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가 ‘만들기’를 만든다, DIY 3.0

어느 날 DIY (Do-it-yourself) 열풍이 불어 닥쳤다. 어릴 적 미니카를 조립하고 레고를 조립하듯 뚝딱뚝딱 원하는 걸 직접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급기야는 혼수용품의 일부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았지만, 최근에는 최근 카메라나 스마트폰, 컴퓨터와 같이 복잡한 기기들을 조립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IT기술의 발달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양산된 완제품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왜 이들은 복잡한 기기들을 직접 만들려고 하는 걸까?

 

복잡할 기계를 내 손으로 DIY하다??

  • 종이로 만든 카메라 키트 (kit), 핀홀 카메라 VI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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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디자이너 Kelly Angood가 만든 VIDDY는 30분만에 만드는 카메라다. 어린 시절 과학시간에 바늘 구멍 사진기를 만들었던 추억을 되살리는 이 카메라는 렌즈 대신 있는 작은 구멍을 내어 선명한 상을 얻어내는 원리를 이용 하는 핀홀 카메라다. 두꺼운 판지를 재료로 조립을 해야 하는 키트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 키트 안에는 사용설명서를 포함해 빛을 차단하는 창, 정밀하게 컷팅 된 핀 홀, 핀, 데코 스티커 등 카메라를 제작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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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판지는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컷팅 돼있고 따로 풀을 이용하지 않고도 핀과 스티커로 조립할 수 있다. 덕분에 카메라를 완성하는데 3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카메라 앞쪽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제작한 스티커를 붙이거나 물감, 색연필과 같은 채색도구로 본인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도 있다. 필름은 35mm와 120mm 필름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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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메라지만, 사용자들은 더 나은 촬영 결과물을 얻기 위해 ‘Pop-up Pinhole’ 이름의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필름 감도와 현재의 날씨를 선택하면 사진 찍기에 적정한 노출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를 조작해 보지 않은 초보자들도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초점 조절기능이 없이 작은 구멍으로 피사체를 담기 위해서 장시간의 노출 시간이 필요한 핀홀 카메라는 편리하게 찍어내는 디지털 사진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원시적인 물건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이 담지 못하는 몽환적인 색감과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핀홀 카메라의 특징이다.

  • DIY 컴퓨터 키트, K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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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o는 20분이면 조립해 탑재할 수 있는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DIY 컴퓨터 키트다. 소비자가 직접 만들고 코딩할 수 있는 컴퓨터로 영국 런던 기관의 MAP 프로젝트 사무실과 Kano 컴퓨터 회사가 합작을 통해 만들었다. 컴퓨터 조립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기술로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 같지만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컴퓨터에서 뇌 역할을 하는 라즈베리파이 컴퓨터 겉에 투명 케이스를 씌운 다음 키트 안에 내재돼 있는 스피커를 장착한 후 케이블 선을 연결하고 전원을 켜면 된다. 마우스대신 터치패드가 같이 있는 키보드를 이용해 OS를 설치하는데 OS가 오픈 소스로 공개돼 있다. 배포된 오픈 소스를 활용해 코드를 입력하면 인터넷 통신이 가능하고 음악을 합성, 제작하거나 영상 스트리밍, 탁구게임 등의 간단한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투명 컴퓨터 케이스에 붙일 수 있는 다양한 스티커가 키트 안에 들어있어 DIY제품답게 취향대로 꾸밀 수도 있다.

*라즈베리파이 (Raspberry Pi)

영어로 ‘blowing raspberry’는 입으로 ‘푸우’하며 장난스럽게 야유하는 것을 의미. 라즈베리 파이라는 이름은 너무 비싼 기존의 컴퓨터를 야유하며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컴퓨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의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학교에서 기초 컴퓨터 과학 교육을 증진시키기 위해 개발한 신용카드 크기의 싱글 보드 컴퓨터. 기본 사양이 ARM 700MHz CPU에 512MB RAM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 개의 칩 상에 완전 구동이 가능하다.?

  • 조립식 스마트폰, 에코 모비우스

eco_mobius3조립식 스마트폰 에코 모비우스는 모듈러 스마트폰으로 여러 부품의 모듈을 끼워 넣어 맞춤형 조립식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부품을 모듈화하여 사용자 임의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어플리케이션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두 세분화시켰다.

 

 

진짜 DIY란?

이 세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세가지 사례의 제품 모두 복잡한 기기들이 간편한 조립식 키트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IT시대에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스마트한 기기들을 양산돼 판매되는 완제품을 구매해 이용하던 사람들이 편리성을 뒤로하고 직접 조립을 하는 것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치 장난감을 조립하듯 키트를 통해 개인 취향을 반영해 과정을 경험한다. 그 과정 속에서 완제품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어떤 ‘맛’을 느낀다. 중국 유명한 속담 중에 “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속담이 있다.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라는 의미다. 일일이 키트를 분리하고 조립하는데 시간이 걸려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손으로 직접 조립하는 과정이 경험자들이 가장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다. 꼼꼼하게 완성을 시키고 나면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그 만족감을 갖게 하는것 만으로도 제품이 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은 1차적으로 조립하는 재미를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고 2차적으로 사용자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DIY는 엄밀하게 말하면 반제품의 상태의 부품을 사다가 직접 조립하거나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창조적인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처음부터 본래의 재료를 얻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위 사례들의 사용자들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이용해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걸 보여준다. 원하는 사진을 찍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스마트폰의 조립으로 원하는 App을 통해 새로운 쓰임새를 만든다. ‘돈이 돈을 번다 (Nummus nummum parit.)’는 라틴어의 명언처럼 ‘만들기’가 ‘만들기’를 만드는 것이다.

 

DIY의 확장

우리가 완제품으로 나온 기기들을 이용하는 건 그 제품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그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DIY기기들은 사람들이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주도적인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사용자들에게 자발적 동기부여를 주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창의성을 발현시킨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국내 창의성교육의 모델로 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라즈베리파이의 경우 ?초기의 목표대로 영국에선 이미 교육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고 일반인들조차 라즈베리파이를 구입해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국내 교육용 콘텐츠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3D가 점차 상용화되면서 사람들이 실제 나온 키트의 구성품을 변형, 제작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고, 3D프린터 파일과 매뉴얼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의 탄생을 예상할 수도 있다.

이처럼 DIY는 만들기를 통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창조,창의성의 발현을 도와 새로운 산업의 출현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완제품에 익숙해있던 이들도 새롭게 ‘만들기’에 동참하는데 물꼬를 ?터 주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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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Heekyung Hong)|Editor / 사람이 이뤄낸 것들 사이에서, 숨어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honahss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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