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미묘한 차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카페의 등장

만약 나에게 집, 회사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을 꼽으라면 아마 카페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카페는 필수적인 공간이 되었다. 카페가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카페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경험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깐 시간이 생길 때 혼자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고 공부나 작업을 하기에 편리하고 어느 누구를 만나도 불편함이 없는 공간. 그동안 우리는 이렇게 주로 한정된 니즈를 바탕으로 카페를 찾았고, 그간의 카페들은 이러한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었다. 그러나 점차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니즈가 생겨나면서 이에 맞춰 다양한 경험적 요소를 강조하는 카페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비쥬얼과 맛을 겸비한 커피와 디저트를 내세우거나 식음료보다는 분위기있는 공간을 강조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소비적 니즈와 경험을 과시하고자 하는 니즈를 채워주는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또한 다른 카페들과는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며 미식가들로 하여금 성지순례하듯 카페를 돌도록 만드는 곳도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트렌드와는 조금 다르게 카페의 경험적 요소들을 통해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리도록 설계한 곳들이 등장하고 있다.

 

*카페 2막, 좁은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오픈된 경험

서촌의 카페 2막은 반전있는 카페 브랜드이다. 한적한 길 모퉁이에서 발견한 카페 2막의 첫인상은 반가움에 가까웠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밝고 심플한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고 매우 협소해 보이는 내부는 ‘take-out only 카페인가? ‘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2층에 또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카페 2막은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듯이 매우 작은 공간에 만들어진 카페이기 때문에 2층과 3층으로 연결된 계단도 매우 가파르고 좁다. 이용자에게 상당히 불편하고 불친절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층과 3층의 공간도 여느 카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 또한 그리 편한 공간은 아니다. 2층은 번듯한 테이블이 없이 작은 공간 안에 벤치만 빙 둘러 있는 형태이며 3층은 테이블이 단 1개밖에 놓여져 있지 않다. 언뜻 보면 2층과 3층 모두 공간 구획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라 처음 카페 2막을 방문한 사람들은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에 대해 뜻하지 않게 당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카페2막은 공간 배치부터 분위기까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카페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다른 경험적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라 하면 보통 편한 공간 또는 예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있으나 카페 2막은 그 어느 고정관념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페의 전형적인 형태에 속하지 않는다는 브랜드의 특성을 보여주듯 전체적인 분위기와 공간구성도 ‘오픈된 형태’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나름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1층의 음료 제조 공간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2층이 나오는데 2층에는 테이블이 없어 자연스럽게 오픈된 형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3층은 오직 테이블이 1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테이블을 쉐어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오픈된 형태를 만들고 있다. 오픈된 공간의 2가지 형태를 모두 한 공간에 담음으로써 기존의 카페를 이용해왔던 서비스경험과는 다른 형태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 2막에는 요즘의 그 흔한 책상+콘센트의 조합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즘의 흔한 트렌디한 카페를 이루는 요소(넓은 공간, 여러개의 좌석, 비쥬얼이 예쁜 식음료 등)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오픈형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공간을 쉐어한다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또한 협소한 공간에서 take-out과 eat-in 경험이 hybrid형태로 보여진다는 점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 이와 상반된 오픈형 카페

카페 2막과 같은 오픈형 카페는 언뜻 생각해보면 요즘의 라이프스타일과는 상반된 측면을 갖고 있다. 최근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카페를 이용하는 모습도 누군가와 함께이기 보다는 혼자 공부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밥(혼자 밥먹기) 등 혼자 할 수 있는 무언가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쉬운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와는 상반되게 카페 2막은 혼자 오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둘러 앉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개성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카페 2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혼자 카페를 이용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공간을 쉐어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오픈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카페2막의 오픈된 공간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나의 개인 공간이 줄어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편한 카페나 예쁜 카페보다는 컴팩트한 공간 안에서 부담없이 take-out과 eat-in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특성을 보일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카페의 등장

기존의 카페 브랜드들은 주로 제공하는 컨텐츠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카페, 수면카페, 북카페 등 그 주제도 다양하다. 아마도 카페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다른 컨텐츠를 담기에 용이하고 특정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화된 공간이며 그간에는 방문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거나 정교하게 꾸며진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양하게 변주되기 용이했다.

하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마다 특성이 모두 다르고, 카페를 이용하는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단순히 다양한 컨텐츠와의 조합이 아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카페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 분위기, 이용방법 등의 다양한 요소에 변형을 가미하여 이용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카페 브랜드가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nomad worker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standing work이 가능한 카페나 디지털 디톡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특정 구역에 자리를 잡으면 digital signal free상태로 만들어주는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지점마다 일관된 컨셉과 분위기를 유지해왔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앞으로 입점 지역에 따라 그 지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대형 카페들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은 그러한 경험에서 엿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들이 라이프스타일의 좌표를 제공하지 않아도 고객들은 이미 각각의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카페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경험의 일부가 되고 싶어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축적해 온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경험을 할 수 있는 카페를 찾을 것이다. 이러한 니즈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도 일관된 브랜드 경험보다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카페 2막은 아주 뚜렷하게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간 천편일률적으로 구성해왔던 카페라는 공간을 컴팩트하지만 오픈된 공간으로 조성하였고 이를 통해 개방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카페 2막은 2막이라기보다는 2막으로 가기 전 인터미션과 같은 공간이다. 라이프스타일에 관계없이 대중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카페에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경험을 디자인하는 카페로 가는 인터미션에 가깝다. ‘카페는 이래야 할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경험을 디자인한다면 누군가에게는 ‘나에게 맞는 곳’ 이라는 경험적 요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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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최지은(Jieun Choi)│KEEP DREAMING. 세상을 꿈꾸게 하는 가치, 그 가치를 만드는 트렌드를 전합니다./feliciaji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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