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비즈니스적 발상

치매, 가족 관계의 단절

치매 환자는 가족과 주변 사람의 ‘일상적인 생활’을 불편하게 만든다. 병을 앓기 이전엔 사려 깊고 한없이 따뜻한 조언자, 상담자였던 그들은 이제 모든 기억과 판단 능력을 잃은 갓난아이가 되어 식구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자연히 가족 간 대화는 사라지고, 치매 환자는 혼자가 된다. 소외되는 것은 환자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의 부족으로, 치매 환자의 가족들은 무거운 스트레스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종종 치매 환자의 가족이 저지르는 자살이나 범죄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극적 장면들이다.

“2040년에는 100명 중 4명이 치매 환자 가능성”

WorlwideIncidence

치매를 숫자로 말하기 시작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확 와 닿는다. 국내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 환자이고, 2040년에는 전체 인구 중 4%가 치매 발병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에는 5가구당 한 가구가 치매 환자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 정도 되면 내 가족이 치매 환자가 되지 않는 것이 아주 큰 행운으로 느껴질 지경이다.?점차 늘어나고 있는 치매 환자의 수는, 우리 사회가 더이상 이들을 ‘타자’로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치가 예견해주는 비극 앞에서 그들을 긍정해야만 하는 이유는, 치매가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트렌드인사이트에서 다루어 보고자 하는 주제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돕는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치매’라는 병은 가족 관계의 단절과 가정의 해체를 암시해왔다. 따라서 치매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적, 인식적, 비즈니스적 노력은 이제 치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고려해야 하며, 실제로 그러한 움직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식의 변화 : 치매 가족, 이제는 밝게 이야기하자

Alzheimers-Show-2013-07

▲Alzheimer Show UK 2013

2013년 4월 19 – 20일.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 쇼’가 열렸다. 애완동물이나 웨딩 쇼가 아닌 ‘치매 쇼’가 열리다니, 놀라우면서 다소 거북스러운 면도 있다. 누가 주말에 웨딩페어도 아닌 ‘알츠하이머 쇼’를 참석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인식을 뒤집으며 전시회에는 이틀 동안 1,780명이 다녀갔고, 참석자 중 90%가 내년에도 재참석할 것임을 약속했다. 모인 사람 중 65%는 치매 환자 가족을 포함한 일반인이었고 35%는 치매 관련 비즈니스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였다고 한다.

전시회장에의 각 부스에서는 치매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이슈들을 토론하는 컨퍼런스와 치매 관련 서비스나 제품 소개가 이루어졌다. 고민을 속으로 숨긴 채 고민했던 환자의 가족들은 ‘알츠하이머 쇼’를 통해 공개적으로 환자를 부양하기 위한 최신의 서비스와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치매에 관한 전시회가 마치 ‘리빙페어’와 같이 밝고 활기차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 쇼’는 치매에 대한 고민이 이제는 특정 개인만의 몫이 아닌 사회적인 수준으로 확장되었음을 표현해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이틀간 서비스 홍보를 위해 부스에 참여 한 업체가 약 60여 개나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알츠하이머 쇼’와 같은 인식적 개선의 노력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 노력과 시도 또한 상당히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3년 오늘날, 전세계 치매 시장의 규모는 최소 5,000억 달러(한화 약 55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가족의 관계 회복과 일상을 돕는 비즈니스의 등장

이러한 치매 시장은 증가하는 치매 인구 수에 따라 계속커나갈 것이다. 해외에서는 트렌드 인사이트가 한 차례 <이제는 뇌 건강, Mental-Health 산업이 뜬다>라는 아티클에서 예견했던 것처럼, ‘뇌 트레이닝 열풍’이 불었다. 이에 따라 치매와 뇌 질환 예방을 위한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 약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치매 관련 비즈니스는 대부분 신약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실정이다. 그러나 ‘뇌 트레이닝’은 너무 가벼워 실질적으로 치매 환자들에게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고, 신약은 새로 개발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적 부담이 너무 크다.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 스타트업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적다. 따라서 최근에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그 중간적 단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관계 회복과 생활 개선을 돕는 일상적 서비스나 모델을 개발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 ?치매 환자와 향기로 대화하다, Givaudan Smell a Memory KIT

Smell-a-Memory-2

Smell-a-Memory-3

특정한 향기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강한 연결 고리가 된다. Givaudan Smell a Memory KIT는 향수 세트이다. 특별한 점은 치매 환자 개인의 연령대, 종교, 인종, 가족의 추억, 개인적 스토리에 맞추어 커스터마이징 된다는 점이다. 향수의 종류 역시 개인화된다. ‘엄마의 요리’, ‘푸른 잔디’, ‘학창시절’ 등 그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향으로 가득하다.

Smell a Memory KIT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서로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켜준다. 기존의 치매 관리 서비스들이 환자를 ‘치료’ 하고 ‘보호’하는 것에 집중했었다면, Smell a Memory KIT는 가족 간 정서 완화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 자연스러운 스킨쉽을 주는 치매 환자를 위한 인터랙티브 테이블?

테이블

ㅅ뮤ㅣㄷsdf

다음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테이블이다.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피부를 만지면 부위별, 포즈 별로 다른 소리가 난다. 주로 개구리, 시냇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많다. 환자와 가족들은 직접적인 스킨십을 통해 친근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이너인 Jack S.C. Chen 의 말에 따르면 이 테이블은 가족 간 아이스브레이커의 역할을 한다. 테이블을 통해 말이 잘 통하지 않은 환자와 가족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의사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족 사이의 물리적 접촉을 통해 치매 환자들에게도 보다 더 좋은 삶(well-being)을 누릴 수 있게 돕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이 테이블은 현재 크라우드 펀딩 중인 제품으로서 아직 시판되지는 않았다.

  • 치매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을 돕는 어플리케이션, Balance

ssss

Balance는 치매 환자의 가족들을 돕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앱을 통해 가족들은 환자의 약 먹을 시간을 알람으로 설정해 놓을 수도 있고, 다른 가족과 병원 스케줄 등을 공유해 간호를 분담할 수도 있다. 또 환자의 감정이나 행동에 변화가 생겼을 때 병원에 진료를 예약할 필요 없이 앱을 통해 바로 의사에게 변화를 보고할 수도 있다. RSS 피드를 통해 최신 치매 소식도 구독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 환자를 간호할 때의 기본 상식이나 팁도 얻을 수 있는 팔방미인 어플리케이션이다. 앱 내의 NAC STORE를 통해 환자 간호를 위한 서비스나 물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Balance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의사 또는 다른 가족과 환자의 상태나 스케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Balance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가 될 것이다.

 

치매 환자, 사회적 부활을 꿈꾸다

미셸 푸코는 저서 <광기의 역사>를 통해 17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세계에서 온,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손님’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갔었던 광인이, 합리주의가 대두된 17세기 이후부터 사회적 타자로 격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 정신 이상자 혹은 사회 부적응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쓸모없거나 혐오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이성과 질서’의 세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우리가 비정상적이라 ‘규정 지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성의 제국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희생 제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푸코의 관점은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도 사회적 주변부로 내몰린 ‘타자’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 ‘치매 환자’는 사실 우리와 충분히 뒤엉켜 지낼 수 있는, 단지 조금의 도움과 이해가 필요한 존재들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아무 권리도 없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감을 너무 쉽게 말살해버린 것은 아닐까. 그들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제 비즈니스는 다양한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통해 치매 환자와 그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힘쓰고 있다. 가족을 넘어선 그다음은 치매 환자의 사회적 복귀이다. 막연한 꿈일지는 모르겠으나, 2050년이 되면 세계 치매 인구가 3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제는 치매 환자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몫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외면해버리기엔 치매 인구는 수적으로 이미 너무나 많고, 그들이 사회에서 버림 받았을 때에 그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고스란히 가족 개개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치매 시장의 확장이 규모뿐 아니라 질적 성장으로도 이어져, 치매 환자와 사회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길 기대해본다.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정새롬

정새롬

정새롬(Sae Rom Jeong) Editor / 누가 읽든 쉽게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사소한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https://www.facebook.com/suburn127

  • 현이

    2040년까지 4%가 치매환자라는 통계 가 있는데….
    부재에는 2040년에는 10명 중 4명이 치매환자…
    통계가 틀려도 너무 틀린거 아닌가요..

    • 정새롬

      현이 독자님, 안녕하세요. 글을 쓴 에디터입니다. 먼저 글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하셨던 부분은 부재에서 100명 중 4명인 것을 주의 소홀로 인해 10명 중 4명으로 잘못 표기한 것이 맞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좋은 지적해주셔서, 다른 독자님들께 혼선이 없도록 바로 통계 수치를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 번쩍이는 영감 뿐 아니라, 더욱 신뢰를 갖고 티아이 글을 읽으실 수 있도록 많은 노력하는 에디터가 되겠습니다. 감사 드리고, 감기 조심하세요!

Categories

About

트렌드인사이트는 마케팅 트렌드 미디어 그룹으로, 보다 세분화되는 미래 마켓에 대비해, 변화의 시발점인 마이크로트렌드의 징후들을 캐취하고 이를 타겟, 전략, 스타트업 기업이나 상품 사례 등을 통해 비지니스 관점으로 풀어내어 마이크로마켓 인사이트를 웹사이트,SNS,디지털매거진으로 제공합니다

Trend Insight :: 마이크로트렌드부터 얻는 마케팅, 비즈니스(사업) 아이디어 영감 © 2017 티아이미디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