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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먹으세요. 이미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미국 터프츠 공대 연구진은 앞으로의 헬스케어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음식물의 영양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센서이다.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센서가 아니냐고? 아니다.

고춧가루보다 조금 센서

물리학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를 통해 발표될 이 센서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바로 그 크기이다. 불균일한 치아 표면에도 쉽게 부착되는 이 금색 센서의 크기는 겨우 가로 2mm, 세로 2mm. 다시 말해, 치아에 항상 부착해두고도 아무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 miniaturized sensor mounted on a tooth. Photo: SilkLab, Tufts University

그렇다면 이 작은 센서는 어떻게 영양성분을 추적하는 것일까? 발표에 따르면 이 작은 센서는 3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먼저 가장 안쪽에는 ‘생체반응형’ 레이어가 있는데 이는 여기에 접촉되는 화학물질의 영양성분을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분석할 수 있는 영양성분은 알코올, 염분, 포도당 정도이며, 연구진은 더 많은 영양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계속 연구할 것이라 밝혔다.) 이 중앙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바깥쪽 2개의 금색 레이어를 거치며 무선 주파수의 형식으로 변형, 외부로 전송된다. 

행위 접근법에 부합하는 센서의 등장

기존에 식이섭취를 관리하기 위해 개발됐던 여타 장치에 비하면, 이 센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 크기만으로도 매우 놀라울만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기존 장치들은 별도의 기기를 필요로 했다. 즉, 섭취하려는 음식의 영양성분을 먼저 측정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기 전에 스캐너로 음식을 검사해야 했다. 다시 말해 일단 스캔한 음식물에 대해서는 그 영양성분을 정확하게 스캔할 수 있었으나, 사용자로 하여금 먹는 행위와 관련 없는 별도의 행동을 하도록 하거나, 반드시 별도의 기기를 소지하게 했다는 점에서 사용성에 큰 결함을 가져왔던 것이다. 결국 사용자의 편의성과 분석의 정확성 사이의 괴리를 좁히지 못했으며, 이는 IoT 기기의 핵심인 행위 접근법에도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참고 아티클: 사물과 인간, IoT로 ‘새롭게’ 通(통)하였느냐?)


행위접근법

단순히 사물을 통해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해서 IoT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실제로 수행하는 기능과 그 기능으로 인해 인간이 기대하는 결과가 밀접하게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행위를 기준으로 이어진 사물과 사람과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바로 IoT의 핵심이다.

1) IoT 기능은 사물이 지니는 본래 목적의 연장선상에 위치해야 한다.

2) 인간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서비스가 그 행위의 범위 내에 속해야 한다.

3) 해당 행위의 결과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분명한 효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알레르기 유발 항원 혹은 음식의 열량까지 분석해주는 텔스펙이나, 개별 재료의 성분까지 세부적으로 분석해주는 SCIO에 비해 이 센서는 분석 가능한 영양소의 범위, 분석의 정확성 등의 측면에서는 아직 많은 보완점을 지닌다. 그러나 기존 기기들의 본질적 한계, 즉 사용자의 ‘먹는’ 행위에 더해 추가적인 행동(스캐닝)이 있어야 하거나 별도의 기기(젓가락 등)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거에 극복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커다란 도약을 이뤄낸 것이다

그렇다면 비로소 영양성분 분석을 행위접근법의 범주 안으로 진입시킨 이 센서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될까? 

헬스케어 분야의 지각변동을 기대한다

먼저 이 센서의 상용화를 가장 원하는 곳은 바로 특정 성분의 섭취를 주의해야 하는 식이질환 환자들, 그리고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의료기관이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재 분석할 수 있는 알코올, 염분, 포도당 이외에 추가적인 성분까지 분석가능한 범위로 포함돼야 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가능성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물론 현재 이 센서의 분석대상은 기본적으로 특정 성분이며, 섭취하는 음식물의 열량 등을 폭넓게 분석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먹는 행위’와 ‘분석’을 일치시킬 수 있다는 특성 상, 1차로 수집된 정보들을 외부 앱 등에 리스트업하고, 여기에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입력한 정보(신체 스펙 등)와 추가 기록(해당 음식의 종류, 포만감의 정도 등)을 더한다면 기본적인 식이습관 모니터링 기능은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hoto: pixabay.com

사실 이미 상용화된 어플리케이션들 역시 자동으로 수집한 데이터만으로 완전한 형태의 정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가계부앱들도 1차로 카드결제 정보를 수집한 후, 이에 대한 사용자의 조정(카테고리 분류 등)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운동앱들 역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된 활동 데이터에 사용자가 추가적인 정보 (운동의 종류, 강도 등)를 입력해야 완전한 형태의 정보로써 기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해당 행위에 연계된 데이터를 “추가적인 행위” 없이 트래킹하고 리스트화할 수 있다면, 이어지는 조정 작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비로소 섭취까지 추적하다

인류가 영생하지 않는 한 그리고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한, 헬스케어 산업은 언제까지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관심도에 걸맞게 우리는 수도 없는 헬스케어 기술들의 흥망성쇠를 목도해왔다. 그 열망에 따라 몸의 “활동”을 추적하는 기술은 어느덧 상당한 정도로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이 데이터에 대한 모니터링과 진단에도 많은 기술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몸에 “섭취”되는 것을 추적하는 기술은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입 전체에 마우스피스를 끼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비로소 또다른 방향으로의 진전이 눈 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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