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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색을 훔치다, 컬러 스틸링 (Color Stealing)

색깔을 훔치고 싶은 이들

가로수길에 친구를 만나러 온 직장인 A씨는 한 옷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레몬색 블라우스가 마음에 쏙 들었던 것. 마침 내일 저녁 데이트에 입고 갈 옷이 필요했던 A씨는 미리 장만해놓은 스커트와 잘 어울릴 상의를 찾던 참이었다. 하지만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막상 남색 스커트와 색상이 잘 어울릴 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찍힌 옷 색깔은 눈으로 볼 때와는 사뭇 달라 스마트폰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A는 생각한다. ‘내 손가락에 포토샵 컬러 픽커라도 달렸으면 좋겠어.’

대학생 B씨는 며칠 전 알콩달콩한 연애를 시작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여자친구의 환심을 사는 것. 홍대 거리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B는 문득 그녀가 지나가는 여자의 가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저거 완전 내가 좋아하는 색깔인데.” 얼핏 스쳐간 분홍 비스무리한 색상을 기억해내려 애쓰던 B, 한숨을 쉰다. ‘색깔만 골라서 훔치는 기술은 없나.’

색의 힘은 대단하다. 지나가는 차를 이야기할 때 우린 ‘저 빨간색 차’라고 표현하고 쇼핑할 때는 “저 옷 색깔 네 피부톤이랑 안 맞아.”라고 핀잔을 준다. 그 자체만으로 따뜻하고 차가운 정도를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물과 사람에 고유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도 있다. 물건을 만들던 예술 작품을 창조하던 ‘색’은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이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툴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바로 저 색깔’을 탐내고 훔치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색깔, 훔칠 수 없을까?

센서로 사물의 색을 스마트폰에 저장하다, ‘nix’

작년 미국의 소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한 순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이디어는 바로 닉스(nix)라는 센서로, 사물에서 바로 색깔을 스캔한 후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실제 이 아이디어는 현재 앱 개발을 위한 목표 펀딩 액수를 조기달성하며 상용화에 한 발 다가선 상태다. 방법은 매우 직관적이다. 센서로 사물을 스캔한다. 벽, 과일, 자동차 등 당신의 시선을 끄는 색을 띄고 있다면 그 어떤 물건도 상관없다. 그 후 추출된 색을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마음껏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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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x_07성격 급한 당신, 색깔을 콕 찝어 그 자리에서 사용하다, ‘Color Picker

혹시 좀 더 직관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Color Picker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칠 게 분명하다. 아직 기술적 개발이 보태지지 않은 컨셉 디자인의 단계이지만 실제 구현될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 제품이다. 마치 미술시간에 쓰던 팔레트에서 물감을 찍어 바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사용 방법도 유사하다. 그림에서 제시한 사과와 같이 색상의 추출을 원하는 사물을 Color Picker로 스캔한다. 방금 당신은 바로 그 사과의 선명하고 신선한 빨간색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컨셉 제품의 구조도는 좀 더 디테일한 제품의 기능을 설명한다. 스캔 버튼을 누르면 펜 끝에 달린 R, G, B 컬러 센서로 색상이 추출된다. 그 색상은 펜대 부분의 Color Display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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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색을 직관적으로 추출하여 On-Off를 넘나들며 활용하다

이처럼 점차 상용화의 수순을 밟고 있는 일명 컬러 스틸링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1. Natural (자연스러움)

카메라 필터를 거치지 않은 본연의 컬러 추출과 활용이 가능하다. 누구나 한 번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며 ‘아, 이 색은 아니었는데.’싶었던 경험이 있다. 아무리 우수한 렌즈라 하더라도 무수한 조명과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센서를 통해 거의 자연 상태에 가까운 컬러를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컬러 스틸링 서비스의 첫번째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2. Intuitive (직관적)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용 방법이 매우 직관적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스마트폰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활용 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모두가 색상에 대한 선호와 니즈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향후 그 높은 활용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3. On+Off (온라인+오프라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활용이 가능하다. 내 눈 앞에 있는 사물의 색을 도화지에 옮길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도 있다. 온/오프라인이 항상 혼재되어 있는 현대인의 삶에 적합한 특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직관적인 사용 방법과 함께 컬러 스틸링의 대중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컬러 스틸링과 각종 사업의 조우를 상상하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게 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의 영역은 우주만큼이나 광활하다. 색상은 사물과 생명체의 얼굴이다. 사물, 생명체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영역에서 그 쓰임새를 찾을 수 있는 이유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예술/디자인 영역. 색의 사용이 절대적인 영역인지라 첨단 IT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색’의 개념을 배우고 그 색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게 되는 영유아 교육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어떤 영역보다 소비자에게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이에 탄력받은 기술이 급속도로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되는 영역은 ‘패션/뷰티 산업’이다. 컬러 스틸링이 패션/뷰티 산업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펼쳐질까?

패션/뷰티 산업이 컬러 스틸링을 만난다면?

1. 퍼스널 컬러 매칭 DB 뷰티 서비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퍼스널 컬러를 가지고 있다.(*퍼스널 컬러: 머리카락, 피부, 눈동자 색깔에 따라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 이제까지는 색상이 있는 천을 몸 색깔과 일일이 대조하며 퍼스널 컬러를 찾곤 했다. 갖춰야 하는 도구도 많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였던 상황. 하지만 컬러 스틸링이 적용된다면 뷰티 산업에서 고객의 피부, 머리카락의 색상을 정확히 추출하여 이에 어울리는 제품/서비스를 추천하고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서로 잘 어우러지는 색상이 DB화되고 그 조화를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색이 있는 천과 전문가도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이 곳은 컬러 스틸링이 적극 활용되는 한 화장품 브랜드 매장. 20대 초반의 여성 C씨가 들어온다. 컬러 스틸링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폰으로 머리카락과 눈동자, 피부의 색이 입력되고 분석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1초. 직원의 스마트폰엔 C씨에게 어울리는 컬러와 이를 적용한 립, 아이, 스킨 메이크업 제품이 나열된다. 물론 해당 제품을 사용했을 경우의 얼굴 역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고객은 더 이상 제품들을 일일이 손등에 발라 색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판매율 상승뿐만 아니라 고객 1명을 상대하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출에 상당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2. 의수/의족 스킨 컬러 매칭

살결의 색상 표현이 상당히 중요한 영역 중 하나는 ‘의족/의수 산업’일 것이다. 아무리 자연스럽고 활용성이 우수하게 만들어져도 사용자의 스킨 컬러와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높은 만족감을 선사하기 어렵다. 해당 산업에 컬러 스틸링이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의수/의족 제작 시 간단한 스킨 컬러 추출 작업을 통해 정확한 색을 파악하고 이를 제작된 제품의 컬러링에 적용할 수 있다. 대다수의 의수/의족이 맞춤형 제작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높은 활용도를 예상해 볼 수 있다.

3. 소장 의류 컬러 스틸링 + 매칭 서비스

뷰티 산업에서 고려되어야 할 색상이 주로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라면 패션 산업에서는 ‘매칭하는 옷의 색깔’이 좀 더 강조된다. 이 역시 컬러 스틸링을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한 번 상상해보자. 이 곳은 의류 매장. 직원이 고객 동의 하에 전신을 촬영하여 색상을 추출/분석한다. 물론 스마트폰 센서 촬영이라는 간단한 프로세스이므로 걸리는 시간은 3초를 넘기지 않는다. 다음 스텝은 고객이 착용하고 있는 의류/아이템의 컬러에 매칭되는 매장 내 제품으로 안내하는 것. 혹시 고객이 본인의 컬러 스틸링 애플리케이션에 담아온 옷장 속 옷에 따라 아이템을 추천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활용이다.

색=모두의 얼굴, 컬러 스틸링=모두의 욕구

거듭 말하건대 색은 힘이 아주 파워풀하다.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나의 색을 찾고 표현하며 세상과 어우러지기 위해 우리는 내 눈에 들어온 사물의 색에 눈길이 가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인간이다.

컬러 스틸링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Comments

  • 한 성국
    January 17, 2014 at 3:15 pm

    상상하던 제품이 현실로 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합니다. 3D 프린터도 곧 사용화 되고 컬러 스틸링 역시 일반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날이 온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혁명이 시작 될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이 로미
      January 18, 2014 at 10:11 am

      전대일로 뵜던 오빠를 트렌드 사이트에서 만나뵙게 되다니요 kiki
      세상 참 좁은 것 같아요 – 이리저리 댓글들이 보이니 반가움에 답글 남겨요 🙂

    • 한 성국
      January 19, 2014 at 11:35 pm

      어디서 많이 이름을 봤다 했는데 ㅎㅎ
      트렌드 인싸이트 자주 보나보네 나도 반가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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