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이노(Arduino), 지루한 일상에서 흔적을 나누다

1. 사람은 흔적을 남기는 동물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욕구의 흔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흔하게 화장실 벽의 낙서부터 메모, 일기장, 사진, 블로그, SNS 게시물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일상을 화폭으로 담아내는 작가, 청년들을 양성하는데 몰두하는 기업가가 있고, 전국 그리고 해외 각지를 누비며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마다의 흔적을 남기는데 그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2. 일상 전체를 스마트폰이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시대가 열리고 있다. 라이프 로깅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며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누군가 호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걸어가면 스마트폰은 자동으로 이 사람이 걷는지, 뛰는지 알아서 인식한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일일이 기록하고 또 그것을 익명의 타인과 공유한다.

사람들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며 흔적 남기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남긴 흔적들로 다른 이들과 공유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게임처럼 즐긴다. 기술의 발달로 흔적을 남기는 방법들은 날로 화려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일상의 흔적을 남기다.?

  • 춤을 그리는 신발, E-Tr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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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그리는 신발이 있다. 스페인 디자이너 Ledia Trubat은 휴대전화의 화면에 댄서의 움직임을 전송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연결된 전자 발레리나 슈즈 ‘E-Traces’를 개발했다. E-Traces는 발레리나들이 신는 토슈즈의 앞면과 바닥, 발목을 감싸는 스트랩에 마이크로 컨트롤러 릴리 패드 아두이노 칩을 부착해 댄서의 움직임을 추상적인 그림으로 제공한다. 릴리패드 아두이노는 착용 가능한 전자 직물을 위해 설계된 마이크로 컨트롤러 보드다. 전원 공급 장치, 센서, 기계 작동 장치 등을 한번에 천에 부착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된 기록 장치로써의 아두이노 칩을 장치한 신발로 춤을 이른바 캡쳐하고 추상적인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사용자가 앱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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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땅의 지면과 닿는 순간, 댄서 발의 압력과 움직임을 기록하고 그 정보를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로 보낸다. 토슈즈 자체가 춤을 기억하고 그려내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사용자는 어플리케이션에서 이 정보들을 그래픽으로 볼 수 있고, 다른 댄서가 춤을 춘 것처럼 그 정보를 수정하거나 다른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 그래픽을 편집할 수도 있다. 또한 캡쳐된 춤의 그래픽을 비디오 형식으로 추출하거나 인쇄할 수도 있다. E-traces가 그려낸 이 모션 그래픽은 댄서들은 자신의 춤을 확인하며 점검할 수 있고 이를 수정해 다른 댄서의 움직임과도 비교할 수 있다.

  • 내 옷도 카멜레온처럼, Intera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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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active와 Jacket을 합쳐 지어진 Interacket이라는 옷은 노르웨이의 디자이너가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이 옷은 사용자가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수단이다. 이 옷은 사람들이 동물처럼 세상과 상호 작용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동물들은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방법들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카멜레온이 주위 배경에 따라 몸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카멜레온은 빛의 강약, 온도뿐만 아니라 공포나 승리감 같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몸의 빛깔을 바꾸는데, Interacket이 사용자가 동물처럼 재미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과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꼭 말을 건네거나 메세지를 주고 받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Interacket은 실버 반사 라이닝층, 방수 반투명 외부층, 청색, 녹색 및 적색으로 이루어진 중간계층까지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각각 작동되는 3개의 층은 소매 안에 부착된 아두이노 칩에 의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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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영리 색상을 일치하도록 센서의 명령에 따라 착용자가 사물에 손을 얹을 때 활성화되어 사물의 색을 그대로 반영해 보인다. 즉 옷에 부착된 아두이노 칩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착용자가 손을 얹은 사물 표면의 색을 흡수하는 것이다. 착용자는 양손을 각각 다른 사물에 올려 색을 흡수할 수도 있다. 일상 속 환경을 자신이 입은 옷에 빛으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아두이노 (Arduino)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단일 보드 마이크로 컨트롤러이다. 소트프웨어 개발을 위한 통합환경이 있다. 여러 개의 스위치나 센서로부터 값을 받아들여, LED나 모터와 같은 외부 전자 장치들을 통제함으로써 환경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터렉티브 기술과 예술의 콜라보레이션

이렇게 인터렉티브 기술을 통해 이제 우리의 일상은 흔적이며 기록이 되었다. 그러기에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루함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술의 분야에 갇혀 국한되었던 인터렉티브 기술이 오히려 그 일상을 일종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너무 익숙해서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에 주목함으로써 사용자 자신의 일상을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시킨다. 소소한 일상의 그 움직임이 무계획한 듯 하나하나 흔적들로 잘 나타나게 되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 안의 감정을 전하는 것은 사용자가 오래도록 기억하게 돕고, 나중에 그 흔적을 되돌아 봤을 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나의 움직임과 내가 지나치는 것들을 선과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함으로써 나의 흔적들을 끊임없이 구성한다. 기술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사건과 의미를 편집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술과 라이프로깅(lifelogging)에 대한 니즈의 결합

예술의 덕목은 일상적 습관을 잠시 중단시키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이런 예술은 차가운 기술과의 만남에도 잘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위의 두 사례에 소개된 기술들은 일상자체를 예술로 바꾼다. 일상의 익숙함, 단조로움, 지루함 속에서 인터렉티브 기술을 이용해 그래픽과 컬러라는 흔적을 남긴다. 즉 일상을 감각적으로 기록하고 타인과 공유한다. 상상력과 창조력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설정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꾼다. 예술을 촉매로 사람들을 교류하게 한다.

 

소통의 틈새를 파고드는 인터렉티브 기술

우리가 이런 흔적을 남기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구와 그것을 통해 이루어질 소통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흔적을 남기는 것에만 급급하다고 바라볼 수 없다.

기존 전시회관에서 볼 수 있었던 인터렉티브 아트가 관객이 전시작품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쌍방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전시회관에 보이던 아트의 기술들이 점점 언론이나 마케팅분야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자리잡아 사람들을 현혹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용자의 반응을 이끌어내 시시각각 다양한 의미와 색다른 재미를 경험케 하고 재량에 따라 감미로운 스토리까지 만들어낸다. 인터렉티브 기술은 흔적을 남기고 그를 통해 다른 이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일상을 기획하고 구성, 배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터렉티브 기술은 다른 기술들이 미처 연결하지 못한 그 틈새를 파고들어 사람들의 바로 옆에서 소통을 도울 것이다. 기술을 통해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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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Heekyung Hong)|Editor / 사람이 이뤄낸 것들 사이에서, 숨어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honahss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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