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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히스토리, 현재의 이야기가 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가 연결된 소설이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미 지난 과거에 영향을 준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소설 속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고 가며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잡화점이지만, 그 이미지는 변하지 않는다. 시대에 상관없이 고민 상담을 받아주고 답을 주는 독특한 잡화점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옛날 이야기를 기억하지 않는다

기업은 자사의 브랜드가 소설 속 잡화점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변하지 않는 가치나 이미지를 가진 상태로 기억되길 바란다. 하지만 브랜드가 일관된 이미지로 기억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브랜드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보다 현재 진행되는 프로모션, 광고,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제품을 권하는 모델을 이야기한다. 비용을 들여 형성한 과거 브랜드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현재의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 브랜드가 주로 선택하는 방법은 간단한다. 과거 히스토리를 광고, 마케팅 활동의 컨텐츠로 사용하여 고객들이 브랜드 스토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시절 그 브랜드와 연관된 이야기를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이것 뿐일까? 2018년 깐느 출품작인 Budweiser (이하 버드와이저)는 TagWords Campaign을 통해 이 질문에 재치 있게 답했다.

1987년 우리는 여기 있었어요, TagWords Campaign

Budweiser Tagwords, https://www.coloribus.com/adsarchive/outdoor/budweiser-tagwords-supporting-content-1-23480515/

버드와이저는 오랫동안 유명 뮤지션, 음악 페스티벌을 지원하면서 그들의 파트너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음악 파트너로 존재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현재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버드와이저는 광고를 진행했다.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버스 정류장에, 벽에, 광고가 노출될 수 있는 지면에 광고를 실었다. 하지만 실린 단어는 매우 적었다. 단지 그 몇 개의 단어를 사람들이 간단한 검색하길 바라는 것이 이 캠페인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검색 단어는 간단하다. 연도, 지역, 음악 그리고 버드와이저. 제시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 중에 키워드와 연관된 이미지로 분류된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1987년도 캘리포니아 힙합 페스티벌에서 버드와이저가 무엇을 했는지 텍스트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들이 음악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했음을 수많은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역사적 시간 속에서 음악 파트너로서 당신과 함께 했다고. 15초, 제한된 시간에 한정된 이야기를 담아 전달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버드와이저는 공간, 시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을 이야기 장소로 선택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Budweiser Tagwords, http://creativity-online.com/work/norrlandds-guld-tag-along/54951

TagWords 캠페인이 다른 마케팅과 다른 흥미로운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브랜드의 히스토리가 현재의 스토리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나 골목 카페가 뜨는 것은 브랜드의 히스토리가 아닌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로열티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어설프거나 일방적인 히스토리를 내세워 의미를 부여하고 억지로 로열티를 형성하기보다는, 현재의 스토리 그 자체를 전달하고 즐기도록 하고 있다. 버드와이저는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현재의 스토리로 가져오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연결했다. 즉, 현재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검색하는 행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재의 브랜드 스토리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브랜드 이야기가 일관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버드와이저가 음악 파트너로 함께 해 온 역사가 의미있는 것은 그 일관성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하고, 음악과 버드와이저만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러 브랜드는 다방면에 걸쳐 쌓아온 이야깃거리가 많다. 문제는 이것을 하나로 주제로 묶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대기처럼 나열하며 전달한다면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 브랜드가 무언가 많은 일을 했구나 정도일 것이다. 이들이 의도한 것은 단지 인터넷에 분류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음악과 버드와이저 키워드 기준으로 분류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키워드 분류는 검색 프로세스를 이해하여 해당 키워드 검색 시 브랜드 스토리와 연관된 결과값이 나올 수 있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제와 내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오늘

버드와이저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만들었다. 브랜드 히스토리에 대한 접근 방식은 이야기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 때의 경험을 되살리거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이야기를 브랜드에 입히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버드와이저 사례를 확장해 본다면 어떤 방식이 될 수 있을지 세 가지 경우로 생각해 보았다.

Retro 50s-Style Refrigerator, https://www.groupon.com/latest-deals/gg-nostalgia-electrics-retro-refrigerator
  1. 과거 이야기를 현재 이야기하다. 그리고 굿즈(Goods)까지

첫 번째 확장은 특정 키워드와 브랜드 그리고 레트로(Retro)의 결합이다. 보통 레트로 컨셉 광고의 경우 과거에 존재했던 제품과 서비스의 추억을 되살려 현재 시점에 마케팅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브랜드 스토리로 추억을 살리고 레트로 제품을 제공하여 경험까지 되살리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2002, 월드컵, 스포츠브랜드를 주요 키워드로 광고를 제공할 경우, 해당 시기 브랜드와 연관성 있는 굿즈를 함께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해 볼 수 있다. 그 시절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한편, 관련 상품으로 그 시절 추억과 브랜드 그리고 소비자 개인의 경험으로 현재의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1. 그 브랜드를 기억하는 이야기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얻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기억하는 이야기를 모아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음악과 관련된 특정 브랜드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키워드, 문장, 사건 등이 해당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고 이미지를 만드는지 수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토대로 해당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고,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도 있다.

2020 Hyundai motors design, http://overdrive.in/news-cars-auto/hyundai-to-bring-in-three-all-new-generation-cars-to-india-by-2020/
  1. 미래의 청사진, 현재의 시점으로 이야기 하다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미래를 현재로 불러오는 것 또한 가능하다. 보통 미래 청사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언론을 이용한 홍보다. 기사로 인터넷상에 올라온 자료들을 2020년 특정 브랜드를 검색하여 위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다시 한번 노출 시켜 해당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이야기를 현재에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어도 괜찮다. 예를 들어 출시 예정인 신메뉴가 있다면 해당 이미지들을 인터넷에 업로드 후 고객들이 직접 찾아보게 하는 방법으로, 정보와 미래에 벌어질 브랜드 이야기를 미리 전달할 수도 있다.

브랜드는 오늘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잊혀질 것이다. 그대로 잊혀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해 줄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브랜드가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지나간 브랜드의 이야기를 히스토리가 아닌 스토리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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