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부려야 살아남는 OOTB(Only One Things’ Brand)

우리 나라의 패션 시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가 내놓은 신상품이 한 달만에 카피돼 지하 상가에 풀리는 미성숙한 시장이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팔리는 인터넷 쇼핑몰이 있는 돈 되는 시장이며, 해외 패션위크에서 주목 받는 디자이너들이 등장하는 가능성의 시장이기도 하다. 하나의 단계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의 변화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OOTB(Only One Things’ Brand) 라는 시각으로 국내 패션 시장의 동향을 짚어보려 한다.

OOTB(Only One Things’ Brand) : 단 한 가지 종류의 아이템만 만드는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
*OOTB는 자신이 오늘 입은 옷을 SNS에 올리는 것을 의미하는 해시태그인 OOTD(Outfit Of ToDay)에서 차용해 만든 네이밍이다

과거의 많은 신생 브랜드들이 일관된 컨셉을 가진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했던 것과는 달리, 아래의 OOTB 들은 각각의 카테고리 내에서 시즌별로 신상품을 생산하고, 또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레이버데이
레이버데이는 2012년 출발한 남성을 위한 머플러 전문 브랜드이다. 모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으로, 그리고 그 아이템을 선호하지 않던 남성 시장에서 5년째 비즈니스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지난 시즌부터는 여성용 제품 및 니트 소재의 모자, 장갑 등도 생산하면서 그 외연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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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탄
2009년에 출발한 양말 전문 브랜드 니탄은 눈에 띄는 디자인 일색이던, 그리고 몇번 신고 잃어버렸던 아이템으로 여겨졌던 양말을 남성의 옷차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아이템으로 위치시킨 브랜드이다. 수많은 경쟁 업체들 속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고, 백화점에도 입점하며 대중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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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엄브렐라
키웨스트 엄브렐라는 2013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우산 전문 브랜드이다. 아저씨 우산 혹은 비닐 우산만을 들던 국내 남자들을 위한 고품질, 클래식한 디자인의 우산을 만들고 있으며, 오더메이드 서비스 등을 통해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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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리움
제이리움은 4년차를 맞이한 니트 전문 브랜드이다. 튀지 않는 디자인의 기본적인 아이템들을 니트 소재만을 이용해 만들고 있으며, 기존 대기업 브랜드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높은 퀄리티의 니트웨어를 통해 더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스몰 비즈니스의 태동에는 소비자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아이템들에만 집중하는 브랜드의 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아이템인 만큼 전 상품군을 취급하는 토탈 브랜드들 역시도 매년 이들 카테고리 내 상품을 생산해왔다는 것, 게다가 유통채널과 가격에서는 물론이고, 어쩌면 브랜드 밸류에서도 이들 토탈 브랜드들이 우위를 쉽게 점해왔다는 점은 지금까지 눈에 띄는 OOTB가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그렇다면 점점 더 포화로 치닫는 패션 시장의 어떠한 변화가 이들 OOTB를 등장시킨 것일까?

첫 번째,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적인 이유이다. 초기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소규모 브랜드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하나의 카테고리를 생산할 수 있는 단일화된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여기에서 소재, 디자인, 컨셉을 달리한 개별 신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확실히 안정적일 수 있다.

두 번째, 패션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이다.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실패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선뜻 시도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몇년간 이러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많이 등장한 것에는 단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다변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 때문이기도 하고, 기본적인 상품군은 이미 넘치도록 갖게 된 그들의 옷장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하나의 아이템만 생산하더라도 이를 어느 정도 소비해줄 수 있는 특정 취향의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장적인 특성이다. 앞서 언급한 국내 OOTB들은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도 남성 패션 상품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는데 여성 패션 시장에 비해 남성 시장이 성장세가 빠를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대중문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 그리고 최근 각광받는 클래식 패션에서 개별 아이템의 중요도가 다른 장르에서의 그것보다 더 크다는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등장배경이 이들 브랜드들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게다가 그 절대적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OOTB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은 더욱 요원하다. 게다가 단일 아이템에 대한 집중은 해당 아이템에 대한 취향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개별 취향의 상이함이 갖는 리스크가 더욱 크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 외에도 몇몇 OOTB가 있으나, 그 중에는 초기 아이템 이외의 시장으로 그 상품군을 넓혀가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물론 이러한 확장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혹은 디자인 일관성을 유지하며 이어질 수 있다면 성공적인 확장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시장에서의 한계에 직면해 벌이는 단순한 사업 확대라면 OOTB라는 정체성을 잃고 레드오션을 부유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미약한 자본력이라면 그 부유의 귀결점은 실패일 수 밖에 없다.

해답은 방향에 있다
사실 이들 OOTB 각자의 상황이 너무나 다양하기에 외연을 확장하거나, 기존 아이템을 고수하는 2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방법론적인 해답을 결코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의 협소함이라는 절대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 소비자로 향하는 확장의 방향과 기존 소비자들에 대한 집중의 방향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각 방향에서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사례는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OOTB에서 출발했으나 각자 다른 방향을 선택해 현재 전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한 이들의 사례는 막 태동기에 있는 국내의 OOTB들에게 분명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1) 대중 소비자로의 확장: ‘제조공법의 차별성’을 ONLY THING으로 삼아라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아이템’이 아니라 제조공법의 차별성에 맞춰서 성공적인 사업확대를 이뤄낸브랜드들이 있다. 물론 이들 브랜드들의 출발지점 역시 그 제조공법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아이템에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다른 아이템으로 확장이 가능한 ‘제조공법’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러한 포커스 전환은 기존 소비자들의 이탈 없이 대중 시장으로의 유입이라는 성공적인 확장을 이뤄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아래 브랜드들 말이다.

바버(BARBOUR)
국내에서도 이미 많이 판매된 바버 역시도 비와 바람에 강한 왁스자켓 전문 브랜드로서 출발했다. 영국 왕실로부터 5개의 로얄 워런티를 수여받으면서 그 품질을 인정받아온 바버는 다양한 디자인과 용도의 왁스자켓으로 점차 그 상품을 늘리다가 현재는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모든 카테고리의 패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바크(Bark)
바크는 기존에 이너웨어로만 활용되던 니트 소재가 아우터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브랜드이다. 니트 소재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형태의 다양한 아우터를 매듭공법이라는 특유의 제조공법을 통해 선보이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프라이탁(Frietag)
프라이탁 역시 폐현수막을 이용해 만드는 메신저백이라는 하나의 아이템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그 소재에서 오는 공익성과 디자인이 셰게적으로 사랑받으면서 현재는 전세계에 460여개의 매장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2) 기존 소비자들에 대한 집중: 더욱 파고들어 팬을 만들어라
사실 OOTB로 출발한 브랜드들이 초기에 지향하던 방향은 이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런나 앞서 말한 다양한 현실적 문제로 인해 이 방향을 고수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별적인 아이템의 선택을 통해 하나의 제품군만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온 브랜드들 역시 존재한다.

폭스 엄브렐라(Fox Umbrella)
폭스 엄브렐라는 150여년전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우산을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브랜드이다. 비가많이 오는 영국의 기후를 반영한 기능성, 그리고 품위를 중시하는 신사의 컨셉을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우산 브랜드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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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서스턴(Albert Thurston)
알버트 서스턴은 1802년 이후 지금까지 남성을 위한 브레이스(멜빵)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이다. 귀족, 사업가, 회사원 등 클래식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으며, 007 등 대중매체에도 소개되면서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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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우산과 브레이스는 초두에 언급한 국내 OOTB들의 아이템보다 더욱 비대중적인 아이템이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템의 대중성이 OOTB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보다는 확고한 팬층을 구축할 수 있는 마이크로한 아이템, 그리고 국가적, 역사적 배경에 근거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무기로 삼아 오랜 시간 사업을 영위해왔다.

믿음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의 OOTB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폭스 엄브렐라처럼 더욱 고급화될 수도 있고, 바버처럼 상품군을 늘려나가 토탈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이들 브랜드들 역시 그 출발은 단 하나의 아이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였다는 점이다.

신뢰는 언제나 작은 것에서 시작하고, 또 작은 것에서 깨진다. 소비자와의 약속도 마찬가지이다.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이라도, 단 하나의 아이템만 생산하더라도, 그것이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답은 분명히 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에 대한 굳건한 믿음. 그것이야말로 OOTB가 가져야 할 첫 번째 가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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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찬

김정찬

김정찬(JungChan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Brand Manager로서의 speciality를 키워나가기 위한 안테나를 다듬고 있다.

  • 김원범

    OOTB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셔서 몰입도있게 잘 봤습니다! 담에 또 좋은 글 올려주세요~

    • 글을 쓴 에디터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더욱 더 좋은 아티클을 써내도록 노력하겠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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