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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거점형 카셰어링, 카셰어링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공유경제를 넘어 이제는 구독경제의 시대’ 라는 말이 연일 매스컴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소유의 개념은 점차 옅어질 것이며 공유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시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반영한 이야기다. 이러한 예측은 단순히 구호에서 멈출 것만 같지는 않다.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는 시대를 넘어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나아가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영상 콘텐츠 영역까지도 이미 정기 구독하시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유나 공유에서 멈출 것만 같았던 비교적 덩치 큰 재화인 자동차를 구독하는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이긴 하나 재화의 덩치와 상관없이 소유의 패러다임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소유의 개념이 강했던 자동차도 이제는 공유 재화로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구독의 시대로 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차량 공유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에 있다.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21.8% 성장해 2020년 35억달러, 2024년에는 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처: www.nevigantreserch.com)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 속에 우리나라 차량공유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차량공유 추세와는 성장하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는 차량 공유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드 셰어링(Ride-sharing)과 카셰어링(Car-sharing) 서비스 중 카셰어링 중심으로 편중되어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라이드 셰어링에 대한 정부의 법규와 택시 업계의 강한 반발 등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걸림돌로 인해 세계 최대의 라이드 셰어링 업체인 우버(uber)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지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고, 최근 카카오 카풀이 법규 내(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하나 출/퇴근 시간에는 허용한다는 내용) 서비스 진행을 추진한다는 소식에도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사회적 이슈가 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반쪽짜리 사업환경 속에서도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는 쏘카와 그린카가 시장을 양분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모바일 앱을 활용한 24시간 이내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수, 차량 보유 대수 등 양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질적 개선에서는 계속해서 의문이 따르고 있는데, 이는 일률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기인한 특별한 고객경험의 부재때문일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형 카셰어링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별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만나 볼 수 있을지 이번 아티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시설거점형 카 셰어링

공동 주택단지나 지하철 등에 소수의 거점을 설치하고 공유차량을 배치해 운영하는 카셰어링의 형태


공항버스 타고 공항가니? 난 내 차 타고 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플라이트 카는 신생기업이 아니다. 따끈한 트렌드라고 하기엔 철이 지난 모델일 수 있지만 아직은 우리에겐 굉장히 낯선 플랫폼의 카셰어링이다. 플라이트 카는 2012년부터 미국에서 시작하였으며 공항에서 제공되는 개인 간 카셰어링(P2P)이다. 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시설거점형 카셰어링의 한 형태인 것이다.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차량 제공자가 공항 한 켠에 있는 플라이트 카에 자신의 차량을 맡기면 여행기간 내에 그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이나 출장객이 차량을 렌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플라이트 카에 차량을 맡길 경우엔 공항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추가로 세차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특히 플라이트 카는 카셰어링에서 불미스러운 차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여행객의 운전면허기록을 꼼꼼히 확인하는 동시에 이용시에는 보험료 면제 혜택을 주고, 하루 주행가능거리를 약 90km로 제한을 두고 있다. 현재 이 서비스는  미국 내 12개 공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무릎을 칠만한 서비스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개인 간의 카셰어링(P2P)을 법규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크 24, 무인주차장에 카 셰어링은 ‘덤’으로

‘타임즈24’는 일본 최대의 무인주차 브랜드이다. 일본 내에만 약 1만 5천개 이상의 무인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골목 곳곳에 들어서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러한 무인주차 시설을 강점으로 2009년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모기업인 파크24는 타임즈 카 플러스(TCP)라는 카셰어링 브랜드로 일본 내 카셰어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파크24가 운영하는 차량은 약 2만 대로 사실상 일본 시장을 독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단기 차량 임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카셰어링 업체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국내 카셰어링 업체는 제휴를 통해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비용을 지출하는 반면 파크24는 기존에 보유한 주차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파크24는 최근 일부 기차역사까지 시설거점을 확대해 ‘레일 &카 셰어링’ 서비스를 런칭하고, 기차에서 내려 역사 내에서 바로 카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시설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 집’ 주차장에서 이용하는 카셰어링 서비스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가장 가까운 카셰어링 차고지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현저히 개선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 된 고객경험과 아파트라는 거점 시설을 기반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네이비(NEIVEE)는 아파트나 오피스빌딩 등 동일한 장소를 공유하는 한정적인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그룹을 신청하면 별도의 승인절차를 통해 차량을 배차하고, 신청한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아파트라는 거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시설거점형 카셰어링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용자를 한정한다는 점에서는 커뮤니티 카셰어링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네이비는 고급 수입차를 포함한 차량 라인업으로 이용자의 차량공유 경험을 보다 즐겁게 했고, 매일 아침 세차를 진행해 쾌적한 상태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런칭 초기 고급 아파트 단지를 공략해 긍정적인 입소문으로 점차 서비스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로 기아자동차에서 운영하는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이 있는데, 운영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동차 제조사에서 자사 브랜드의 차량만 한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마케팅 성격이 다소 강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공동주거 형태가 시설거점형 카셰어링의 해답을 줄 수 있을까

공항, 기차역, 주차장, 아파트 등 이용자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시설거점형 카셰어링의 특징은 익숙한 공간에서 이용자와 만난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기반으로 한 카 셰어링은 차량이 소유가 아닌 일상에서 공유할 수 있는 재화라는 인식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아파트 거주율은 50%에 육박할 정도이며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아파트 선호형 주거형태를 띄고 있다. 이러한 주거형태에서 간편하게 차량 공유가 일상화 될 수 있다면 이러한 형태의 카셰어링 서비스는 기존의 카셰어링 서비스나 자동차 제조사에게 큰 위협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국에서 아파트 거주가구 비율(69.3%, 17년 인구주택총조사)과 자동차 보유율(2.1인당 1대, 17년 국토교통부 조사)이 가장 높은 세종시가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관(官) 주도 아파트 시설거점형 카 셰어링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높은 아파트 거주율을 활용해 아파트 단지 내 카셰어링 서비스로 자동차 보유율을 점차 낮춰보겠다는 정책적인 접근이다. 이러한 정책적인 접근이든 이용자 편의를 위한 접근이든 두 가지 모두 아파트를 매개로 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퍼레이터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서비스의 설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시설거점형 카셰어링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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