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울수록 더 많은 것이 남는, 마법의 코-크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받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문장의 길이나 글의 유려함보다 그 짧은 편지 한 장에 담긴 그 마음 자체가 더 따뜻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물며 요즘처럼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인스턴트화 돼가는 시대에는 사실 그 마음보다 그 마음을 전하는 손의 따스함에 더 반응하게 된다. 그런 손길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 손길에 주목한 브랜드가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2011년부터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Share a coke”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문자 그대로 하면 코카콜라를 누군가와 함께 하자는 것, 혹은 코카콜라와 함께 즐거운 순간을 즐기자는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이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1월, 코카콜라는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고, 그들은 그 속에서 코카콜라라는 상품 자체가 곧 즐거운 순간, 따뜻한 손길을 주고 받는 매개체가 되도록 만들었다. 다시 말해 코카콜라를 주고 받는 그 행위가 곧 즐거움을, 따뜻함을 의미하게 하기 위한 캠페인을 만들었다. 코카콜라를 가장 코-크 답게 만드는 사인, 그들의 눈부신 브랜드 라벨로 말이다.

점점 더 발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코카콜라의 “Share a Coke” 캠페인은 비로소 2014년 한국에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상륙했고, 해를 넘기며 조금씩 더 많은 메시지를 소비자들의 손에 쥐어줬다.

2014년, 닉네임과 위로

2015년 다 잘될꺼양

2016년 코카콜라 X 카카오프렌즈

3년간의 “Share a Coke” 캠페인은 사람들이 하고픈 말이 적힌 그 라벨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편지가 됐고, 이모티콘이 됐으며, 또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손길이 됐다. 그리고 2017년 그들은 작지만 커다란 생각의 전환을 담은 패키지로 찾아왔다. 코-크를 건네는 그 행위 자체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혹은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을 위해 빨간 리본으로 장식된 공백을 남겨두었다.

 

2017년, 코카콜라 리본 패키지

라벨을 주고 마음을 얻다
헤아릴 수도 없는 전세계의 수많은 브랜드의 라벨 중 코카콜라의 그것은 가장 강력하게 인지되는 것 중에 하나이다. 눈을 감으면 생각날 정도의 빨간 색,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활력 넘치는 폰트, 그리고 실루엣만으로도 추측할 수 있는 그 병의 한 가운데를, 사람들에게 양보했다. 시각적 각인의 상징과도 같은 그 자리를 말이다. 그리고 라벨을 대체한 메시지는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돌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담은 코-크는 그들의 사진에 담겼으며, 일상에 짧은 위로가 되어준 코-크는 누군가의 사진으로 간직되고 또 공유됐다.

4년에 걸쳐 이어진 “Share a Coke” 캠페인을 통해 코카콜라는 시장에서 눈에 띄는 매출 증가나 점유율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캠페인을 위해 투입한 (상상하기도 힘들만큼의) 거대한 마케팅 비용이) 유통이나 판촉에 투자됐으면 훨씬 더 효율적인 단기 실적 증가를 이뤄냈을 것이다. 그를 포기했으나 코카콜라는 사람들 사이의 다리가 됐고, 관계가 됐다. 거대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동반하면서 말이다.

비우기의 조건
SNS를 범람하는 코카콜라의 라벨을 부러워한 많은 브랜드들 역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변경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라벨을 지우고 흔한 이름을 넣고, 짧은 메시지 적었다. 물론 개중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브랜드도 있으나 어떤 브랜드도 코카콜라와 같은 거대한 바이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무작정 라벨을 없앤다고 될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화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라벨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번째, 간결해야 한다. 사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적을 공간을 할애한 패키지는 주변에서 흔히찾아볼 수 있다. 특히 뺴빼로데이처럼 무언가를 건네는 것이 당연하게 되는 날에는 적을 곳이 아예 없는 패키지가 오히려 드물기까지 하다. 그러나 과연 팀에 빼빼로를 돌려야하는 경우가 아니고서 그 곳에 진심을 적는 사람이 있을까? 소비자가 패키지에 손수 무언가를 적는 순간, 그 메시지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워지고, 혹은 마지못해 적는 거짓이 된다. 편지지가 없어서 패키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편지지가 두려운 이들이 코-크와 그 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이었다.

두번째, 라벨에 담을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주고 받는 순간이 브랜드 이미지와 합치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평소에 소비자들과 나눈 커뮤니케이션에 좌우된다. 만약 코카콜라가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라벨에 담긴 닉네임과 이모티콘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혹은 그들의 라벨에 인생에 대한 진지한 충고를 담았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진에 담길 수 있었을까? 코-크가 라벨에 소비자들의 별명, 진지하지 않은 위로, 가볍지만 피식할 수 있는 이모티콘과 말장난을 담고, 조잡하지만 귀여운 리본을 얹은 것은 그것이 전세계 소비자들의 영원한 친구일 것만 같은 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위 2가지 조건을 갖춘 브랜드가 그 라벨이 없어도 대부분의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라면 그 메시지의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레드 칼라, 하얀 폰트, 병의 실루엣은 라벨이 없이도 충분히 코카콜라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상징이다. 그리고 이 상징으로 인해 소비자는 라벨을 대체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순간 코-크를 긍정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를 연결지어 인식하게 된다.

마법의 코-크
지난 4년 간 많은 이들이 코카콜라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짧은 인사를 건넸다. 고작 라벨에 브랜드명을 없앴다는 것만으로, 콜라 따위가 우리에게 용기와 대화와 웃음을 준 것이다.

누군가에게 콜라를 건네는 행위는 그들의 캠페인 슬로건 그대로 “Share a coke” 라고 쓰여질 수 있다. 코-크가 그랬듯이 저 문장에서 브랜드명을 없애보자. “Share a (              )”.

제대로 비우면 더 많은 것들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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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찬

김정찬

김정찬(JungChan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Brand Manager로서의 speciality를 키워나가기 위한 안테나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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