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Interview] Eone, 시계를 통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재해석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용어는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제품의 기본적인 수식어로 쓰이고 있다. 나이, 성별, 장애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직관적 사용이 가능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은 우리 곁에 있는 건물, 제품, 환경 등에서도 이미 알게 모르게 적용된 사례가 많다.

유럽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알려줬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이들은 장애인이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대다수 제품이 비장애인을 위주로 설계되다 보니 사회적 소수자들 특히 장애인을 위해서는 별도의 제품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 중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들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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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손목시계, The Bradely

모두를 위한 손목시계, The Bradely는 이러한 장벽을 허무는 또 하나의 디자인이다. 식상하게도(?) 오늘 어디선가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외치며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겠지만, 감히 The Bradely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이 특별한 시계에 담긴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이해가 그러하다.

Eone은 미국 워싱턴을 근거지로 하여 지난 8월에 마감된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목표금액의 무려 15배에 달하는 60만 달러 투자에 성공하여 큰 인기를 끈 손목시계, The Bradley를 제작한 스타트업이다. 시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the Bradley가 가지는 의미와 흥미로운 제작 과정에 대해 Eone 김형수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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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타트업?이원(Eone)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발음이 정확한가요? ‘이원’

네, 맞습니다. 이원. 에브리원(Everyone)이라는 뜻에서 만든 이름입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프로젝트 컨셉으로 잡으면서 브랜딩했어요. ‘에브리원’이란 뜻을 알기 전에는 발음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E’를 더 강조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진행 중입니다.?

2. 많은 아이템 중에 하필 시계를 제작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계에 관심을 두게 된 동기는 개인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 classmate가 시작 장애인이었는데 수업시간과 개별모임 중에 자꾸 저를 툭툭 치며 시간을 묻고는 했습니다. 한두 번은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다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왜 나한테 시간을 물어보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손목에 떡하니 시계를 차고 있었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계는 시각장애인용으로 제작된 ‘말하는 시계(talking watch)’였습니다. 말하는 시계는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에 수업 중이나 사람이 많은 모임장소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웠던 거죠. 저에게는 시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인지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 순간 가장 기본적인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시계를 만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3.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를 만들기 위한 제작과정은 어떠하였나요?

먼저 많은 분이 착각하시는 점이 기술이 발전되고 스마트화되면서 시각장애인의 생활이 더 편리해 졌다고 생각하신다는 거예요. 실상은 최근 생산된 많은 제품이 터치스크린을 장착하여 출시되면서 전화기를 비롯하여 전자레인지까지 사용하기가 오히려 더 불편해졌거든요. 터치스크린의 공습을 피해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된 제품을 찾는 것이 대안이 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입니다.

당시 시각장애인용 시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어요. 하나는 말하는 시계(talking watch)로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시계입니다. 문제는 이 시계를 사용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치 않게 알리게 된다는 점과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는 사용이 힘들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뚜껑을 열 수 있는 바늘 시계로 손으로 만져 쉽게 시간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시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는 문제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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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상한 것이 점자 시계였어요. 점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초기 회사 이름도 ‘Project Dots(점자)’였습니다.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 당당히 시각장애인 단체를 찾아갔는데 결과는 대실패였어요. 알고 보니 제품 평가를 받기 위해 그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하나같이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죠. 문제는 제품들을 시각 장애인을 위해 ‘시작장애인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시각장애인분들은 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제품이 싫었던 거죠. ‘나 시각장애인이다’고 말하는 시계가 아닌 누구나 차는 시계를 사용하길 원했던 거죠. 더군다나 이러한 시각장애인용 제품들은 일부 전문용품가게에서나 취급하였고 질이나 디자인도 수준이 낮았어요.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 또 다른 제약을 만드는 꼴이었죠. 덕분에 1시간 동안 저의 잘못에 대한 설교를 들어야 했죠

4.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시계가 아닌 모두를 위한 시계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각장애인분들을 만나면서부터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만을 위한 제품이 아닌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everyone),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품에 장애인용이라는 태그가 붙여지는 순간 그들의 마음을 닫게 하거든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를 만들어도 정작 이들이 외면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위한 시계를 디자인함으로써 시각장애인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생각하게 된 거죠. 저희 제품의 주요 고객은 시각장애인이지만 마케팅과 브랜딩 과정에서 이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하이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이힐이 단지 키가 작은 여성들을 위한 제품으로 인식되었다면 하이힐을 선뜻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않았을 겁니다. 아름다움을 위한 제품이란 공감된 이미지가 키 작은 여성도 쉽게 하이힐을 선입견 없이 신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시계가 디자인/패션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고 인지도가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도 선입견 없이 착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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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계 이름 ‘the Bradley’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The Bradley’라는 이름은 많은 미국인에게 영웅으로 추앙되는 ‘Brad Snider’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특별히 그의 삶과 신조를 통해 시각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미 해군 폭탄처리반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 중 시력을 잃은 Brad는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삶의 도전을 시작하였어요. 수영을 시작한 그가 작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하나를 획득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등 끝없는 도전으로 많은 미국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장애가 삶의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보여 주었죠.

모두의 삶에 영감을 주는 Brad의 이미지가 Eone이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Everyone)’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였어요. 장애의 유무를 떠나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그의 의지가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는 사실이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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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e Bradley’가 어떻게 모두에게 매력적인 시계가 될 수 있나요?

시각장애인용 시계 제작을 기획한 지 6~7개월이 된 시점에서 시각장애인분들의 조언이 사업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뚜껑을 열 수 있는 바늘 시계’를 직접 차고 다녔어요. 처음 목적은 불편함 속에서 시각장애인분들의 고충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뜻밖에 이 ‘터치 시계’가 다양한 곳에서 빛을 발했던 거죠. 수업시간, 인터뷰, 그리고 컴컴한 극장 등에서도 시계를 보지 않고 시간을 알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나중에는 일반 시계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할 정도로 말이죠.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시계를 디자인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 어필하였을때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7. 앞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문제는 무엇인가요?

일단 킥스타터(Kickstarter)의 성공으로 많은 사람이 디자인을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현재는 일반인들에게만 제품을 홍보하는 단계라 아직 시각장애인분들의 반응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사실 개발 초기 단계에 시각장애인분들에게 받은 피드백은 호불호가 갈렸어요. 대다수 테스터들이 기능과 디자인에 만족하였으나 일부 200달러 정도의 시계 가격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죠. 시각장애인용 제품들은 보통 정부의 보조로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다가 시각장애인분들의 실업률이 70%에 달하다 보니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손가락 감각을 이용해 시간을 읽다 보니 정확한 ‘분’ 단위의 시간을 알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구슬의 위치가 45분 또는 46분에 위치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더 많은 라인을 넣을까 고려도 해보았지만, 디자인에 너무 많은 영향을 주어 포기하였습니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시간을 보고 활용하는 데 있어 한 자리의 분 단위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혹여나 정확한 시간이 필요할 경우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8. 마지막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개인적인 시각에서 정의한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모두를 포함하지만,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분 단위를 알아야 하는 사람’ 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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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의 재해석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생산되는 대다수 제품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7대 원칙 중 하나인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제품을 사용하면서 모두가 동등한 접근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수를 위해 일방적으로 제작되던 제품을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 새로운 기능을 더하여 만든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그림 1). 즉, 유니버설 디자인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기존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주었지만 반대로 일반 사용자에게는 굳이 기존 제품을 버리고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고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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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점은 the Bradley의 제작과정에서 보았듯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하여도 사회적 소수자밖에 사용하지 않고 일반인들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유니버설 디자인이 또 다른 차별을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어 공평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하는 제품을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공평한 디자인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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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더 하려는 생각으로는 더 차별적인 디자인 밖에 나올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틀에 모든것을 담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차고 다녔을 때 시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이 가능했던 것처럼 다른 입장, 다른 시각에서 제품을 바라볼 때 기존 제품이 재해석된 진정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탄생한다(그림 2). 누군가를 위해서 제작된 제품이 아닌 누구나가 봐도 매력적인 디자인이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에 대한 바른 이해가 아닐까?

‘The Bradley’가 매력적인 이유는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섹시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고 모두가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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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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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Seungri Cho) | Editor / 소수가 주목하고, 다수가 이끌리고 다시 소수가 선도하는 Circle / kathos27@trendinsight.biz | Facebook : fb.com/seungr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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