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트렌드 웨이브 – MBC 컬처리포트


컨텐츠 생산자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선 기획으로 승부해야 한다. 때문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방송이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업이 사람들의 소비행태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방송국에서는 방송의 소비자인 5천만 인구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것에 관심을 갖게 될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MBC는 이를 자각하고 지난 2007년부터 트렌드 연구를 해왔다. ‘MBC 컬처 리포트 – 2010 트렌드 웨이브’는 콘텐츠 기획자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첫 번째 트렌드 서적이자, 2010년 대중문화 흐름을 짚어줄 예상 답안지가 되어줄 것이다.

 


트렌드라는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완성된 모습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2010년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안코드’를 담은 현상들이었다. 2009년에는 유독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경제불황, 유명인의 자살, 끔찍한 성범죄, 그리고 신종플루의 공포까지, 갖가지 사건이 팝업창처럼 튀어 올라 사람들을 위협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불안요소를 잠재워줄 만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요 경제 연구소들은 내년도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고, 신종플루 환자발생도 고점을 지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한 해 동안 갖가지 충격파로 인해 한껏 높아진 심리적 경계의 벽은 2010년에도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서적으로는 퇴행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2010년에는 더욱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IT전문가들은 2010년 그동안 축적됐던 기술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화려한 꽃을 피울 ‘테크놀로지 빅뱅’의 원년이 될 것이다고 입을 모은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이 컴퓨터 역할을 대신하게 되고, 3D와 증강현실 기술은 우리에게 좀 더 리얼한 세상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전에 없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며 한국의 트렌드 지도를 앞장서서 그려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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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서적 허기

현대인들의 정서적 허기는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저마다 하나씩 달고 있는 유령 위장을 달래보려는 노력은 이미 우리 모두가 시작했다. 자발적 외톨이로 ‘신코쿤족’을 소개하며, 동시 접속한 익명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연결하는 ‘랜덤채팅’을 그 사례로 든다. 자기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애완동물에게 큰 투자를 하기도 한다.


2.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네이티브는 분명 한껏 커져버린 능력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었다. 하지만 0과 1로 조합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결국 정반합의 변증법을 거쳐갈 것이다. 천재 혹은 괴물로 불리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지금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블로그 등을 통해 돈을 버는 온라인 자급자족이 생겨났으며, 인터넷을 통해 언어를 교환해 가며 여러나라의 사람들을 친구로 사귈 수 있다.


3. 뷰티풀 루저

요즘 시대가 말하는 루저는 단어의 뜻 그대로 패배자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 즉 백수이거나 혹은 하는 일이 있어도 거기에서 큰 만족이나 의미를 느끼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나도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일종의 공감 코드인 것이다.


4. 콘셉트 워킹

빨리 더 빨리, 높이 더 높이를 외치던 사람들은 이제 느리게 살기와 천천히 걷기에 새로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에 여행이라 하면 가능한 빨리, 많은 곳에 도착해 자신이 그곳에 다녀왔음을 증명하는 ‘인증샷’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마치 여행도 일처럼 성과가 중요했던 양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여행은 다르다. 사람들은 이제 천천히 걸으며 길에서 바라보는 풍광을 즐기고 정서적 충족감을 만끽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최종 목적지보다 그 과정 자체를 중시하게 된 것이다.


5. 일상적 안심

올해 전세계적인 최대 이슈는 신종플루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남의 나라 일처럼 시작되더니 이제는 한국의 인기스타도 걸리고, 사망자도 연이어 발생하는 ‘최악의 공포’가 되어버렸다 이렇듯 가만히 둘러보면 우리 주변은 온통 위험한 것, 피해야 할 덧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과거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법한 것도 이제는 의심을 품고 불안을 느낀다. 그만큼 사람들은 안전에 대해 민감해졌고, 보호받고 싶은 욕구는 더 커졌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작은 안심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한 서비스들은 2010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다.


6. 집단지성

공공의 두뇌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높디높은 마천루가 아니라, 열린 광장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의 인터넷은 세계시민들이 모이는 광장이 되어주고 있다. 오픈소스 지지자들은 이 광장에서 자신의 비밀을 기꺼이 꺼내놓는다. 그러고는 지구인 중 누군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함께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식을 나누면,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맺을지도 모르겠다.


7. 아트 넥스트 도어

골목길이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고 있고, 콘서트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열린다. 심지어는 집에서도 말이다. 복합문화 공간을 통해서 도시는 계속 아름다워 지고 있다. ‘예술’이라는 단어는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우리는 일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예술이 영역을 점점 더 넓히며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을 요구하는 해가 될 것이다.


8. 착한 저항

무역의 악순환을 극복하고자, 선진국에서는 ‘현지인에게 제값을 주고 상품을 사자’라는 각성이 일어났다. 1950년대 당시 영국에서 시작한 ‘공정무역’은 세계 속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며, 지금 500여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지역 농산물을 고집하는 로컬 푸드 운동도 일어나고 있으며, 나이와 성별, 국적, 언어 등과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9. 신 남녀 공학

한국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권한과 즐거움을 나눠가지며 각자의 행복을 찾아 떠나고 있다. 기존의 잣대로는 판단이 불가능한 새로운 캐릭터의 남성과 여성,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는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변화하고 있는 서로를 좀더 이해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활발해 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 남녀공학’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연애심리학과 남녀탐구생활이 개발되는 이유일 것이다.


10. 세컨드 라이프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부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높은 구매력을 지닌 시니어 세대가 국내에서도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들을 타킷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LG 전자의 와인폰과 삼성전자의 VVIP폰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복잡한 기능을 줄이는 대신, 일반 휴대폰의 2배가량 큰 키패드와 돋보기 기능 등으로 문자 압력의 편리성을 강화해 중장년층 사용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11. 체감형 시대

우리는 체감형 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눈앞에서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몸의 감각은 인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리얼이다’라고 착각하며 반응할 정도다. 요새는 가만히 앉아서 조이스틱이나 키보드로 조종하는 게임보다 자신의 몸을 직접 이용해 컨트롤 하는 게임이 더 큰 인기를 얻는다. 제스처 인식 기술 덕분에 리모컨 등의 기기 없이도 손짓만으로 텔레비전을 켤 수 있고 채널을 선택할 수도 있다.


12. 코드그린

환경운동은 어느새 개인의 양심에만 기대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순진한 시도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법과 돈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책은 단순하지만 강력해졌다. 이제 국가 간에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엄격히 정해놓고,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업이 살고 싶으면 탄소를 줄이라는 전지구적인 압박을 보내고 있다.


13. 쌩얼의 시대

여자 아이돌이 허름한 하숙집 같은 숙소에 지낸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고,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붙이고는 오히려 응원을 보내는 시대다. 반면에 얄팍한 속임수로 진실을 숨기려 한 스타에 대한 반감은 늘어났다. 음주운전 후 뺑소니를 치거나. 폭력사건에 연루된 뒤 거짓말을 하는 아이돌은 연예계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졌다. 네트워크의 발달은 사회를 쌩얼로 만들었고, 우리는 서로의 패를 환히 들여다보는 처지가 됐다. 당신의 패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제는 ‘툭 까놓고’이야기 해야만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14. 한식 한류

불고기와 함께 상추를 먹는 방식이나, 다양한 채소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역시 서양인들에게 웰빙음식으로 비치고 있다. 게다가 발효식품이 많은 것도 강점. 실제로 세계보건기구는 한식을 영양적으로 균형 갖춘 모범식으로 선정하고, 미국 ‘헬스’지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15. 손바닥 IT

이제 IT 기기들은 와신상담, 새로운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무선랜과 결합한 소형 단말기들은 그 파워가 강력해졌다. 이 요물스런 기계들은 과거와 같이, 작은 화면 속에다 PC 전체를 그대로 집어넣으려는 부담스런 시도를 계속하지 않는다. 모바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필요한 기능만을 해체해 담는 영민함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모바일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은 무엇인지 찾아내고 있다.


16. 게릴라 크리에이티브

잠재적인 소비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에 마치 게릴라가 적을 기습공격하듯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을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기도 하다. 게릴라 아이디어는 매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광고판은 길거리가 될 수도 있고, 화장실, 지하철 통풍구, 담벼락이 될 수도 있다. 아이디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실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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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가 있으면 반트렌드도 있기 마련이고, 또 이제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넘어 더 미시적인 나노 트렌드까지 등장하는 ‘트렌드 공존의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서 제시하는 16개의 주요 트렌드는 대부분 이듬해에도 이어질 것이고, 몇 가지 트렌드는 한층 강화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트렌드는 우리 사회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령, 직업, 성별 등의 구분 없이 모든 인간에게 트렌드는 강약 정도의 구분없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트렌드는 유행과 다르기에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꾸준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꾸준한 트렌드의 지휘 아래 각기 다른 트렌드와 현상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한 16가지 키워드에 대한 트렌드는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트렌드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들을 다양한 사례와 색다른 감각적 시각으로 풀어 쓴 책이기에 현대인이라면 한번 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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