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처분과 구매를 연결하는 D2P전략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계속해서 소비하며 살아간다. 우리에게 소비는 필요의 충족을 넘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반영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으며, 이러한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인류를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 소비하는 인간)’라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소비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행복을 선사했지만, 반면에 그것이 과소비로 이어져 현대사회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현대인들의 소비 수요에 맞춰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을 착취함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경적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몇 년 전부터 ‘녹색 소비’, ‘공정무역’, ‘업사이클링(Up-Cycling)’ 등 환경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소비 행동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등 문제의 심각성을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낌에 따라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쓰레기, 도로에 산처럼 버려진 일회용 컵들..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에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느끼곤 한다.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과소비로 인한 환경-사회적 문제에 소비 과정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여, 현대 소비 사회를 비판하고 건강한 환경을 지향하는 다양한 소비 움직임(Consumer-Movement)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소비를 일체 거부하고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프리건(Freegan)까지 등장했다. 프리건은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지구 환경, 인간과 동물 등의 착취를 통해 생산된 상품을 거부하고 버려진 음식이나 옷 등만 허용하는 상당히 적극적인 반(反) 소비 운동으로 현대 소비 사회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소비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계획-구매-사용-처분’ 모든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소비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구매’에 과잉 집중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주로 이들은 구매를 통해 만족을 충족하고 정체성을 세긴다. 의식 있는 소비 또한 대부분 구매를 통해 일어나고 있다. 친환경-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거나 나쁜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처분’의 과정은 그 중요도에 비해 소비자들의 실천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모습이다.

지금부터 조명할 D2P 전략은 처분이라는 소비 과정에 집중한다. 이는 구매와 처분의 과정을 이어,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재구매를 유도하면서도 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로써 구매와 처분의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져, 과소비로 인한 문제가 완화될 새로운 소비 환경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D2P 전략

‘Disposal to Purchase’의 약자로 처분(disposal)과 구매(purchase)과정을 융합한 비즈니스 전략,

이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와 처분을 촉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소비자로 하여금 올바른 처분 과정과 자사 제품의 재구매를 이끈다.


버린만큼 돌려드려요. ‘코카콜라-Vencycling’

출처:The Coca-Cola company

코카콜라는 글로벌 기업으로써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지난 여름 코카콜라는 ‘혁신을 통한  쓰레기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다보스 행사와 중국에 ‘Vencycling machines’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자판기에서 발생한 포장(캔, PET병)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기계이다. 소비자는 자판기에서 구매한 음료수를 마시고 남은 포장을 이 기계에 버림으로써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코카콜라는 Vencycling machine을 통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처분) 동기를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들의 재활용 의식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구 돌려받습니다. ‘IKEA-Take Back Program’

출처:IKEA_Tempe

IKEA 또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책상 보호대를 만들고 조명이 판매될 때마다 난민캠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IKEA 역시 코카콜라와 마찬가지로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는데, IKEA TEMPE에서 시작한 ‘TAKE BACK PROGRAM’이 바로 그것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간단하다. 쓰던 가구를 반납하고 새 가구 구매 시 할인을 해주며, 헌 가구의 상태가 좋다면 중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비교적 처분이 어려운 가구의 새로운 처분 방법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며, 처분과 재구매의 직접적 연결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D2P가 제시하는 미래

두 사례는 D2P 전략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D2P는 소비의 전 과정을 연결하여 재활용과 동시에 재구매를 이어주며, 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 사회-환경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처분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한 접근 방식은 작게는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며, 크게 보면 현대 소비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D2P 전략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D2P는 처분 과정에서 소비자 접점을 추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써의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와 확장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아마 ‘데이터’일 것이다. 빅데이터의 효과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 빅데이터의 수집 경로를 살펴보자. 대부분 회원 정보와 검색 및 구매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에서는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구매하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처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가 없다. 반면에, D2P 전략을 통해 처분-재구매 데이터가 추가된다면, 구매부터 처분까지 소비자들의 모든 소비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과 그 정확도를 질적-양적으로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브랜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해야 한다. D2P의 메시지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그 책임을 지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전한다. 그 과정에서 형성될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고객 이해도는 궁극적으로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이 환경과 사회, 그리고 소비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