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나듬, 홀로, 빠르게. 시티 허브 서울을 만드는 세 가지 키워드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첫 번째 캡슐호텔 ‘다락휴’가 문을 열었다. 처음 문을 연 그 장소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다락휴는 공항에서 스톱오버를 하는 여행객들, 비행의 시작과 끝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첫번째 타겟으로 하는 캡슐호텔이다.

한국을 찾는 여행객의 수, 그리고 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들이 늘어가는 것과는 달리 캡슐호텔이 2017년에야 첫 선을 보인 것에는 의아한 구석이 많다. (물론 우리 나라보다 아주 빠르게 발전했긴 했으나) 일본의 캡슐호텔은 이미 여행객을 넘어 자국의 프리터족에게까지 고객층을 확장했으며, 허브공항이 위치해 있는 런던이나 암스테르담, 홍콩과 같은 대도시에는 다양한 캡슐호텔이 각자만의 컨셉을 갖고 다양한 여행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잠깐 눈만 붙이고 나오는 곳, 돈 없는 여행객들이 찾는 값싼 숙소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이들 캡슐호텔은 인테리어, 정숙성, 편리함, 디자인 등의 강점들로 각자를 포지셔닝하고 있다.

캡슐호텔, 서울에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위의 도시들에 비해 거쳐가는 비행기가 많지도 않고, 관광산업의 발전도 늦었던 우리 나라에서 여행객이라는 필수적인 고객층이 확보돼야 하는 캡슐호텔의 태동이 늦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국내에 캡슐호텔의 도입이 2017년에야 가능했던 추가적인 배경들이 있다.

첫째, 관광산업의 너무나 빠른 발전속도이다. 국내를 찾는 관광객들은 한 해에 1천만명을 돌파한 2012년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여, 올해는 1천 7백만명, 내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 수요로 2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빠르게 증가하는 여행객 수에 비해 그 제반시설이 구축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서울은 관광객들에 대한 아무런 사전 기획 없이 완성된 도시이고, 관광객들의 유입은 이미 과포화 상태가 된 이후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시 말해, 내국인들에 해당하는 시설로만으로도 가득한 서울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내어줄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필연적으로 소모되는 투자비이다. 캡슐호텔은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숙박객들을 모으고, 이들에게 기본적인 휴식공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의 시설이다. 기본이 되는 캡슐을 제작하는 고정 비용뿐만 아니라, 공간 대비 많은 투숙객들에 대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치밀한 공간 계산이 필요한, 매우 고도화된 숙박시설이다. 넓은 공간을 방으로만 구분하고 이층 침대와 사물함만 넣어서 빠르게 문을 열 수 있는 호스텔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높은 기본 투자비는 앞서 언급한 첫번째 이유와 결합되면서 이 사업에 진입할 사업자의 어깨를 더욱 움츠러들게 해왔다.

세번째 이유는 수익성과 연관돼있다. 고급 호텔은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 동안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객실을 다양한 등급으로 분할함으로써 같은 공간으로도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한다. 이에 비해 캡슐호텔은 캡슐을 채우는 숙박객들이 지불하는 숙박비 이외에 다른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시설이다. 즉, 이들의 수요로부터 파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이 클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호텔이 국적 비행사라면 캡슐호텔은 저가 항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네번째 이유는 대체재이다. 통비나 숙박비 등으로 구성되는 서울의 기본 물가는 런던, 암스테르담, 홍콩, 도쿄 등의 대도시의 도시 거주 비용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다시 말해 이들 도시에서 일반적인 숙소를 피해 캡슐호텔을 찾게 하는 이유, 즉, 도심지에 있으면서도 낮은 가격으로 하룻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서울에서의 캡슐호텔에는 결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심지에서 캡슐호텔에 머무는 것과 택시를 타고 3성급 호텔에서 머무는 것과의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업자 입장에서 서울에서 캡슐호텔을 열었을 때 인근 모텔이나 3성급 호텔에 비해 과연 얼마나 낮은 가격을 소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캡슐호텔이 쉽사리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꼭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이처럼 캡슐호텔이 2017년에야, 그것도 서울 도심지가 아닌 인천공항에 들어선 이유는 기실 합리적이다. 위의 이유들로 인해 우리는 강남역 11번 출구 앞 시티 허브 서울(암스테르담의 유명한 캡슐호텔)이 아니라 인천공항의 다락휴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티클에서는 위의 배경들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도 캡술호텔이 생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각광받고 있는 사업형태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캡슐호텔이 들어서지 않았던 이유는 앞서 분석했듯이 다분히 경제적인 근거들로 가득하다. 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개인사업자의 입장에서 결코 진입하기 힘든 영역인 것이다. 그러나 캡슐호텔을 찾는 수많은 여행객들로부터 또다른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라면 어떨까. 꼭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수익의 개념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기에 캡슐호텔은 너무나 매력적인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캡슐호텔이 갖는 가치들을 키워드로 그 가까운 미래를 예상해보고자 한다.

캡슐호텔의 가능성을 말하는 세 가지 키워드
1. 드나듬
캡슐호텔은 마치 공항과 같다. 그 안에 머무는 이들은 상대적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아침 8시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지만, 캡슐호텔에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일 수도 있고, 하루의 가운데일 수도 있다. 게다가 조식이나 체크아웃 시간 등 사업자가 만들어놓은 규칙의 통제를 받는 고객들과는 달리, 필요한 만큼의 시간만 머무는 고객이 많은 캡슐호텔에서는 기존의 숙박시설에 비해 시간이 더욱 상대적으로 흐르게 된다. (물론 체크아웃 시간 등이 정해져 있는 캡슐호텔 역시 존재한다.) 제한된 공간,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빈번한 상대적 시간의 교차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한 유통시설을 연상케 한다. 누가 무엇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대응해내는 곳. 거대한 도시의 어디에나 있으며, 그곳을 찾는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도시 생활의 상징이 된 곳. 바로 편의점이다.

상대적인 시간의 숙박객들이 머무는 캡슐호텔과 더 많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온 편의점이 결합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편의점이 일반적인 상품군이 아니라 그 곳에 머무는 여행객들의 니즈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상품으로 매장을 구성한다면 말이다. 캡슐호텔 입장에서는 서비스할 수 없는 상품을 고객들이 쉽게 찾도록 할 수 있을 것이며, 편의점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적중율 높은 상품 구성이 이뤄질 수 있는 매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여행이라는 테마에 집중한다면 편의점뿐만 아니라 조금 더 타겟화된 형태의 유통채널인 드럭스토어에게도 캡슐호텔은 좋은 결합대상이 될 수 있다.

2. 홀로
캡슐호텔을 구성하는 고객군에 대한 통계조사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를 찾는 여행객들 중 혼자인 이들의 비중은 다른 어떤 숙박시설보다 높을 것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동료가 없는 여행객들, 그리고 언어 역시도 통하지 않는 이들 여행객들에게 캡슐호텔은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바로 세계 공통의 언어로 자리잡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아닐까.

태어난지 몇 해 되지 않은 아기나 전자기기를 접해본 적 없는 노인까지도 아이패드는 쉽게 조작했다는 후문처럼 높은 사용성의 모바일 앱은 언어와 관습의 장벽을 넘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캡슐호텔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요청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있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쑥스럼을 감수하고 혼자서 프론트를 찾아갈 필요도, 호텔 측에서는 어떤 상황에도 대처해내는 프론트 직원을 훈련시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캡슐호텔 중에 하나인 네덜란드의 시티 허브 암스테르담(CityHub Amsterdam)은 셀프 체크인, 이 정보가 등록된 스마트칩으로 기본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방 내의 조명과 알람, 음악 조절은 물론이고, 숙박객들끼리 지금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벤트들을 공유할 수 있는 뉴스피드까지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있다. 혼자서도 잘 쉴 수 있게 해주고, 혼자서도 잘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만능 해결사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3. 빠르게
다양한 컨셉과 규모로 나눠져 있는 외국의 캡슐호텔들은 침대만 캡슐 안에 두고서는 기존 숙박시설이 제공해왔던 서비스(조식 등)를 제공하기도 하고, 침대가 있는 캡슐 이외에 다른 공간(바, 식당, 프론트 등)이 아예 없애고 최소한의 공간만 여행객들에게 주기도 한다. 이러한 양 극단의 선택은 사업자가 지향하는 바, 혹은 해당 호텔을 찾는 고객의 수요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사실 가장 효율적으로 모두의 니즈에 대처해야 하는 캡슐호텔의 방향성에는 모두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통제된 조식 시간이 과연 얼마나 많은 캡슐호텔 숙박객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들은 상대적인 시간을 사는 이들인데 말이다. 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무런 먹을 거리도 제공하지 않는 곳을 두고 여행객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식사를 원하는 숙박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그에 드는 제반비용은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자판기와 HMR(가정식 대체식품, Home Meal Replacement)이다. 캡슐호텔에 머무는 여행객들이 바라는 것이 근사한 형태의 조식 뷔페나 현지의 풍미가 가득한 식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물론 그렇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빠르고 간편하게 허기만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그들은 그 양과 맛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라도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는 이들이다.

HMR은 가정식을 대체해야 하는 사업, 다시 말해 배고픈 이들이 주방이 아니라 전자레인지와 정수기를 찾게 하는 순간을 늘려야 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식습관보다 더욱 간편하고 맛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더 많은 이들에게 인지시켜야 하는 현 상황에서 캡슐호텔의 식당은 이들 회사에게는 움직이는 실험실이 될 수 있다.

꿈틀거리는 캡슐호텔의 미래
앞서 말한 다른 카테고리와의 결합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1명의 고객을 온전히 둘러싸는 독립적인 공간인 캡슐의 존재는 캡슐호텔을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각광받게 할 수 있다. 여행객들이 사랑하는 컨텐츠, 혹은 여행객들을 타겟으로 해야 하는 컨텐츠 기업들의 입장에서 그 캡슐은 작은 비용으로도 긴밀한 스킨쉽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심지에 자리할 (다락휴가 아닌) 시티 허브 서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서두에 언급한 서울의 현실적인 특성들로 인해 공간 대비 투자비는 결코 낮지 않겠지만, 하나의 캡슐호텔을 구성해내는 공간의 크기는 다른 숙박시설의 그것보다 현저히 작다. 다시 말해 접근성 좋은 도심지 건물의 1개 층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공간에서 태동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머지 않은 미래에 탄생할 시티 허브 서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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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찬

김정찬

김정찬(JungChan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Brand Manager로서의 speciality를 키워나가기 위한 안테나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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