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다시 아날로그, 실용적 아날로거들의 이유 있는 회귀

지금까지 ‘아날로그’는 일종의 문화 코드,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의 한 조류로서 소비되어 왔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들은 아날로그라는 따뜻한 가운을 걸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감성이나 느낌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대체 불가능하며, 디지털보다 실용적이기 때문에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실용적 아날로거들의 이유 있는 회귀가 시작된 것이다.

아날로그로 거슬러 올라간 사람들


실용적 아날로거(Practical Analoger)란?
 : 아날로그를 감성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에서 선택하고 선호하는 사람들


실용적 아날로거들은 디지털은 안되고, 아날로그만 되는 월등한 그 무언가 때문에 아날로그를 선택한다. 실용적 아날로거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선, 그들이 선택하는 ‘아날로그’ 가 정확히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복잡한 사이이다. 불편함과 편리함, 투박한 것과 정제된 것, 사라진 것과 현존하는 것. 다양한 비례식이 성립된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관계는 첫번째로 수학과 문학이다. 디지털은 딱 떨어지는 수학 문제의 답이다. 일정한 공식 속에서 작동하며 정확하다. 반면 아날로그는 해석이 분분한 시어와도 같다. 무질서하고 모호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정제되지 않은 진짜가 있다. 두 번째로 아날로그는 오프라인이며 디지털은 온라인이다. 실용적 아날로거들은 바로 아날로그의 이 ‘본질성’과 ‘단절성’을 합리적인 이유에서 선택하고, 영리하게 이용하는 소비자들이다.

실용적 아날로거, 무엇을 원하는가

몇 가지 항목에서 디지털은 실용적 아날로거들에게 낙제점을 받았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매끈하게 조각되어 있는 디지털 세계에 싫증을 느낀 실용적 아날로거들이 아날로그를 선택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1. 오프라인 상태가 만들어내는 보안력

타자기

얼마 전 러시아 정부 기관에서는 구식 타자기 20대를 구매했다. 정부 비밀 문서의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함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커들을 피해 아예 웹과 연결이 단절된 아날로그 타자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현재 국방부 내의 긴급상황이나 특별 사안에 대한 문서들이 수동 타자기로 작성되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아날로그적 방식에 매료된 소비자층에 의해 구식 타자기에 대한 일정한 수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안’이라는 실제적 이유로 정부와 같은 공적 기관에서 아날로그 타자기가 부활했다는 것은 새롭다. 아날로그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는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한다 해도 어딘가에는 공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번에 간파될 수 있다. 반면 아날로그 자료들은 모으기도, 분석하기도 어렵다. 무질서하고 불규칙하다는 단점이 보안 측면에 있어서는 강점이 된 것이다. 웹으로부터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해킹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보안 분야에 있어서 아날로그는 오히려 진보된 방식으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2. 단절을 통해 확보되는 생산성 있는 시간

1_2_Copy(26)

삼성전자는 왜 2G폰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을까. 2G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날로그가 아니지만 스마트폰에 비하면 웹 오프라인 상태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아날로그적이다. 2G 폰을 다시 찍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의 2G 가입자는 아직도 400만명 정도나 되고,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2G폰을 찾고 있기에 삼성은 생산을 재개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유저들 가운데 상당수도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2G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작은 기계 안에 갇혀 거북목 질환에 시달리는 일상에 질려버린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공유되는 Always Connected 환경에서는 너무 많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단절’은 이제 아날로그만이 갖춘 미덕이 되어 실용적 아날로거들을 만족시키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단절은 비사회적 일탈이 아닌, 혼자만의 생산성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용할 양식이다.

3. 완벽함이 아닌 본질의 온전함

432733e3270ca10b1f987da969316930

지드래곤과 조용필이 LP 판을 찍어내고 있다.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기현상을 일으키면서 말이다. LP의 부활은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LP 460만장이 팔려나갔고 10년 내에 LP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따라 잡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LP를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하거나 디지털로 무형화 되버린 음악을 실물로 소유하고 싶은 소비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음악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소비자 역시 적지 않다. 그들은 단순한 추억 때문이 아니라 온전한 음악을 듣기 위해 LP를 산다. 음원의 일부가 깎여 나간 디지털 음원과 달리 LP는 있는 그대로의 진짜 음악을 담고 있다. 병풍을 치고 LP를 틀면 마치 실제 가수가 노래하는 것 같이 들린다는 것이 음악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들은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턴테이블을 구매하며, 음악의 실체와 본질에 최대한 가까이 닿고 싶어 한다.

이제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용적 아날로거들이 원하는 것은 디지털과 하이테크 기술 위에 얹어 놓은 아날로그 토핑이 아니다. 아날로그 만이 담아낼 수 있는 본질의 온전함을 이들은 원한다.

실용적 아날로거,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

오프라인이라서 불편할 줄만 알았더니 오히려 보안에 유리하고, 혼자만의 유용한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예쁘게 깎아 놓지 않아서 투박한 줄 알았는데, 오래보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게나 바뀌었고, 디지털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 아날로그로 돌아왔다. 아마도 보안 분야에서 아날로그는 또 하나의 솔루션이 될 것이고, 많은 예술가와 장인들은 온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라져가는 도구들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날로그가 가진 실용성의 일부일 뿐이다. 워크맨, 플로피 디스켓, 비디오 테이프가 어떤 이유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게 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단지 실용적 이유에서 아날로그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실용적 아날로거를 대하는 적절한 자세란 무엇일까.

1. 아날로그의 오프라인 상태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어필하라.

아날로그의 단절성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보안이 용이하다는 것과, 디지털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제공해준다는데에 있었다. 이 밖에도 오프라인 상태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이끌어내 실용적 아날로거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자료의 경우 일부만 손실되도 자료 전체가 날아갈 위험이 있지만 아날로그 자료의 경우 그렇지 않기에 보관, 보존에도 강점이 있다. 또한 작업 중 웹 접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더 집중력 있게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창작자들을 공략하라.

실제로 장인정신을 가진 창작자 중에서는 잠재적인 실용적 아날로거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모든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고서라도 온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아날로그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컴백한 윤도현 밴드 역시 아날로그 사운드를 제대로 담기위해 사라져가는 아날로그 릴 테입을 이용해 원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했다. ‘날 것의 소리’를 담겠다는 포부에서였다. 음악은 물론 문학, 공예, 영상 등 각 예술 분야에서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마켓이 만들어진다면 분명 수요가 뒤따를 것이다.

3. 넉넉하고 편리한 관리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라.

이들은 아날로그 방식과 감성을 선호하는 자들이 아니다. 아날로그의 능력을 믿고 선택한다. 따라서 아날로그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관리 도구가 생산이 중단되었다거나, 품질이 좋지 않다면 다시 합리적인 이유로 아날로그를 버리게 될 것이다. 아날로그 제품을 위한 특별한 관리 서비스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수요가 있을 것이다. 제품의 최상의 품질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만 돕는다면 말이다. 최첨단 기술의 관리 도구 역시 선호될 것이다. 이들은 아날로거들이지만, 관리에 있어서는 빠르고 편리하게 일을 마치고 싶어할테니 말이다. LP판을 자동으로 돌려가면서 깨끗하게 씻어주는 Spin Clean Record Washer가 사례로 적당하다.

spin-clean-side-view

4. 원하는 아날로그 제품의 재생산을 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라.

많은 아날로그 제품들이 사라졌다. 그나마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었던 아날로그 타자기 마저도 안에 넣을 리본의 생산이 점점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실용적 아날로거들이 직접 생산을 재개시킬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비용을 모을 커뮤니티의 형성이 필요하다. 그러면 열정적인 아날로거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재생산 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생산자 측에서도 수요가 대중적이지 않은 아날로그 제품을 생산할 때 물건을 남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제품의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변화의 흐름은 늘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어서 소비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늘 한편에는 아날로그의 멋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날로그의 유행은 절대 현대의 트렌드는 아니다. 하지만, 같은 아날로그라도 어떤 관점에서 재조명하는지에 따라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멋보다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오늘날의 아날로거들, 그들을 위한 새로운 마켓이 어떻게 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6 Comments

  • jaesang han
    8월 16, 2013 at 12:10 오후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 정새롬
      9월 4, 2013 at 3:10 오후

      글을 쓴 에디터입니다. 관심있게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D 앞으로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 우룽타
    8월 16, 2013 at 3:44 오후

    본문에 있는 2g폰 사진은 09년도에 나온 lg싸이언의 휘슬폰이네요. 삼성2g폰 출시라는 본문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사진 같습니다.

    • Jeyoun Lee
      8월 16, 2013 at 11:53 오후

      사진은 이번에 출시된 삼성 2G폰이 아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2G폰을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

  • Hanbin Seo
    8월 25, 2013 at 3:30 오후

    cd 플레이어하는 제품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팟이 한창 핫할때도 음악은 앨범째 소장하는거지 하고 진짜 많이 모아재꼈는데
    요즘 노트북엔 cd 넣을데도 없고 진짜 요물 됨 ㅜ.ㅜ

    • 정새롬
      9월 4, 2013 at 3:10 오후

      글을 쓴 에디터입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CD 플레이어 역시 실용적 의미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소비자들이 반드시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D 씨디 많이 모으셨다니 아쉽네요, 꼭 재생산 될 수 있기를 😀

답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