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이 정답은 아니다.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가치 관점 서비스’

#’고객이 왕이다?’ 슈퍼마켓에 가면 늘 서비스가 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평소 가장 많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물론 자주 가는 곳일수록 보다 많은 서비스를 경험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 중에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의 소매 유통점도 포함될 것이다. 그동안 소매 유통점포에서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물리적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상품의 디스플레이와 동선 등도 편리한 서비스의 한 종류이다. 채소나 과일을 살 때 늘 옆에 비치되어 있던 비닐과 예쁘게 소분된 제품도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이며, 상시 대기하고 있는 점원, 포장만 하는 점원도 모두 편리한 서비스에 포함된다. 이러한 서비스는 대부분 고객관점에서 편리함을 고려하여 디자인된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 서비스제공자 모두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관점 서비스에서 가치관점 서비스로>

위에서 말한 소매 유통점에서의 고객관점 서비스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편리한 서비스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누군가가, 무언가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 편리함이 과연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일까? 그동안은 물리적 편리함을 서비스의 미덕으로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사실 고객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을 이용할 때 물리적 편리함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리적 편리함보다는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를 대변하듯 최근에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서비스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무조건적인 편리함에 집중한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간의 고객관점 서비스는 고객이 얼마나 편리한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고객과 서비스제공자가 서비스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는 가치관점 서비스는 소매 유통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고객과 서비스제공자가 서비스를 매개로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각의 상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가치가 ‘편리함’과 ‘효율성’에 국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치관점 서비스는 고객이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느끼더라도 반복되는 터치포인트에서 서비스제공자가 의도한 가치를 느끼고, 이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물리적 편리함보다는 심리적 편리함을 제공한다던지, 편리한 포장서비스보다는 조금 불편해도 환경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편리한 서비스보다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 ‘The Fillery’

뉴욕 브룩클린의 슈퍼마켓 The Fillery는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슈퍼마켓이다. 어쩌면 현재 대부분의 슈퍼마켓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에서 역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The Fillery에는 우리가 보통의 슈퍼마켓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화려하게 포장된 제품이나 활용하기 용이하게 포장된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점원이 포장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The Fillery에서 쇼핑을 하려면 직접 집에서 포장 용기를 가져오거나, The Fillery에서 제공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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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llery

 

우리는 슈퍼마켓의 서비스를 평가할 때 제품이 얼마나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구매하고 사용하기에 얼마나 용이한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그러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 구매하기 편하도록 제품을 소분하여 깔끔하게 패키징하는 것은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슈퍼마켓이 제공해왔던 서비스이다.

하지만 The Fillery는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 경험보다는 환경보호와 상생에 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The Fillery의 슬로건 ‘Goods for your pantry. Good for the planet’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이 The Fillery를 이용하면서 편리함보다는 환경보호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하기를 바란다. 편리함에 집중한 기존의 고객관점 서비스의 측면에서 본다면 The Fillery는 이상적인 슈퍼마켓이 아닐 수도 있다. 고객이 쇼핑 전부터 재활용 용기를 집에서 챙겨와 슈퍼마켓에서 직접 식재료를 소분해야 하는 등의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he Fillery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보면 서비스 선택의 기준이 꼭 편리함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소비과정에서 비효율과 불편함, 번거로움을 느끼더라도 어떤 신념이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The Fillery의 고객들이 환경보호/상생이라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경험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재활용 용기를 챙겨가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 나가주세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더욱 편한 서비스, ‘Naraffar’

대부분의 편의점은 늘 직원이 상주해 있다. 이렇게 직원이 상주하는 이유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편의점에 짧게 머무르고 구매하는 양이 많지 않더라도 불편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찾는 물건이 없다면? 계산이 잘못되었다면? 제품에 문제가 생겨 교환이나 환불을 해야한다면? 이런 상황들은 같은 공간 안에 직원이 상주해야만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은 직원들이 상시 대기함으로써 고객에게 물리적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고객 관점 서비스라고 여겨왔다. 그렇다면 소매 유통점포에 상주하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다면 어떨까? 불편한 상황의 연속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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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편의점 Naraffar의 모습은 다르다. 편의점에 직원이 없음으로써 물리적 편리함과는 다른 형태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Naraffar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고 제품 선택부터 결제까지 모든 것이 셀프로 이루어진다. 직원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바코드를 Naraffar 전용 앱으로 스캔하면 나중에 한 번에 결제된다. Naraffar에 들어가서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활동을 고객이 직접 한다는 점에서 Naraffar는 물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하다.

Naraffar의 고객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Naraffar에서는 다른 편의점처럼 물리적 편리함은 느낄 수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심리적으로 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상주하는 직원이 있을 때 몸도 마음도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물건을 산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편의점에서 생리대와 같은 여성용품이나 콘돔 등 사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은 물건들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Naraffar처럼 모든 것이 셀프라면 그러한 제품 구매가 신경쓰일 일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물리적 편리함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제공한다는 가치가 있다. Naraffar는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터치포인트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객이 점포에서 경험하는 여러 터치포인트 중 한 부분에서는 기대했던 물리적 편리함이 제공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고객이 전체 서비스 과정에서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만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편리함은 그만. 가치 관점의 서비스를 디자인하다>

위에서 살펴 본 The Fillery와 Naraffar는 서비스디자인 과정에서 ‘어떻게 편리함과 효율이 극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가 1순위 고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점포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고객 경험 과정에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서비스임에는 분명하다. 그간의 슈퍼마켓은 고객 관점에서 물리적 편리함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가치 관점 서비스는 물리적 편리함보다는 고객이 이용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비스라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신념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치 관점 서비스를 통해 소비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은 우리가 자주 방문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그만큼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면서 편리함에 밀려나 잊고 있었던 가치나 신념 등을 공유하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서비스=편리함’이라는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서비스의 개념이 더욱 다양화될 것이다. 환경보호, 인간적 가치, 노동의 가치처럼 편리함과는 별개의 가치를 주는 서비스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 관점 서비스를 적용한다면 어떤 모습의 슈퍼마켓이 등장할까?

패스트푸드와 레토르트 식품 등에 반대하여 건강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슈퍼마켓이 등장할 수도 있다. 가공된 식품은 팔지 않는 슈퍼마켓처럼 말이다. 이런 슈퍼마켓의 경우 빠름과 간편함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반대된다. 아무리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빠름과 간편함을 중시하더라도 이러한 슈퍼마켓에서는 건강함의 가치가 간과되어서는 안됨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함과 상생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마켓도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취급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제품만을 판매하는 마켓처럼 말이다. 화학적인 방법보다는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만들었을 때 훨씬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또는 로컬 제품만 판매하는 마켓은 어떨까? 이것이 확장되어 국내산 제품만 판매하는 마켓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판매 품목이 매우 줄어들겠지만 그때 그때 다른 품목이 판매되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지역과 상생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제공하는 찰나의 서비스. 무조건적으로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가치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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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최지은(Jieun Choi)│KEEP DREAMING. 세상을 꿈꾸게 하는 가치, 그 가치를 만드는 트렌드를 전합니다./feliciajieun@gmail.com

  • 초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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