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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좋아요. 당신의 취향이 궁금할 뿐. ‘현대판 소셜살롱’

“오 이거 내 취저야.” “우리 개취는 존중하자.” 이런 말들 해보신 적 있나요? 취향은 매우 명확한 것 같지만 때로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설명이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에디터에게 무엇을 고를 때, 심지어 사람을 만날 때에도 중요하게 보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취향’이라고 답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 ‘취향’이란 개념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누군가를 나타내기도 하고 편집샵처럼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판매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과시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반대로 취향을 드러내기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 자신의 취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알려준 것도,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도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이는 사용하는 물건을 통해, 향유하는 콘텐츠를 통해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 밀접하지만,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해왔다. 최근에는 이렇게 사적인 취향을 공통 분모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신기한 점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공유하며 타인의 취향을 엿보기 위해 모인다. 말 그대로 ‘취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모인다.

당신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 속으로 초대합니다, ‘취향관’

‘일상을 취향으로, 취향을 일상으로’ 라는 슬로건 아래 오로지 취향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공간이 등장했다. 취향관은 합정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일반 주택을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 곳을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이 곳이 왠지 궁금하지만 선뜻 들어가기는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공간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올해 1월에 가오픈을 한 따끈따끈한 곳인데,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킷스튜디오에서 만든 공간이다. 살롱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즌제 멤버십을 통해 취향을 공유할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만들어가는 취향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멤버십에 가입하면 해당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영화, 책, 음악, 디자인, 잡지 등 콘텐츠를 매개체로 하여 취향을 공유하고 표현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과 타인의 취향을 인터랙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한다. 시즌제 멤버십에 가입하면 횟수 제한 없이, 여러 모임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장점이다. 더불어 시즌마다 회원들이 함께 특정 종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4~6월 시즌에는 매거진을 주제로 하였고 7~9월 시즌에는 사진/그림을 주제로 콘텐츠를 완성할 것이라고 한다. 4~6월에는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살롱이 운영되었으나, 7~9월 시즌부터 오픈 살롱은 폐지 예정이다.)

취향관, https://www.project-chwihyang.com
취향관 오픈 살롱 ‘목요일은 밤이 좋아’

취향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든, 참여하고 있지 않든 라운지나 바에 앉아있기만 해도 서로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취향관은 스스로를 ‘살롱’이라고 표현한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예술가들이 모여 일상과 사회,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살롱’을 지향한다고 상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를 구성하고, 그 안의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교류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좀 더 깊이있게 당신의 취향을 탐구합니다, ‘소셜살롱 문토’

취향 기반의 모임 공동체 문토도 큰 틀에서 취향관과 다르지 않다. 동일하게 시즌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모임은 격주로 고정되어 이뤄진다. 매월 주제에 따라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모임을 진행하며 정규 모임과 별개로 함께 놀러나가는 행아웃이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취향관과 다른 점은 멤버십에 가입한 후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의 주제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글쓰기, 책, 영화, 음악,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이 형성되어 있지만 특정 주제의 멤버십에 가입하면 해당 주제의 프로그램만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을 주제로 하는 <음악의 이해> 멤버십에 가입하면 <음악의 이해>에 해당되는 프로그램만 참여할 수 있고, 글쓰기나 책 등 다른 콘텐츠와 관련된 모임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없다. (취향관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과 상반된다.) 다만 다른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일일 멤버십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체험은 가능하다.

소셜살롱 문토, https://munto.kr
소셜살롱 문토, https://munto.kr

조금은 제한적이지만 이러한 운영방식때문에 문토는 한 가지 주제(장르)의 멤버십에 가입하면 해당 주제에 조금 더 깊이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취향을 기반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욱 깊이있게 탐구한다는 것이 문토의 활동목표인만큼 토론, 독서, 세미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탐구한다.

소셜살롱,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고?

사실 취향을 공유하고, 논하는 자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취향관을 방문했을 때 파리의 레 뒤 마고(헤밍웨이, 피카소, 사르트르 등이 드나들며 문화/예술을 논하여 유명해진 카페)나 가까이 혜화동 학림다방(60년대 낭만주의, 모더니즘 등을 논하던 당대 지식/문화인들이 아지트로 활용하여 유명해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셜 살롱의 특징은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확실한 목적성이다. 레 뒤 마고나 학림다방은 원래 카페이지만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회를 논하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그런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카페도 많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도 많지만 문화를 논하고 취향을 인터랙션하는 자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소셜 살롱의 경우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편하게, 더 몰입하여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 저마다 가진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탐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은 콘텐츠를 매개로 한다는 점이다. 취향을 기반으로 생각이나 의견을 교류하지만 그 매개체는 콘텐츠이다. 글, 영화, 사진, 책, 잡지, 음악 등 우리 곁에 쏟아지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취향탐구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는 콘텐츠(또는 주제)를 보다 원활하게 논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트도 포함된다. 실제로 취향관은 음악평론가, 브랜딩 전문가 등이 프로그램을 호스팅하기 때문에 단순 취미 활동과는 차별화된다. 

마지막 특징은 멤버십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취향관은 450,000원/3개월(프로그램 참여 외 공간 사용, 무료 음료, 웰컴 키트 등 포함)의 멤버십으로, 문토는 250,000원/3개월의 멤버십으로 운영한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선뜻 내기 쉬운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보다는 직장인이 중심이 된다. 직장인 중에서도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특정 장르/주제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다. 멤버십은 회원들을 돈독히 만들어주지만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취향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더욱 깊이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소셜살롱의 장점이자 단점은 멤버십 제도이다. 멤버십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더욱 몰입하여 깊이 있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소셜 살롱을 향유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된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셜 살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프로그램을 다양한 형태로 구분해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취향과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하거나(가장 기초적인 단계), 전문가 호스트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중간 단계), 전문가 호스트가 함께 하며 멤버들이 함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여 선보이는 프로그램(가장 높은 단계) 등으로 말이다. 이렇게 운영 방식/콘텐츠에 따라 프로그램을 세분화하고 이에 따른 가격을 설정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셜살롱에서 기획/제작한 콘텐츠를 공익적으로 활용한다면 지속가능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취향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회 현상이나 문제 등을 주제로 하여 공익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의견을 교류한다면 더욱 지속가능한 형태의 모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취향탐구생활이 새로운 문화와 흐름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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