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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가 외친다. TRPG의 부활을…

“낮이 밝았습니다.. 시민이 죽었습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친구들과 둘러앉아 상황에 몰입해 마피아 게임을 즐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대화를 통해 각자가 분담된 역할을 연기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롤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을 TRPG라고 일컫는다.

TRPG(Table-top/Table-talk-Role Playing Game)는 컴퓨터가 없고 비디오게임이 보편화되기 전인 7~80년대에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TRPG는 자신이 상상한 판타지 세계를 종이에 그리고 대화로 캐릭터를 조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TRPG의 가장 큰 매력이다. 조금은 단순하지만 마피아 게임도 이러한 TRPG 게임이며, 현재 우리가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흔히 즐기는 모든 RPG 게임의 원조격으로 볼 수 있다.

TRPG의 부활

베데스타 게임 스튜디오의 유명 게임 엘더스크롤 시리즈인 SKYRIM이 그 플랫폼을 바꿔 ‘SKYRIM-Very Special Edition‘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이 게임의 새로운 플랫폼은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Echo로,  모니터 없이 스피커에 내장된 Alexa(아마존의 AI)와 대화하며 게임을 진행한다. Alexa가 “몬스터가 달려옵니다”라고 말하면 플레이어가 “무기로 공격하겠다”라고 음성 명령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즉,  테이블 위에 만들어진 상상 속 판타지 세계에 빠져서 대화를 나눠가며 몬스터와 전투하거나 세계를 탐험하는 TRPG가 Alexa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부활한 것이다. 음성만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TRPG, V-TRPG(Voice-TRPG)의 등장이다.

SKYRIM이 이벤트 게임이 아님을 증명하듯 이어서 또 다른 V-TRPG 게임이 출시됐다. 그 이름은 ‘WESTWORLD-THE MAZE‘으로, 미국 HBO의 유명 드라마 Westworld가 그 원작이다. 이 게임은 SKYRIM과 같이 Alexa를 통해 구동되는데, Alexa가 제공하는 대화와 사건을 종합해 은유적인 미로의 중심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종의 퀴즈 게임이나 방 탈출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임 속 퀴즈 질문에 답하는 재미와 드라마 속 스토리의 연결이 자연스럽다는 점이 흥미 요소이다. 실제 드라마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련의 장면들이 존재하며, 풍부하고 세련된 음성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공지능 스피커 Echo만 있다면 그 누구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다는 V-TRPG의 한계점,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처럼 V-TRPG 게임들은 분명히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광고에 대한 호응도나 소비자들의 기대감에 비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것이 V-TRPG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 걸까. 위에서 소개한 V-TRPG 게임들은 전체적으로 매우 단조롭다는 한계점을 갖는다. 전략이 별로 필요 없으며, 선택 옵션이 적어 그 과정이 반복적일 뿐이다. 이러한 단순한 과정은 게임을 1차원적인 형태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또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플레이어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는 문제도 있는데, 이는 게임을 이끌어가는 AI의 지능 수준이 아직 플레이어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제한하여 TRPG의 매력과 장점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게 만들어 게임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점은 빠르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개선할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V-TRPG 게임에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 힌트를 아래 STORYBALL에서 찾을 수 있었다.

STORYBALL은 기본적으로 음성을 통해 사용자에게 임무를 주거나 게임 스토리를 진행한다는 면에서 앞의 V-TRPG 게임과 구동방식이 유사하다. 그러나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기기를 흔드는 등의 사용자의 행동을 추가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STORY BALL은 아이들을 스크린 밖으로 끌어내 보다 활동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STORYBALL은 부모의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게임의 유형이나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다양한 게임 스토리가 아이들에게 수많은 미션과 활동을 통해 다양한 모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움직임이라는 옵션을 도입한다면 기존 V-TRPG의 단순함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화와 상상으로 펼쳐지는 V-TRPG의 매력과 재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움직임이라는 사용자 경험을 추가함으로써 보다 게임의 스토리와 진행 방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상상하는 대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게임 속 캐릭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V-TRPG가 발전한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를 넘어 체육활동의 효과를, 그리고 환자들에게는 재활치료의 효과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된 사용자 경험이 게임이 갖는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보다 재밌고 다양한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시각적 경험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스크린이 아니라 음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차별점을 갖는 V-TRPG에 시각적 경험을 추가하라는 말이 이상해 보일 것이다. 물론 섣불리 시각적 옵션을 추가한다면 V-TRPG만이 갖는 신선함과 장점을 잃게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V-TRPG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V-TRPG가 청각 중심의 게임 환경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충분히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게임 진행 상황만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제공되는 시각 정보가 자신의 플레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등의 진행 상황이나 캐릭터 정보 정도에서 그친다면 플레이어의 상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상상을 보다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사용자 경험이 추가된다면 아마 그것은 지금의 V-TRPG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TRPG 게임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상상이 가진 않지만,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V-TRPG 형태로 부활한 TRPG 게임은 계속 등장할 것이며 이것이 갖는 매력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충분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금 쓰일 TRPG 게임의 시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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