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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처럼 날 케어해줘! 애니멀라이프족

인간의 삶에서 로그아웃하고 싶어요!

인간은 태어난 존재 자체로 고통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삶에서 끊임없는 고뇌와 갈등이 반복되고 이는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극도로 치닫는 피로사회에서는 가끔 인간의 삶이 버겁다고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가끔 다음 생에는 아무 걱정 고민 없이 한량한 삶을 사는 누군가의 애완견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모두가 부러워 할 다이아수저급 상팔자를 누리고 있는 패리스힐튼의 퍼피면 더 좋겠다. (아, 인간의 입장에서 미처 헤아리지 못한 애완견의 고민이 있다면 그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하지만 이제 어쩌면 다음 생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삶에서 로그아웃하여 동물로 빙의한 애니멀라이프족이 등장했으니까!


애니멀라이프(Animal Life) 족

동물의 행동 모습을 따라함으로써 마치 인간이 아닌 동물이 된듯한 느낌을 받으며 색다른 휴식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구체적으로는 주인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 아래 나른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애완동물의 삶을 느끼고 싶어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아주 사소하고 세심한 케어를 받는 것에 니즈를 가진 마이크로족


애완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돌보며 마음의 안정을 느끼기도 하고 지친 심신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애니멀라이프족은 누군가의 케어를 받으며 소소하지만 안락한 삶을 사는 애완동물로 자신을 직접 투영시키고 싶어한다. 

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고양이 애호가 중 77.5%는 고양이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생활을 부러워하며 ‘실제로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고양이가 되어 가장 하고 싶은 일로는 ‘하루종일 낮잠자기’, ‘응석부리기’가 상위에 랭크되었으며, ‘정해진 장소에 배변을 하여 칭찬받기’도 그 뒤를 이었다. 복잡하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들은 제멋대로 살아도 인간에게 사랑받는 애완동물의 삶에 동경을 느끼며 애완동물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최근 어반힐링족이나 얼리힐링족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애니멀라이프족은 인간의 상태에서 휴식을 느끼는 것이 아닌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로그아웃하여 동물이라는 다른 세상에서의 휴식을 즐기고 싶어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과연 인간의 세계에서 한발짝 물러나 일상생활에서의 아주 작은 고뇌마저 생각나지 않게 자신을 놓아버리는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고양이처럼 펫 하우스에서 자볼까?

일본의 Bibi Lab에서 사람을 위한 휴먼 펫 하우스(Human Pet House)를 만들었다. 넓고 푹신한 침대가 아닌 아주 작은 펫 하우스에서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낮잠을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말이다. 일반 펫 하우스보다 약 6배 정도 큰 휴먼 펫 하우스는 마약방석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안감으로 구성되어 안락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3cm 두께의 외벽이 햇빛과 주위 소음을 적당히 차단하여 언제든 단잠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는 편안히 쉴 수 있는 크기가 아니지만 스스로를 고양이라고 생각한다면 좁은 곳에 몸을 포개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Human Pet House, http://www.bibilab.jp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새가 되고 싶다면?

이스라엘의 OGE Group은 아기새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새둥지 침대(Giant Birdnest)를 선보였다. 나무로 제작된 바운더리에 알 모양의 패브릭 쿠션으로 채워진 이 부드러운 둥지는 바운더리 크기에 따라 2-3명에서 최대 16명의 인원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쿠션의 모양이나 디자인 선택이 가능한데 쿠션 종류를 달리하여 때로는 나무 위의 아기새가 될 수도, 때로는 마당 안의 병아리가 될 수도 있다. 이 디자인 침대는 수면을 위한 목적보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으로 제작되었다. 눕는 자세에 따라 몸을 착 감싸주는 알집 쿠션이 안락한 느낌을 더해주며 아기새가 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이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이 새둥지 침대만 있다면 어미새가 물어다주는 모이를 받아먹으며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는 아기새의 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Giant Birdsnest, https://www.oge-group.com/

동물로부터 배우는 진정한 휴식의 의미

위 두 가지 사례처럼 애니멀라이프족은 안전하고 포근한 상태에서 누군가의 지속적인 케어를 받는 애완동물의 일상을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등장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동물의 행동 모습을 따라하는 1차원적인 방식의 휴식이 아닌 일상 속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내면의 평화를 제공해주는 컨텐츠가 있다면 어떨까. 

1. Inner Peace가 필요한 순간엔 애니멀라이프 앱을 켜자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번 오르내리는 감정기복에 쉽게 지쳐버리곤 한다. 이렇게 어지러운 인간의 감정세계에서 벗어나 Inner Peace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니멀라이프 앱을 제안해본다. 가령 모바일 앱이나 AR기기를 이용하여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동물들만의 특별한 휴식법을 알려주는 컨텐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안 좋은 일을 금방 잊어버리게 하는 고양이 명상법, 어디서든 단잠에 빠지게 하는 나무늘보 수면법 등을 큐레이션해줌으로써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다양한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2. 아무도 모르게 애니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호텔 서비스

누군가로부터 세심한 케어를 받고 싶은 니즈에 중점을 둔다면, 펫프랜들리호텔(Pet-friendly Hotel)에서 애완동물과 동일한 서비스를 인간에게도 제공해주는 이벤트를 제안해볼 수 있다. 애완동물과 같이 누워서 미용관리를 받거나 펫 유모차를 타고 함께 산책을 시켜주는 등의 색다른 경험 제공이 가능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오타쿠처럼(?) 보여질까봐 두렵다고?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극강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시크릿한 서비스로 제공된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휴식 체험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애니멀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사용자들을 위해 특정 제품을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나 원초적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컨텐츠도 머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이들이 애니멀라이프를 즐기고 다시 인간의 생활로 돌아왔을 때 평화로운 기분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기획되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때로는 인간의 삶이 버거울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조건없이 사랑과 관심을 받고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며 여유를 부리는 애완동물들의 삶이 인간의 지위에서도 충분히 누려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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