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기엔 너무 뻔한. 브랜드의 창립기념 마케팅을 말하다.

시국이 매우 수상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지났고 새로운 해가 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축하하는 몇 안 되는 기념일인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한 종교의 가장 유명한 존재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물론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그 사건에 대한 축하라기 보다는 각자에 대한 축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의미가 됐지만, 아무튼 정말 좋은 것의 시작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축하할만한 가치가 있다.

브랜드의 시작 역시도 마찬가지다. 많은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탄생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자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그 의미에 공감하여 같이 축하해주기를 원한다. 브랜드의 팬이 되는 것만큼 고정적인 소비자로 만드는 것에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랜드 창립일은 그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는 이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너무 많다. 탄생 몇 주년을 말하는 브랜드만도 하루에 수십개가 넘는 축하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고, 별로 관심이 없는 브랜드들까지 자신들의 시작을 말하는 통에 결국은 나와 함께 해주는 소중한 브랜드의 시작까지도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됐다. 마치 모바일 메신저의 알림으로 받는 누군가의 생일 소식이 큰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처럼 같이 말이다.

둘째,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그 생일의 본질에 대해서 착각하고 있다. ‘나 오늘 생일이야’ 라는 말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문장이지만 축하한다는 말을 듣기도 전에 선물에 대해서 말한다면 이어질 축하의 의미 또한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의 생일을 말하는 브랜드들의 관점이 애석하게도 이와 같다. 다시 말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구실로 창립을 말해놓고서는 그를 구실로 만들어낸 아이템을 팔 생각에만 가득한 것이다.

셋째, 의사소통의 순서가 바뀌어있다. 사실 브랜드의 입장에서 창립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등을 만들고, 이를 팔고자 하는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적인 관점이 메시지 전달 방식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마치 아래처럼 말이다.

브랜드: “나 이번에 생일이야”
소비자: “어, 그래? 축…”
브랜드: 생일을 모두와 함께 기념하기 위해서 이 아이템을 기획했어. 이 상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쨌든 네가 나의 생일을 축하한다면 이걸 사야해“

자신의 생일이라 말하는 문장에 이어지는 메시지들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전혀 차이가 없다. 상대방에게 축하받기를 기대하는 목적의 의사소통으로는 결코 적절치 않다. 다시 말해 지금의 창립기념 커뮤니케이션에는 브랜드의 시작에 대한 의미를 말하고, 그 의미에 공감하는 소비자를 찾아내는 과정, 혹은 그 의미에 공감하게끔 만드는 과정이 생략돼버렸다.

물론 개인적인 대화와 브랜드의 매스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완벽하게 동일할 수는 없다. 이에 더해많은 소비자들이 창립기념의 메시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그냥 지나쳐 버리는 현실, 그로 인해 본론을 빠르게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인정해야 한다. 주의를 기울이고자 하는 브랜드보디 주의를 기울이기도 싫은 브랜드가 훨씬 더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다면 똑같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보여주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니라 단 한 명의 소비자라도 의미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에 주목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이를 적절하게 해낸 사례들이 있다.

성장의 매 순간, 버버리
매년 특별한 컨셉의 페스티브 디자인 영상을 보여주는 버버리의 2016년은 조금 더 특별하다. 탄생 16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버버리는 창립자인 토마스 버버리가 트렌치 코트를 탄생시킨 그 순간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THE TALE OF THOMAS BURBERRY 라는 패션 필름을 공개하고, 동일한 이름의 페스티브 캠페인을 전세계에서 열고 있다. 비바람을 막는 개버딘 소재를 개발하고, 군인들과 탐험가들을 위한 트렌치 코트를 만든 그 실화를 도널 글리슨, 시에나 밀러, 도미닉 웨스트, 릴리 제임스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통해 3분 36초의 영상으로 담아냈다.

함께 한 시간을 강조하다
버버리가 시그니처 아이템(개버딘 원단과 트렌치 코트)를 통해 브랜드의 시작을 말한다면,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그 시간을 강조하는 영상들도 있다. 먼저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 닷지는 100주년을 맞은 작년 슈퍼볼 광고를 통해 소비자와 함께 한 지난 100년의 의미를 강조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의 이름은 지헤(WISDOM). 100살이 넘은 노인들이 각자 자신들이 삶에서 얻은 지혜들을 말하고, 영상은 100년이란 시간 동안 닷지 역시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그 시간 동안 갖게 된 기술력에 대해서 논한다.

한편 같은 자동차 브랜드인 지프의 75주년 영상인 PORTRATIRS 역시 닷지와 유사하다. 다만 지프는 숫자로 대변되는 시간을 넘어 그 시간 동안 지프가 함께 해온 사람들에 대해서 말한다. 7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남은 것이 함꼐 해 준 사람들 덕분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가치를 말하다.
항상 가장 감각적인 매스 비디오 커머셜을 보여주는 애플의 30주년 영상은 조금 더 특별하다. 영상에서는 애플 30년의 시간이 응축된 결과물인 아이폰이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순간들을 담은 도구 역시 아이폰이라는 것. 애플의 30년은 그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 바로 곁에서 함께 하고 있고, 또 아이폰을 쓰는 모두가 그 30년을 함께 영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내 메시지의 순서가 잘못돼 있음을 말한바 있다. 창립 기념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파는 것이 공감의 과정 이후에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의 브랜드들 역시도 창립을 기념하는 상품들을 만들었다. 버버리는 “THE TALE OF THOMAS BURBERRY” 공개와 함께 매년 발표해온 기프트 페스티브 컬렉션 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향수, 키즈, 홈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16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상품들을 발표했다. 이 모든 컬렉션에는 영상에서 강조된 골드칼라, 개버딘 소재 등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넣었음은 물론이다. 토마스 버버리의 아이템들이 16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2016년 기프트 컬렉션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의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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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5주년을 함꼐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 말한 지프는 이와 동시에 마이 지프 스토리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통해 지프의 오너들이 각자의 지프에 대해 말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영상에 나온 수많은 자화상들과 현재 지프를 갖고 있는 실제 오너들을 연결지어 75주년 그 이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75주년이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기념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 이후, 지프는 이러한 시간의 가치를 담아낸 스페셜 에디션을 4개 차종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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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된 축하를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고 또 생명을 다하는 시대에서 창립 기념 영상을 만들고, 창립 기념 상품을 기획하는건 사실 확률 높은 게임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창립 기념 아이템의 대부분은 브랜드의 역사라던가 아이덴티티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기 보다는 그저 그 시점에 인기있는 유명인 혹은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에 그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 자체가 지금까지 창립 기념이라는 소재 자체가 너무나 소모되어서 이제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어필이 되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매년 창립 몇 주년을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는 그런 뻔한 반복은 더 많은 소비자들을 질리게 할 뿐이다. 부디 앞으로 또다시 창립기념을 말하는 브랜드들이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과 같은, 그리고 아래처럼 말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 소비자들도 더 많은 축하와 더 큰 호응으로 그들의 창립을 기념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 브랜드가 몇 년 전 오늘 태어났는데, 우리는 그동안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서 사랑 받아왔고,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할꺼야. 그런 의미로 이런 것들도 만들었어. 더 많이 축하받고 싶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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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찬

김정찬

김정찬(JungChan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Brand Manager로서의 speciality를 키워나가기 위한 안테나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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