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동네 서점 부활의 열쇠, 컨셉의 차별화

프랑스에 있다보면 유독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퇴근길 지하철은 물론이고 카페나 심지어는 걸어다니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IFOP(프랑스 여론 연구소)가 18세 이상의 표준인구 95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프랑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을 보면 프랑스인들은 정말로 책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책 시장 전반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영세 동네 서점이 위기를 맞고 있음은 사실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프랑스인들이 작고 영세한 동네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시내에 있는 큰 서점을 이용하는 대신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서점을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한 장소가 아닌 문화의 구심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에 비해 한국은 점점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각 지방의 문화와 지역민들의 추억이 어려있는 향토서점들마저 잇따라 폐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서점을 찾기란 이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그마저 있는 곳이라도 파리 날리기 일쑤인 데다 참고서만 겹겹이 쌓여 있어 서점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곳들도 여러다.

이러한 침체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다. 영국 서점 판매협회 집계를 보면 작년 한해만 총 102개의 소형 서점이 문을 닫았다. 영국 가디언 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중소형 서점의 수는 27%나 감소했다.

이렇듯 지금 동네 서점은 전세계적으로 위기라는 불운한 트렌드를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지금은 미미하나 새로운 트렌드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지금의 위기가 어떠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였는 지 살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

[동네 서점의 위기]

동네 서점이 비극의 기로에 서 있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외적요인과 내적요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외적 요인에는 기업화된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을 들 수 있다.

〈2010년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9년 말 국내 서점 수는 2,846개로 2007년 3,247개 보다 401개가 줄었다. 그런데 문제는규모별 서점 변화를 보면 50평 미만 소형 서점은 2,242개로 2007년 2,651개 보다 409개가 줄어든 반면 100평 이상의 대형서점들은 오히려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빅4(영풍문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리브로)로 일컬어지는 대형 서점들이 지방으로까지 세력을 넓혀감에 따라 영세 소규모 서점들은 계속해서 고객을 뺏기고 있다. 이러한 대형 서점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넓고 편리한 시설과 다양한 도서를 보유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또 yes24와 같은 인터넷 서점은 이제 도서업계 전반을 뒤흔들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특히 가격할인과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거기다 배송까지해주는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렇듯 대형 체인서점과 온라인 서점은 빠르게 도서 시장을 장악해나감으로써 동네 서점의 위기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더욱 위험한 점은 동네 서점 자체가 초래하고 있는 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대다수의 동네 서점은 참고서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물론 앞서 말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피치못하게 발생한 결과라 할 지라도 다양한 종류의 책이 구비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판매율이 높은 참고서만을 계속해서 주판매하게 되면 ‘동네 서점에는 책이 없다‘ 라는 선입견만 강화시킬 뿐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동네서점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또 설사 다양한 책을 구비해 놓는다 할지라도 단순히 서점이 지금과 같이 책을 사고파는 장소에만 그친다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지금의 동네 서점은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 사실상 단순히 상품의 거래 장소로만 생각한다면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으로 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합리적 경제 사고를 마음 한켠으로 미뤄버릴 특별함이 동네서점에 있다면 기꺼이 소비자들은 동네서점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특별한 경험을 하길 원한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가 주는 기능 이외에 그것이 주는 가치와 문화,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동네 서점은 간다해도 어떠한 특별한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주지 못한다. 어느 곳과 다를 것 없는, 천편일률적인 심심한 곳일 뿐인 것이다.

 

앞서 설명한 두가지 요인들 중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동네 서점이 가진 내적 요인을 극복하는 것이다. 동네 서점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전략을 갖추고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메리트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즉면하고 있는 동네 서점의 위기와 부정적 트렌드는 몇년 전 커피 프렌차이즈가 몰고왔던 개인 커피숍의 위기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물론 동네 서점의 경우가 더 복잡한 여러 요인들이 얽혀 있긴 하지만 거대한 경쟁사에 의한 위기라는 측면에서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몇 해전 개인 커피숍들은 대형 프렌차이즈들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비웃듯 지금 전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개인 커피숍들이 즐비하다. 최근들어서는 그 인기가 프렌차이즈와 대등하게 보여질 정도다.

 

따라서 우리는 동네 서점의 생존 키워드를 Concept 에서 찾고자 한다.

개인 커피숍이 거대한 커피 프렌차이즈점들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이 가진 특별한 Concept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개성있는 자신들만의 Concept을 분명히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였다. 인테리어 에서부터 시작해 상품, 서비스도 컨셉에 맞춰 개성을 살리고 그 안에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별한 가치, 경험을 가져갈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때 앞서 지적했던 동네 서점이 가진 내적 요인을 극복하고 새로운 생존 전략을 구축하는 데 CONCEPT이 열쇠가 될 수 있다.

런던 노팅힐에 위치한 서점 북스 포 쿡스(Books for Cooks) 는 요리책 전문 서점이다. 그들은 요리라는 그들만의 분명한 Concept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먼저 그들은 요리책 전문 서점으로서 요리와 관련한 책만을 취급한다. 다양한 요리관련 서적을 구비해놓고 요리에 관심이 많은 일종의 매니아층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관광객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요리 전문 서점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는 책들까지 모두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요리에 관심이 있고 공부하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들르는 필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들은 요리라는 그들만의 컨셉을 전문서점으로서 분명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이벤트와 행사 등을 주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게 어필하고 있다.


서점 2층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일명 “Test Kitchen” 은 카페로 맛있는 음식을 판매할 뿐 아니라 실제로 요리책들의 각종 레시피들을 ‘실험’ 해보는 주방이기도 하다. 또 요리책의 저자들이 자신의 요리책을 소개하면서 쿠킹클래스를 연다. 또 서점 자체적으로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음식들을 따로 골라내 선택된 레시피를 모아서 책을 내기도 한다.

벤쿠버의 서점 WANDERLUST 는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곳으로 여행전문서점이다. Wanderlust는 여행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Lonely Planet, Moon, Rough Guides 등 내노라 하는 유명 여행 출판사의 가이드 책들이 나라별로 빼곡하게 서가에 꽂혀 있으며 아시아, 미대륙, 유럽 등 5대양 6대주별로 카테고리를 나눠 관련 도서를 전시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또 매장 한켠에 여행관련 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요리, 여행을 컨셉으로 각 서점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 가치를 제공하는 위의 서점들은 단순히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책을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오기보단 서점에서 관련 정보를 얻고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즐기기 위해 온다. 그들은 전문서점으로서의 전문 분야를 확고히 잡고 다른 서점과는 다른 차별성을 내세우며 그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경험을 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서점들에는 한마디로 재미가 있으며 다른 서점과는 구별되는 차별화된 요소가 있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분명하게 인식된다. 똑같은 요리, 여행 책을 사려할지라도 일반 서점에 가기보다는 이런 컨셉을 갖춘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며 그 속에서 재미와 전문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또 분명한 컨셉을 가지고 이것이 소비자에게 알려지게 되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진행할 때에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며 더욱 높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문서점의 경우 특히 컨셉을 잡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꼭 전문서점에 따른 컨셉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컨셉을 시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런던에 위치한 Macs Backs Paperbacks 서점은 그 지역의 문화 아이콘으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취급한다. 자체적으로 그 지역의 유명한, 가능성 있는 작가의 작품을 출판, 판매한다. 또 지역 작가들과의 문화 행사를 기획해 지역 주민들과 작가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들은 지역 작가들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이며 주민들이 같은 지역 작가들을 만나고 응원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인 것이다.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외국 서점들은 자신들만의 분명한 Concept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실상 동네 서점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대항해 똑같이 가격 경쟁을 실시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그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이상,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동네 서점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만남’ 을 컨셉으로 사회적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서점을 들 수 있다.서점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모이는 다양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면 공통된 관심사나 요소를 공유하기 마련이다. 특히 앞서말한 전문서점의 경우 같은 관심분야를 가지기 때문에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대화의 기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점이 이런 이들을 위한 모임 공간으로, 소통의 공간으로 장소를 제공하고 관련 서비스까지 겻들인다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독립된 유일의 특별한 서점으로 인식될수 있다.

이외에도 100% 독립서점으로서 자체 출판 서적만을 취급하는 서점, 다양한 주제의 전문서점, 게임을 컨셉으로 친구들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서점, 지역 후원 서점 등 방향과 가능성은 무한하다.

도서 정가제, 정부와 지자체 도움과 같은 외부적 지원은 지금 동네 서점이 처한 현실과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 시장 탓, 남의 탓에서 벗어나 동네 서점 스스로가 자신들이 가지는 한계와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한다면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 소규모 커피숍들처럼 위기를 곧 기회로 바꾸는 부활의 기점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Reference

답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