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고객들에게 불편한 해결책을 제시하다

Inactive environments

계단을 오를 필요 없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TV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수십 개의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린다. 세탁기는 자동으로 세제를 풀고 헹구고 탈수까지 해댄다. 산업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젠 그 편안함마저 잊고 산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정도에서 벗어나면 불편해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편의 역치가 급속히 낮아져 조금만 불편해도 쉽게 불안해하고, 그 불편을 제거하기 위해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얼마든지 가이드와 자동차를 이용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음에도 두 발로 걷는 여행을 꿈꾸고, 정확하지 않은 LP판을 꺼내 드는 사람들도 있다.

 

Active solution

오후 3시경 책상에서 업무를 보던 직장인 A가 책상 밑 버튼을 누른다. 책상다리가 늘어나더니 높이가 조절된다. 전동 장치 버튼 하나로 가볍게 책상 높이를 조절한다. 앉아서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앉아 업무를 보다가 생긴 허리통증과 어깨 저림, 골반 뒤틀림 등은 A의 만성질환이 됐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무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바꾸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고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자세가 습관화되면 척추가 휘어지거나 골반이 틀어지게 된다. 극단적으로 나중에는 수명까지 단축시킨다는 사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더 편하고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 앉아 일하는 책상 대신 서서 일하는 책상으로 바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커다란 쳇바퀴 안에서 의자 없이 서서 걸으며 마치 쳇바퀴 안 다람쥐처럼 가볍게 움직이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책상도 있다.

앉아 있는 게 서 있는 것보다 편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이들에겐 서 있어야 한다는?불편함이 그들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해결책인 것이다. 즉 불편함으로 고객이 갖고 있는니즈를 충족시켜준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불편함을 달콤하게 받아들인다.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친절하기까지 하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불편함은 단지 편안함의 반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움직이게 유도하는 가구들의 등장?

  • Benoit Malta의 불편한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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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디자이너 Benoit Malta는 우리 신체를 더 활동적으로 만들어 줄 불편한 가구들을 만들었다. 우리 몸에 익숙한 가구들이 일상생활에서 나쁜 습관이 길들어진 원인이라고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해 물리치료사와 인간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몸에 불편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안전하고 편리해야 하는 일반적인 가구의 개념을 바꿔버린 것이다. 두 개의 다리만으로 지탱하는 의자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 보기만 해도 위태로워 보이는 이 의자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신체의 중심과 균형을 잡아야 하는 집중력까지 필요로 한다.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해 하체의 힘과 균형감각까지 길러 주는 운동기구 역할까지 하는 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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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반은 사용자가 손을 뻗어 닿을 듯 말 듯한 높이에 설치돼 있다. 열쇠나 안경처럼 꼭 필요한 물건이 놓여 있다면, 까치발을 들어 팔을 높이 뻗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팔과 척추 근육이 강화되고 유연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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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조명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조명은 시간이 지날 수록 밝기가 어두워진다. 불을 다시 밝히기 위해서 자주 일어나 전원을 켜 주어야 한다. 반복적인 동작으로 사용자들이 좀 더 활동적으로 생활하도록 유도한다.

가구를 디자인한 작가는 일상에서 조금씩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런 행동들이 앉아있는 것에 익숙해져 게으름이 습관화된 우리 몸을 더욱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가구들로 인해 평소 자신의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고, 참을 수 있을 만큼의 불편함이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해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제품들을 테스트한 사람들은 사용 전 제품이 불편해 보이고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했지만, 사용 후에는 불편하다기 보다는 운동을 하는 것 같은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답했다. 집에서 옷걸이로 변하는 다른 홈 피트니스 장비와는 달리, 이 가구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를 유도한다. 홈 피트니스 장비들은 사용자가 일상에서 애써 사용해야 하지만 이 가구들은 일상과 연결되어 움직이도록 사용자를 유도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 균형 잡혀야 하는 식탁, See-Saw Dining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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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를 타며 식사를 해야하는 불편한 식탁이 있다. 이 식탁은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마를린 얀센(Marleen Jansen)이 제작했다. 일명 ‘예의바른 식탁(Courtesy table)’이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좋은 매너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되었다. 이 식탁은 시소로 연결된 2개의 좌석을 갖췄다. 두 명이 함께 식사를 하다가 한 명이 다리에 힘을 풀거나 일어나면 반대쪽의 사람은 바닥에 고꾸라지거나 앉은 자리에서 갑자기 점프를 하게 된다. 한 번 앉으면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사용자가 식탁에 머물도록 유도한다. 시소를 테이블에 접목시켜 식사매너를 알려준다는 재미도 있지만 앉아 있는 내내 다리에 긴장감을 풀 수 없는 테이블이다.

 

불편함을 파는 상품들

흔히 말하는 좋은 상품은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제품이 경제적 가치를 담고 있다면 편리함을 제공해 줄 때 상대적으로 더 좋은 핵심가치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외형이 아름답고 엔진성능이 매우 우수해도, 운전석이 비좁고 불편하다면 아무도 그 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상품의 핵심가치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용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없애줌으로써 편안함을 느끼도록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두 사례 제품들의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의도된 ‘불편함’이 주는 ‘해결책’

그러나 사용자에게 단순한 불편함을 느끼게만 하는 것은 안 된다. 그 의도된 불편함이 제품을 만든 이의 목적과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메세지를 전달해야 한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일상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제품의 사용으로 사용자가 단순히 몸이 편안하지 못하고 괴롭기만 한 것이 아닌 사용하면서 쉽지 않고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을 통해 사용자가 갖고 있던 또 다른 불편을 해소시켜 주는 이중적인 존재이어야 한다. ‘불편함’이라고 표현되지만 불편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편한’것(편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사용자를 유도하는 달콤한 ‘불편함’

필자는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가구들을 사례로 ‘불편함’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본 지의 글 ‘불편함을 감수하면 Incentive를 드립니다’의 담배꽁초를 넣으면 음악을 들려주는 쓰레기통처럼 다른 분야에서도 ‘불편함’으로 충분히 사용자를 유도할 수 있다.

의도된 메세지와 유익함이 제대로 전달된다면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더라도 사람들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유쾌함과 적절한 재미를 섞어 사용자와 호흡을 맞추고,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준다면 소비자들은 그 불편함을 찾게 되지 않을까. 기존의 편리함을 유쾌하게 뿌리칠 수 있도록 마치 과일의 단맛을 돋우기 위해 소금을 치듯 불편함의 가면 아래 사람들을 충족시켜줄 해결책을 숨겨둔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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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Heekyung Hong)|Editor / 사람이 이뤄낸 것들 사이에서, 숨어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honahss89@gmail.com

  • 하진

    와…진짜 잘읽었어요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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