.

        므튼 여러모로 밥.에 대해 뜻밖에 생각해봐보게되는 중인데 재미있습니다. 저도 고맙네요

Categories

About

트렌드인사이트는 마케팅 트렌드 미디어 그룹으로, 보다 세분화되는 미래 마켓에 대비해, 변화의 시발점인 마이크로트렌드의 징후들을 캐취하고 이를 타겟, 전략, 스타트업 기업이나 상품 사례 등을 통해 비지니스 관점으로 풀어내어 마이크로마켓 인사이트를 웹사이트,SNS,디지털매거진으로 제공합니다

Trend Insight :: 마이크로트렌드부터 얻는 마케팅, 비즈니스(사업) 아이디어 영감 © 2017 티아이미디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