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Instant Pickup’, 유통의 울타리를 허무는 짜릿함을 상상하라

경영학원론 교수님은 마케팅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를 상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그리고 판촉(Promotion) 순으로 말씀하셨다. 당시에 유통은 4가지 요소 중에 순서도 3번째였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의 강의안에도 유통은 다른 3가지 요소보다 덜 중요하다고 써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후로 10년, 온라인 쇼핑은 어느새 오프라인 쇼핑만큼이나 그 시장 규모를 확장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유통은 매일매일 그 한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도전의 선두에 서있는 기업으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기업인 아마존은 유통의 경계를 넓히는 또 한 번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마존은 지난 달 15일부터 시작한 ‘Amazon Instant Pick-up’(이하: 인스턴트 픽업)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스턴트 픽업은 간단히 말해 별도의 모바일앱을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수백가지의 품목 중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하면, 그 상품을 ‘2분 안에’ 픽업데스크로 배달해주는 서비스이다. (현재 픽업데스크를 운영 중인 미국 내 22개의 지점 중 일부 지점에서 제한적으로 시작)

그 아마존이, 이제 와서, 픽업서비스를?
인스턴트 픽업은 간단히 말해 편의점과 자동판매기, 그리고 배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믹스한 형태의 서비스로 설명될 수 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수, 그리고 자사만의 별도의 픽업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인프라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서비스라 생각될 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마존이 하필 이제서야 이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한 배경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인스턴트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편의성이다. 물론 기존 편의점이나 자동판매기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인스턴트 픽업의 대상이 되는 수백 가지 물품의 다양성,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인스턴트 픽업은 음식, 음료수, 개인위생용품뿐 등뿐만 아니라 아마존 에코/에코닷(AI 스피커), 파이어(태블릿), 킨들(e-book) 과 같은 아마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자기기까지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아마존 인스턴트 픽업과 유사한 유통채널(편의점, 자동판매기, 배달 서비스 어플리에키션)에서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주문한지 2분만에 받아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들이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이 서비스가 핵심고객인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만 제공된다는 점이다. 기존에 무료영화, 음악 및 무료배송 등 주로 편의성의 영역에서 차별점을 가지던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에게 다른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즉각적으로 그 물품을 수령해야 하는, 기존에 편의점이나 자동판매기의 영역이었던 상황까지도 아마존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이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은 자사의 판매채널을 넓힐 뿐 아니라, 프라임 멤버십의 가치 또한 확장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렇게 강화되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가치가 일반 회원들에게 아마존 프라임으로의 진입을 유도하는 한편, 기존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그 멤버십을 유지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것은 분명하다.

기존 픽업 서비스와는 다른 방향성. 그리고 더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존 인스턴트 픽업은 지금보다는 가까운 미래를 내다본 서비스이다. 사실 기존에 국내의 유통 대기업들 또한 이와 유사한 픽업서비스(롯데쇼핑의 스마트픽, 신세계백화점의 매직픽업) 혹은 빠른 배송(이마트의 쓱배송, 쿠팡의 로켓배송 등)을 제공하며 온라인 쇼핑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이들의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을 보조하는 차원에 그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차원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아마존 인스턴트 픽업은 다르다. 온라인 멤버십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채널을 통해, 이들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지금까지는 제공하지 않았던 편의성(2분)을 더해 제공하기 때문이다. 향상된 품질의 서비스를 최대한 많은 온라인 쇼핑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국내 대기업들의 픽업 서비스와는 분명히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사실 아마존이 이 서비스를 기존에 갖고 있는 22개 픽업데스크 전체가 아니라 5개 지점에서만 시작했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의 본질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상주하는 직원이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창고에서 찾고, 2분 안에 정해진 캐비닛에 넣어두어야 한다는 오퍼레이션, 다시 말해 소비자가 픽업데스크로 찾아올 수 밖에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 말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만약 이 서비스에 드론을 접목시킨다면 어떨까? 픽업데스크는 소비자가 찾아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드론이 출발하는 곳이 될 것이고, 픽업데스크의 영역은 드론의 비행거리만큼이나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곧 잠재 고객의 확대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인스턴트 픽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가치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먼저 따라하는 사람이 임자? 재미는 있지만 실패할 시도?
과연 아마존은 한국에 진출할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한국은 한정적인 시장의 크기를 제외하고는 (물론 시장의 크기는 진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지만) 아마존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경험을 충분히 학습한 소비자가 많으며, 인터넷 인프라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대도시로의 인구집중화, 아파트로의 거주집중화가 매우 심화돼 있어 오프라인 인프라을 구축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리고 아마존의 진출에 대해서 청신호를 보내는 이런 제반 여건은 인스턴트 픽업 서비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즉, 인스턴트 픽업과 유사한 서비스가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기 전에 다른 기업들에 의해서도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를 모방할 수 있는 업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업종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무엇보다도 이미 대도시 곳곳에 오프라인 인프라를 확보해두고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을 지닐 뿐 아니라 회사별 PB 상품들을 통해 자사의 픽업데스크를 차별화시킬 수도 있다. 즉, 수많은 매장을 허브로 하여 오피스 지역이나 학교 등지에 픽업데스크만 만들어놓으면 가장 빠르게 인스턴트 픽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 하나의 점포를 꾸려나가는 것에 최적화된 창고 및 인력 운영의 노하우, 인스턴트 픽업의 핵심 요소인 멤버십을 통한 서비스의 차별화 등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두 번째는 배달 어플리케이션 업계이다. 사실 아마존이 지난 6월 미국의 프리미엄 식품 체인 홀푸드 마켓을 인수했을 때 그들이 음식 PB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만약 이 제품이 인스턴트 픽업 서비스의 대상이 된다면 인스턴트 픽업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떨까. 제휴를 맺은 업체들의 정해진 상품을 정해진 장소로 배달해주는 배달 어플리케이션이나 여기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품들도 대리 구매할 수 있는 심부름 어플리케이션은 사실 픽업데스크 없이도 그들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의 메인 상품이 아니었던 스낵류(샌드위치, 음료)까지도 서비스의 범위로 포함시키려 한다면 오피스나 학교 건물 내에서의 인스턴트 픽업 서비스를 파일럿의 차원에서 고려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올리브영, 롭스, 부츠 등의 H&B 스토어들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유통업태 중에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취급하는 제품들 또한 화장품을 넘어서 상비약, 식료품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더구나 그 시장이 확대되면서 PB 상품이나 단독상품들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등 인스턴트 픽업 서비스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또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점포 단위로 최적화된 자원을 별도 픽업 데스크에 할애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모방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날개 달린 택배 아저씨를 기다린다
이번 글에서는 아마존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픽업 서비스의 차별점을 뜯어보고 그 서비스의 한국시장에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월마트, 애플, 유니클로, 이케아 등 시장의 질서를 바꾼 글로벌 대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때마다 국내 대기업들은 공포에 떨었고, 그 중에는 그 공포가 들어맞았던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아마존의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탄탄하게 무장돼 있는 국내 온라인 쇼핑 질서에서 아마존 역시 고전할 수도 있고, 전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은 무기들로 한국 시장 역시 평정할 수도 있다. 사실 그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비단 우리가 아니라도 더 잘할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아마존이 아니라) 어떤 회사라도 좋으니 인스턴트 픽업 데스크를 시도하고 2분 전에 주문한 상품을 드론에 태워서 내 사무실 책상으로 가져다 주는 그런 짜릿한 경험을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는 갖고 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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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찬

김정찬

김정찬(JungChanKim) Editor / 똑같은 상품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수명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렌드인사이터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Brand Manager로서의 speciality를 키워나가기 위한 안테나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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