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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기업들의 마케팅으로 말랑말랑해지다

12월 19일, 당신은 준비되셨습니까?

3월 4일, 5월 6일, 11월 6일.

위 날짜들은 올해 있었던 프랑스, 러시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일자이다. 그리고 앞으로 약 한 달 뒤인 12월 19일에는 우리 나라 대통령 선거가 치루어진다. 지금도 대선 후보들은 선거 유세에 한창이며 판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중이다.

사전에 따르면 선거는 하나의 집단 또는 단체의 대표자나 임원을 그 구성원 중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정해진 방법에 따라 자유의사로 선출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좁은 의미의 ‘정치’ 행위의 기초이면서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선 관련 뉴스는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1년 여 동안 전 사회의 첫 번째 화두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관련 소식들을 파생해낸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체험하고 있듯이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환경의 발전은 정치행위의 파급력을 일상 전반으로 더욱 밀접하게 끌어들였다. 때문에 수많은 미국 기업들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캠페인, 마케팅 활동들을 매우 활발하게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에 비해 국내 대선에는 정치인들의 선거 유세활동만 관련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으며, 그 마케팅적 가치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활동은 전무한 수준이다.

이에 이번 아티클에서는 ‘정치인’ 이 아니라 ‘기업’ 에 포커스를 맞춰 선거라는 키워드를 바라볼 예정이다. 먼저 최근 미국 대선을 통해 진행된 마케팅들을 유형별로 분류해보고, 국내에서 선거 관련 마케팅들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들에 대해서 고민해보려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 본 선거 마케팅

유형1. 투표 결과에 따라 상품을 드립니다. JetBlue

첫 번째 유형은 선거 결과에 따라 소비자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다. 이는 경기 결과를 맞춘 소비자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스포츠 복권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의 경우 스포츠 복권처럼 경우의 수가 많지 않아 예측 과정이 주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많은 참여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경우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답을 맞춘 이들도 많을 수 밖에 없기에, 이들에게 주어질 어드밴티지 역시 크게 설정하기 힘들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

미주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저가 항공사 JetBlue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 유형의 약점을 극복했다. 바로 선거에서 승리한 유권자들에게 상품을 증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결과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나라를 떠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상품은 Bahamas, Mexico 등 미국 주변 13개 지역으로 떠나는 JetBlue의 왕복 항공권 1매. 선거 결과에 따라 미트 롬니 주지사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 선택한 유권자 중 1006명은 도시로 향하는 왕복 항공권을 증정 받았다. 말 그대로 선거결과에 따른 실망을 ‘나라를 떠날 기회’ 로 위로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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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2. 투표 미리 해보세요. 결과도 분석해드립니다.7-Eleven

두 번째 유형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 구매를 통해 사전 투표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기업은 이 구매 패턴을 통해 추춣된 데이터를 가공해, 추가적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편의점 7-Eleven의 캠페인 “7-ELECTION2012″가 이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 이벤트 기간 동안 7-Eleven은 일회용 커피 컵으로 파란색의 ‘오바마’ 컵과 붉은 색의 ‘롬니’ 컵을 준비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려는 소비자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후보자가 그려진 컵으로 커피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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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Eleven 홈페이지에서는 주 별, 그리고 전체 판매량을 공개했으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함으로써 (정교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여론 조사 데이터를 제공했다. 과연 최종 결과는 어땠을까? 7-Eleven 투표에서는 오바마 현 대통령이 59%의 지지를 얻어 41%에 그친 롬니 주지사를 제쳤으며, 이벤트가 실시된 37개의 주 중 2개 주를 제외한 35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실제 투표에서는 오바마 현 대통령이 선거인단 기준 126명, 투표율 기준 2%를 앞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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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3. 기발한 상품으로 화제거리가 되어라! 피자헛

앞에서 제시한 두 가지 사례는 미국 대선의 특징을 적절하게 반영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방법들이다. 그러나 사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시도하기 쉬운 유형은 각 후보자의 특징과 관련한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선거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화제거리가 되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도 가족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Family circle가 후보 부인들의 쿠키 레시피를 공개, 소비자들의 투표를 받는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Bliss 라는 위생용품 제조업체는 50 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O’bama Orange lotion과 ‘Mint’ Romney Minty lotion 중 1개를 선택하게 하고, 제품과 함께 보내주기도 했다.

이러한 유형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례는 바로 피자헛의 “Pizza Party” 캠페인이었다. 캠페인 메뉴 중에는 “The pepperoni-or-sausage stunt” 가 있었는데, 이는 투표결과만큼이나 중요한 뉴스거리가 되는 TV 토론을 겨냥한 캠페인이었다. 바로 TV토론에서 후보자들에게 ‘페퍼로니 피자와 소시지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합니까” 라는 질문을 한 청중에게 30년 간 매년 520 달러 상당의 마일리지 카드 혹은 현금 15,600 달러를 제공하기로 한 것.

pizza-hut-pizza-party

과연 ‘화젯거리’가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자헛의 마케팅은 화젯거리가 되긴 했다. 문제는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공개 직후에 중요한 정치적 의제가 논의돼야 하는 TV 토론을 일개 기업의 홍보를 위한 장소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던 것. 때문에 피자헛은 해당 이벤트를 전면 취소하고, 관련 페이지 역시 즉각적으로 폐쇄했다.

기업 대선 마케팅의 긍정적 가능성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마케팅 경연장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후보자들과 관련한 정치 섹션에만 대선 관련 뉴스가 한정돼 있으며, 기업들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아왔다.

물론 여기에는 분명한 현실적 차이가 있다. 미국 대선의 경우 대통령 후보가 양 당에서 나오는 단 2명이기에 확실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비해 우리 나라는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어,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기 힘들다. 이에 더해 후보자가 확정되는 전당대회 이후 2개월이 넘는 시간이 확보되는 미 대선에 비해 우리 나라의 대선은 투표 직전까지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떄문에,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펼치기 어렵게 하는 시간적 한계도 갖고 있다.

또한 ‘정치’ 라는 개념에 대한 양 사회 및 국민들의 상이한 인식도 원인 중 하나다. 기업에 대한 보복성 수사 등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와 경제가 철저히 분리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정치행위가 더욱 강력한 표면적 신성성을 지녀왔던 것이 사실. 때문에 접적 정치주체가 아닌 다른 사회주체들의 정치 행위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부여돼왔던 것이다.

그러나 하물며 날짜와 관련한 숫자 배열로도 수많은 이벤트들이 발생하는 현재의 마케팅 시장에서 대선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뉴스는 기업 입장에서 놓치기 아쉬운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대선이 기업들의 마케팅 소재로 보다 유연하게 이용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중립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중립성은 두 가지 단계에서의 중립성을 의미한다. 첫 번째는 후보자들 간의 균형과 관계된 미시적 차원의 중립성이다. 더구나 수적으로 더 많은 후보자들이 출마하는 국내 대선에서는 중립성의 확보와 관련한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 즉, 2명의 후보자가 대립구도를 펼치는 미 대선과는 차별화 된 새로운 프레임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중립성은 실제 선거와 선거 마케팅 간의 분리를 의미하는 거시적 차원의 중립성이다. 마케팅은 선거의 정치기능을 훼손해선 안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되는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어야 한다. 실례로 앞서 제시한 피자헛의 실패 사례는 거시적 차원의 중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TV 토론이라는 선거 절차는 특정한 이슈에 대한 후보자들의 견해를 점검한다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피자헛의 마케팅이 큰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둘째, 결과가 제시돼야 한다.

유세-투표-집계-결과로 이어지는 선거의 매커니즘은 ‘결과’의 공개라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일종의 달리기와도 같다.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에서 승자와 패자 간의 극명한 차이는 선거라는 이벤트가 가지는 가장 큰 흥행요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업들의 마케팅 또한 참여자들에게 분명한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이 흥행요소를 차용해야 한다. 단순히 참여만 유도하는 방식의 이벤트는 선거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죽은 마케팅’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 본 7-ELECTION2012의 경우에도 실시간 집계와 노출을 통해 소비자들 각각의 구매가 유의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강조했으며, 실제 미국 대선처럼 주별로 승자를 가려냄으로써 그 결과 공개만으로도 소비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명료함은 대선 마케팅을 시도하는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셋째, 특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라.

피자헛의 실패와 JET BLUE의 성공 사이에 자리한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참여자들에게 제시된 인센티브였다. 피자헛의 상품은 현금 혹은 피자 교환권, JetBlue의 상품은 항공권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단순한 항공권이 아닌 ‘나라를 떠날 수 있게 한다’는 슬로건이 붙은 항공권이기에 대선이라는 상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재밌는 마케티’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피자헛의 인센티브는 비단 대선이 아닌 다른 프로모션에서도 제시될 수 있는 성격의 상품이었다. ‘홍보’라는 목적을 가진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이 ‘선거’와 맞물려 인식되기 위해서는 선거가 가진 기본적인 ‘정치’ 키워드가 반영된 인센티브가 동반돼야 하는 것이다.

선거는 정치다, 그러나 선거마케팅은 정치가 아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미 대선을 통해 바라본 기업들의 대선 비즈니스 마케팅의 사례와 함께, 국내의 특성을 반영한 조건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번 대선에서 역시 정치적 의제 외에 아무것도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수 개월간 이어지는 정치적 논쟁들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우리의 선거 과정에 기업들의 기발한 이벤트들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다양한 관점에서 선거를 바라보고, 비틀어봄으로써, 무겁게만 느껴지던 정치를 보다 일상적인 행위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분명 정치적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1인 1표의 직접선거제도를 채택한 우리 나라의 경우 투표율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대표성이 지지율과 투표율로 확보된다면, 결국 높은 투표율은 (누가 선출되느냐에 상관없이) 해당 선거의 성패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도 지지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각 캠프에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에는 내재적으로 ‘정치적’ 관점이 읽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미 만연해진 정치적 무관심을 풀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이에 비해 정치적 관점을 배제한 기업들의 다양한 선거 마케팅은 선거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이슈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순수하게’ 투표에 대한 관심도 제고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 를 ‘정치’로만 바라보기에 풀리지 않는 논쟁들, 해결책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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