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Opportunity From MICRO TREND

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공간을 창조하는 공감각의 상자들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채운다.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으로, 기억이 담겨 있는 물건으로. 같은 공간이라도 무엇이 있는가에 따라서 그를 채우는 공기는 사뭇 달라지고, 때로는 유형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만의 추억이나 혼자 느낄 수 있는 감각들로 채워진 공간의 온도가 더 높기도 하다. 이에 더해 그 감각이 풍부할수록, 다시 말해 시각과 후각, 청각 등 여러 차원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조화되거나 혹은 그 감각을 통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곳은 언제까지나 머무르고픈 공간이 되곤 한다.

유달리 서론이 긴 이유는 이번 아티클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들이 이와 같은 공간의 마법을 발휘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공감각을 자극하면서 오리지널리티와 환상을 더해주는, 그를 통해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마법이 여기에 있다.

LE LABO, 우리끼리만 아는 그런 공간

먼저 만나볼 감각은 LE LABO(이하: 르 라보)라는 니치 향수 브랜드의 SANTAL 26(이하: 상탈 26)이다.

네모난 나무 상자 위에 올려진 백열전구와 독특한 모양의 유리 플라스크로 이뤄진 이 제품, 이름도 이색적인 상탈26 의 정체는 전기로 작동하는 홈 디퓨저이다. 유리로 된 플라스크에 전용 오일을 넣고 전원을 켜면, 그 오일의 향기가 미스트로 분출되는 방식.

SANTAL 26 (https://www.lelabofragrances.com/santal-26-458.html)

작동원리는 간단하지만 내뿜는 감각은 그렇지 않다. 처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히 향기이다. 2006년 뉴욕에서 출발한 이후 남다른 아이덴티티로 니치 향수 시장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온 르 라보의 유일한 전기제품인 이 디퓨저의 이름은 상탈26. 이 브랜드의 시그니쳐 향수인 상탈33의 홈 프레그런스 제품인 상탈26과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디퓨저의 기본 패키지인 전용 오일이 상탈26 향이다.)  후각 다음은 시각이다. 플라스크에서 나오는 상탈26의 향기 미스트와 이 전구가 내뿜는 노란색이 어우러지며, 곧 그 공간은 르 라보가 그 사용자에게만 허락한 공간으로 변한다. (당연히 상탈26에는 이 전구만 끼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탈26은 그와 이름을 공유하는 향기(후각), 오로지 상탈26만을 위해 디자인된 전구가 내뿜는 색깔(시각)을 나무 상자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다이얼을 통해 조화시킨다. 장치는 2(전구, 디퓨저)인데, 다이얼은 1개. , 다이얼을 돌리면 향기의 분사 정도와 전구의 조도가 같이 조절된다. 향으로 가득 채우고자 하면 빛 또한 그와 같이 차고, 이미 향이 충분하다면 빛 또 고요하게 줄어든다.

SANTAL 26 (https://www.lelabofragrances.com/santal-26-458.html)

당연히 실용성과는 거리가 한참 먼 제품이다. 일례로 최근 나오는 스마트 디퓨저는 여러 개의 향을 사용자가 직접 조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사되는 시간과 강도 까지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 후각이라는 하나의 감각을 기계적으로(사용자 편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이런 스마트한 제품들과 상탈 26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리시엘, 매일매일 떠올리는 그 순간

상탈 26이 공감각에 르 라보의 오리지날리티를 더했다면, 다음 제품은 공감각에 상상을 더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이름은 barisieur(이하:바리시엘)이다.

barisieur (https://www.indiegogo.com/projects/the-barisieur-coffee-tea-alarm-clock-design#/)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리시엘의 기능은 커피를 내리는 기계이다. 끓은 물을 튜브를 통해 필터를 통과시켜 커피를 내린다. , 커피가 다 내려질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잠에서 깨기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바리시엘은 알람기능이 탑재된 커피머신이다. 사용자는 물과 원두를 담은 후 시간을 정해둔 채 잠들고, 다음 날 아침 그 시간에 (원래는 어젯밤에 작동됐어야 할) 그 움직임이 시작된다.

바리시엘의 공감각 역시 해체해보자. 가장 먼저 자극되는 감각은 물이 끓는소리가 전달하는 청각이다. 후각이 바로 이어진다. 항상 마시던 그 커피 향기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방의 공기를 채운다.

상탈 26과 마찬가지로 바리시엘 역시 실용적인 제품은 아니다. 시중에 커피 머신의 종류는 헤아릴 수 조차 없고, 바리시엘은 그 기계들이 선보이는 현란한 기술들은 당연히 보여주지 못한다. (심지어 우유도 직접 넣어야 한다.) 유일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알람 역시 그리 대단한 기능은 아니다. 삽시간에 알람시계를 멸종시켜 버린 스마트폰은 언제나 우리 머리 맡에 있으며, 그 스마트폰의 수면관리앱들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수면패턴을 분석하여 괴롭지 않게 아침을 맞이하게 해주고 있지 않은가. 모닝커피를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눈을 뜬 후, 만능 커피머신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될 일이다.

눈 뜨자마자 마시는 따뜻한 커피. 그것만으로 책정된 바리시엘의 가격은 무려 395달러. 누가 사겠냐고? 바리시엘은 인디고고에서 무려 77만 달러의 펀딩을 받았다.

barisieur (https://www.indiegogo.com/projects/the-barisieur-coffee-tea-alarm-clock-design#/)

77만 달러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행복한 아침(혹은 덜 고통스러운 아침)을 상상한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이 끓는 소리와 커피 향으로 공간을 채우고, 모닝커피를 마시는 상상을 잠결에 할 수 있게 했다는 것. 그 감각의 힘이 이 제품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상탈26도 마찬가지이다. 르 라보가 책정한 상탈 26의 가격은 590달러(물론 프리미엄 니치 향수를 지향하는 르 라보의 기본 가격대가 높다. 상탈 26의 본 향수인 상탈33 100ml 260달러.)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르 라보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소비자들 위해 르 라보는 상탈26에 유형의 오리지널리티를 더했다. 북미 지역(상탈33의 모델이 미국의 야성적 남성)에서만 나오는 단풍 나무로 제작되고, 각각의 제품에 각각의 시리얼 넘버를 새겨 두었다.

공감각의 마법, 영원한 공간을 만들다

이번 아티클은 손에 잡히지 않아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감각에 다른 감각을 더해 공간을 변화시키는 2가지 마법과 같은 제품에 대해 다뤘다. 그리고 르 라보는 여기에 오리지널리티를, 바리시엘은 상상을 더하여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언제까지고 머무르고픈 공간, 이 마법과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참고: 매거진b vol.65 LE LABO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