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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기대를 통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문구점에서 뽑기를 해봤는가? 아마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00원, 200원의 적은 돈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던 뽑기는 등하굣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과도 같았다. 반지, 팔지, 열쇠고리, 장난감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이 많았고, 초등학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가격도 그 인기의 이유였겠지만 뭐가 나올지 모르는 두근두근 거리는 그 느낌이 제일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어렸을 때 뽑기라는 것으로부터 이해하고 있었던 개념이 랜덤(Random)이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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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Random)

일정한 법칙이나 규칙 또는 버릇이 붙어 있지 않는,
또는 사람의 의사(意思)가 개입하지 않은 무작위(無作爲)한 것을 말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랜덤은 어떤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20대 평범한 여성인 필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랜덤파도타기였다. 그야말로 랜덤으로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방문하는 것이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다른 미니홈피 장식들이 궁금해서, 좋은 bgm을 찾기 위해서, 혹은 그냥 심심해서. 랜덤파도타기의 목적이 어떻든 사람들은 랜덤이라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기대감을 갖게 된다. 랜덤 채팅이란 것도 있다. bottle message라는 어플은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누가 받게 될지 모르는 것이 특징이다. 랜덤으로 선택된 대화상대는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일 수 도 있고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와 경기를 하게 될지 모르는 랜덤 매치(match), 크레이지아케이드나 테트리스에서의 랜덤 맵(map)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긴장감으로 게임에 재미를 부가시킨다.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벌칙자를 가려내는 복불복 게임 또한 랜덤을 이용한 것이다. 이 외에도 랜덤은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

랜덤은 기대이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찾아낸 랜덤의 코드는 기대(expectation)이다. 누가 나올지, 무엇이 펼쳐질지에 대한 단순한 궁금함을 넘어서 사람들은 랜덤이라는 방식을 통해 무언가를 기대한다. 자신이 예상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뭔지 모를 불안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설레임과 불안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긍정의 기대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기대가 랜덤이라는 방식을 유지시킨다. 랜덤은 어떤 것에 대한 답을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랜덤을 싫어하고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기대감이라는 즐거움 또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랜덤을 원하는 사람들

바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지게 되고 그때마다 그들은 어떠한 기준을 통해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만 한다. 오늘 점심엔 무엇을 먹어야 할지, 음료수 자판기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한참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선택 속에서 사람들은 싫증을 느끼고 ‘아무거나~’라고 얘기한다. 랜덤을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랜덤자판기라는 것도 등장했다. 랜덤버튼을 누르면 무작위의 음료수가 나오는데, 이것은 자판기가 사람의 선택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뭐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과 재미를 느끼게 된다. 랜덤푸드라는 어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메뉴를 추천함으로써 선택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기대감을 주는 것이다.

사회가 점점 개인화 되어가면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을 대신 선택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상황에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랜덤은 작은 부분이나마 그 결정에 대한 부담감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신이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랜덤이라는 방식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랜덤 + [?]

랜덤은 그 자체로서도 매력이 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또 다른 가치와 결부되었을 때 더 큰 효과를 나타낸다. 소비자들이 어떠한 상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들인 저렴한 가격이나 높은 퀄리티 등이 랜덤이라는 방식에 더해졌을 때 소비자는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랜덤을 이용한 마케팅의 사례를 살펴보자.

몇몇 쇼핑몰에는 랜덤박스라는 코너가 있다. 여러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값을 받고 각자에게 랜덤으로 선택된 물품을 배송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체사이즈를 적고 3만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하면 6개의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이 배송될지는 모른다.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 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코너는 생각보다 굉장히 인기 있다. 랜덤이라는 방식에 저렴한 가격과 많은 개수라는 요소가 더해져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우선 어떤 아이템이 배송될지 모른다는 점에 소비자들은 관심을 갖는다.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템이 올까 걱정도하지만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여러가지 중에 하나만 마음에 들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푸드회사 ‘더반찬’ 또한 랜덤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특정 요일에 상품을 주문하게 되면 랜덤으로 반찬 하나를 더 배송해 준다. 이미 기존의 1+1마케팅에 랜덤을 접목시킨 것이다. 이러한 랜덤서비스를 통해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처리할 수도 있고, 새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함께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 모두가 랜덤이라는 방식을 알고 있다. 기대이상의 것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기대감에 랜덤방식의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설령 그 결과가 기대 이하라고 해도 이미 어느 정도의 예상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적다. 그리고 다음엔 원하는 것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또 랜덤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듯 랜덤이라는 방식은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즐거움을 줌으로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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