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튕기고, 던지고, 몸으로 느끼는…악기의 진화, 음악을 널리 즐겁게 하다

‘음악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인터넷에 등장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회자되며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필자는 다른 나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이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관련 서바이벌 TV 프로그램이 흥하고, 날마다 새로 등장하는 아이돌 가수와 노래 인기 순위의 추이에 신경쓰고, 시즌별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장거리 이동과 휴가도 불사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음악은 마약보다 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강도와 빈도에 비해,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라는 단순한 표현보다는 ‘음악을 만들기 위한 악기와 장비를 다루는 법을 배울 시간 여유가 없어서’ 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고전 음악 시대에 비해 현대 시대의 음악들은 대중들에게 열려 있다고들 한다. 엄격한 양식을 표방하지 않으며, 표현하는 ‘악기’라는 매개체도 한정되지 않고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식과 경험이라는 비음악인과 음악인 사이의 벽은 아직도 높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음악’은 이러한 비음악인과 음악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음악’과 ‘악기’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탈피한 악기들이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일상의 모든 리듬을 비트로 만들어주는 ‘Oddball’

소리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악기와 소리를 편집하는 장비 역시 날이 갈수록 새로워지고 있다. 보다 고급 기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맞춰 고도화된 기능과 성능을 탑재해가는 반면,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소형화,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 중에는 대중 음악의 기반인 비트를 만드는 드럼 머신 역시 포함되어 있다. 초심자들을 위한 단순화된 드럼 머신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으나, 여러 버튼으로 조작해야 하고 결국에는 프로그램을 통한 편집을 해야한다는 점이 초심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존재한다. 음악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그리고 일상에서도 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비트’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으로부터 고민하고 탄생한 제품이 있다.

Oddball,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1535627339/oddball-the-drum-machine-crammed-in-a-ball

Oddball은 ‘비트’의 일차원적인 생성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은, 직관적인 사용법을 갖춘 제품이다. 손에 쥘 수 있는 테니스볼 정도의 크기의 이 공을, 사용자는 때리고 튕김으로써 ‘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 그 자체가 퍼커션 역할을 해서 실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공 안에 내장되어 있는 센서가 공의 움직임, 속도, 공의 표면에 닿는 압력의 강도 등을 측정하여 이를 음악적인 신호로 변환한 후 연동된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한다. 사용자는 공 그 자체를 두드리거나, 출근하며 땅이나 벽에 튕기거나 심지어 진짜 테니스공을 다루듯 테니스 채로 치면서까지 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Oddball에서 생성된 ‘비트’는 1차적으로 스마트폰 앱에서 이 소리들을 듣고 편집할 수 있다. 공을 튕김과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소리가 전송되어 사용자는 생성된 비트를 바로 들을 수 있다. 연동된 스마트폰 앱은 다양한 종류의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다. 일반 퍼커션 사운드부터 전자 드럼, 음율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사용자 본인의 사운드를 더하거나 기존의 라이브러리와 혼합하여 새로운 사운드 라이브러리 요소를 만들 수도 있다. 각각 다른 사운드를 연주하는 2~3가지의 공을 동시에 조작함으로써 사용자는 혼자, 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정말 직관적인 ‘연주’ 방식으로, 음악에 갓 입문한 초심자와 전문가가 함께 협업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전문가보다 더 매력적인 비트를 찾아낼 수도 있는 악기인 것이다.

이 음악 어떻게 느껴져? 음악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MUTE’

MUTE, http://www.yankodesign.com/tag/gal-zharski/

디자이너 Gal Zharski에 의해 탄생한 독특한 MUTE라는 악기는 ‘음악은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고자 시도된 제품이다. 보통 사람과 비교하면 청각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음악을 접하거나 음악적인 경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특히 악기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MUTE는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창조하는 경험을 전달하는데 도움을 주는 아이디어의 컨셉 제품이다. 골전도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진 이 기기는 손에 쥐고 다리 각각에 착용하는 4개의 기기로 이루어져 있다. 기기를 손에 쥐고 부착해 움직이는 것으로, 사용자는 진동을 통해 악기를 연주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움직임을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로 변환할 수 있다. 기기들은 손과 발의 움직임의 강도와 빈도를 해석해 진동으로 변환시킨다. 골전도 방식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통해 사용자 자신의 행동이 어떤 소리로 변환되었는지 느낄 수 있다. 사용자가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혹은 어떤 악기를 연주하는지에 따라 진동은 각기 다른 음악으로 산출된다. 산출된 음악은 기기와 연동된 앱 내에서 듣고 편집할 수 있으며 앱 내에서 일반 기타와 드럼 악기 연주로도 변환이 가능하다.

아직 컨셉화 단계이지만, MUTE가 상용화된다면 소리가 들리는 사람과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함께 동일한 음악적 경험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신체적인 이유로 음악적인 경험을 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포함해 악기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들에게 음악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Oddball, MUTE로 엿보는 음악 시장과 악기의 미래

그동안 음악을 만들어내는 악기들은 고유의 소리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예로 들면, 각각 다른 제작자들이 만들어낸 바이올린이라 할 지라도 그 형태와 규격은 동일하며 누가 연주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유사한 소리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연주된다. 그러나 ‘미래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비전문성, 즉흥성을 띠고 있다. 또한 ‘연주’라는 개념 역시 다른 개념으로 적용되고 있다. 전문 지식과 훈련을 통해 습득하여 발생시키는 소리가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 또는 감정을 담은 움직임을 통해 발생하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Oddball과 MUTE와 같은 신개념 전자 악기의 등장은 기존 음악 관련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듣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필수 조건이 많은 부분에서 완화되기 때문이다. Oddball과 같은 악기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연주하는 방식을 쉽게 변형한 악기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아마추어 음악가 혹은 손, 발, 심폐 기관이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어린이들의 음악 교육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MUTE는 Oddball과 다른 방식 – 음악을 몸으로 느끼게하는 -으로 음악과 악기의 소비층이 아니었던 사람들로까지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악기들은 섬세한 부분까지 컨트롤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프로 아티스트들에게까지 사용될 수는 없겠지만 음악, 악기 관련 진입장벽을 낮춰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소개한 기기들이 단순히 소리를 내는 기기가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미래 ‘악기’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것이다.

1. 상호 동시성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주류 악기들은 연주자가 연주하면 다른 변환 장치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소리로 변환되어 음악의 완성이 가능했다. 현대에 새로 등장한 전자 악기들도 변환 장치를 거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른 연주자들과 청취자들에게도 연주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물론 Oddball과 MUTE는 기기가 받아들인 입력 값이 사용자에게 바로 전달되어 연주된다는 점에서 동시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외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전달되는 ‘상호 동시성’이 충족된다면 기존에 존재하는 악기들과 융화할 수 있는 악기로서의 역할이 더욱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2. 호환성

서로 다른 매개체와 입력 – 출력 방식을 가진 기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면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이지만, 기기 사용자들만 음악을 즐기는 폐쇄적인 집단들이 생겨난다는 점은 한계가 될 수 있다. 현재는 개별 앱 내에서 소리가 생성되어 해당 앱 사용자들에게 또는 SNS에 공유 가능한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은 개별 기기에 따른 폐쇄적인 커뮤니티 역할을 할 뿐이다. 이는 기존 아날로그 악기들과의 조화 혹은 음악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막는 방향이기도 하다. 적어도 PC의 미디어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어 다양한 악기들과 혼합하여 편집할 수 있는 정도의 호환성은 갖춰야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브랜드에서 출시된 기기라도 기기 간 공통된 규약이 적용되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거나 거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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