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강제 몰입 시스템’

몰입은 어렵다.

누구나 이 사실엔 동의를 할 것이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주위에 산재하는 수많은 유혹들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해야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심지어 정말 미친듯이 원하는 일마저도 오롯이 그 하나에만 몰입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그러나 마음 먹은 무언가를 성취하고 또 보다 나은 성과를 내려면 몰입은 필수적이라는 사실 또한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몰입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을까?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먼저 몰입을 방해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과연 몰입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자유’이다.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자유, 실패해도 또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자유 등이 우리에게는 꽤나 많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몰입할 수 없는 것이다.

 

자유의 반작용, 몰입?

자유로움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것, 이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여태까지의 모든 기술, 서비스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디서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갖기 위해서 인터넷을 개발했고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누비기 위해 교통수단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몰입이 어려워졌다. 너무 지나친 자유가 손에 쥐어졌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앞서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는,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자꾸만 떨어뜨린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자발적으로 자유를 포기하고 잃어버린 몰입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겨냥하여 자유를 제한하고 강제를 권유하는 ‘강제 몰입 시스템’이 도입된 서비스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몰입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제 몰입 시스템

I ?강제 몰입 시스템
시간적 여유에 대한 자유, 재시도의 자유 등의
다양한 자유들을 완벽히 차단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최상의 몰입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 지금이 아니면 못 읽는 책, ‘Self-destructing Book’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피터슨은 그의 신작 ‘Private Vegas’를 ‘Self-destructing Book’의 형태로 배포했다. ‘Self-destructing Book’이라는 이름을 가진 책은 말 그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책이다. 제임스 피터슨이 신간 홍보 마케팅으로서 이벤트성으로 배포한 이 책은, 화면 상단에 ’24:00’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일단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상단에 표시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독자가 다 읽어서 넘긴 페이지의 위에 인쇄된 잉크는 사라져 버린다. 즉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여유롭게, 남는 시간에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24시간 안에 책을 다 읽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YouTube Preview Image

sdb

sdb2

책을 몰입해서 읽는 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시간적 자유가 주어질 때이다. 이럴 때에 책은 그저, ‘읽을 수 있을 때 읽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그러니까 우리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개발된 제임스 피터슨의 ‘Self-destructing Book’은 독서에 대한 몰입을 위해서 ‘책을 강제로 읽게 하는 방법’으로 시간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선택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진을 찍는 일은 매우 쉽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수많은 양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설령 방금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필터와 보정 어플리케이션으로 마음껏 사진을 수정할 수 있다.

이런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최근 개발된사진 촬영 어플리케이션 ‘White Album’의 개발자 그렉 벡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고, 그것이 사진 촬영 어플리케이션 ‘White Album’의 첫걸음이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 장면은 정말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 순간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whitealbum

스크린샷 2015-02-22 오후 9.49.36whitealbum1

‘White Album’의 핵심은, 사용자가 단 24장의 사진밖에 찍을 수 없도록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플의 사용자는 한 컷, 한 컷 최대한 신중하게 촬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찍혀진 회심의 사진들을 가지고 사용자가 해당 어플을 통해 회사측으로 주문을 넣으면, 그 사진들을 오프라인으로 인화하여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오프라인으로 사진을 인화받기 전까지 절대로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수도, 또 보정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사용자는, ‘White Album’을 사용할 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대 횟수를 제한받는다. 즉 이 앱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기회, 사진을 보정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자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수많은 사진 촬영에 최대한으로 집중해서 최고의 결과물들을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카메라 기술이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린 요즘, 우리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든 스마트폰을 이용하든 ‘나는 몇 장이 됐건 간에 또 찍을 수 있다, 나에겐 수많은 기회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든 스마트폰을 이용하든 상당히 ‘무의식적으로, 성의 없이’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이에 착안한 어플리케이션 ‘White Album’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강제’를 선택한 것이다.

 

강제를 선택해서 얻어지는 또 다른 자유

우리는 언제나 책을 읽게 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1분, 1초도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는 무한정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200, 300장을 찍고 나서야 그나마 그럴 듯한 한 장을 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음에도 한 권을 읽는 데에 수십 시간이 걸리는 것이며, 수천수백 장의 사진을 찍더라도 수없이 삭제하고 보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수십 시간의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수천수백 번의 시도를 하면서도 분명 계속 무언가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야 하는 일 이외에 다른 것에 한눈을 팔 때에도 항상 불안감과 싸운다. 즉, 자유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된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강제 몰입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의 ‘성과’는 ‘시간’과 교환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만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해야 하는 일만 할 수 있도록 강제 받는 것은, 자유롭게 다른 것에 투자할 시간을 벌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용자를 자유롭게 한다는 강점을 가진다.

한 마디로, 강제는 몰입으로 이어지고 몰입을 통해 얻은 빠른 성취는 다시금 사용자에게 자유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갈수록 자유로워지고 있는 시대,
‘강제 몰입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생명력

여전히 인간의 첨단 기술은 자유를 위해 발전할 것이며 그들의 역사는 자유를 향해 흐를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데에 들여야만 하는 몰입은, 갈수록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무한한 자유가 가져오는 이런 모순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는, 그래서 현대인들이 불가피하게 찾게 될 수밖에 없는 ‘강제 몰입 시스템’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 Minjun Kang

    Self-destructin book이라..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대단한 마케팅 같습니다.
    기사를 다 읽고나니 강제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확 와닿네요. 강제몰입 시스템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혼자 생각좀 해봐야겠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 Do Woon Kim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기사를 쓰면서 ‘도대체가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세상엔 정말이지 ‘해야만 하는 일’보단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으니까요!! 🙂

  • Guest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기사를 쓰면서 ‘도대체가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세상엔 정말이지 ‘해야만 하는 일’보단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으니까요 🙂

  • summer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 Yunji Kim

    기사들이 다 좋아요! 덕분에 이번에도 잘 읽고 많은 생각하고 갑니다 🙂

Categories

About

트렌드인사이트는 마케팅 트렌드 미디어 그룹으로, 보다 세분화되는 미래 마켓에 대비해, 변화의 시발점인 마이크로트렌드의 징후들을 캐취하고 이를 타겟, 전략, 스타트업 기업이나 상품 사례 등을 통해 비지니스 관점으로 풀어내어 마이크로마켓 인사이트를 웹사이트,SNS,디지털매거진으로 제공합니다

Trend Insight :: 마이크로트렌드부터 얻는 마케팅, 비즈니스(사업) 아이디어 영감 © 2017 티아이미디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