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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컨비니언스 스토어 (CVS)

한국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올림픽공원점 ⓒ코리아세븐

라면을 먹을 수 있던 새로운 개념의 슈퍼, 편의점

현재 우리가 그리는 모습의 편의점이 시작된 것은 1989년 5월, 올림픽기자선수촌아파트에 개점한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다. 세련된 슈퍼 모습을 하고, 한 켠에서는 컵라면과 김밥을 먹을 수 있던 곳이다. 보통 저녁 시간이 되면 영업을 마치던 슈퍼에 비해 24시간 열려있는 새로운 공간이었고, 친근한 구멍가게보다 할인이 되었고, 귀엽다고 주시던 덤은 없어도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시작 당시에는 학생과 젊은 층들만 이용하는 곳에서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 1,294명 당 하나의 편의점을 두고 있다. (2018년 2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5,177만명, 편의점 수 39,890개)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경우, 2018년 5월 기준으로 약 5만 5천개의 편의점이 등록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좁은 면적에서 많은 편의점들이 생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VS 일본: 트렌드 VS 장인정신

편의점 비즈니스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장인 정신이 강한 일본은 편의점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베이커리, 도시락과 같은 아이디어를 접목했고, 이제 ‘일본 편의점에서 꼭 먹어야 하는 베이커리, 도시락 베스트 10’ 등 편의점에 가서 그걸 먹는 행위가 여행 코스를 잡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편의점도 생존력을 높이려는 진화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트렌드에 집중되어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택배 발송, 수신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택배 서비스 제공을 시작으로, 유기농 소비 증가를 반영하여 내년부터 CU에서는 헬로우네이처 제품을 살 수 있는 존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아이디어는 한계성이 존재한다.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메가 트렌드는 쉽게 형성되지 않을 뿐더러 동일한 니즈가 없는 이들에게는 언제든 외면 받을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의 직업이 아닌, 우리 주변 지인들의 가게로 자리잡은 편의점 비즈니스는 좀 더 우리 삶에 가까워지려는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1. 인스파이어드 바이 스타벅스 (inspired by STARBUCKS)

일본에서 3곳만 운영되는 인스파이어드 바이 스타벅스 ⓒSTARBUCKS

인스파이어드 바이 스타벅스는 2013년 미국과 일본에서만 시작한 새로운 개념의 스타벅스이다. 이 스타벅스는 특유의 초록색 로고나 직원 유니폼, 스타벅스만의 고유한 인테리어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매장은 모두 다른 형태로 생겼으며, 바리스타도 개인의 옷에 앞치마만 두른다. 새로운 커피의 경험을 만들기 위한 스타벅스의 테스트 베드이기 때문이다. 이 스타벅스가 특별한 것은 번화가가 아닌 주거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유동인구보다는 거주하는 이들의 위한 공간으로 손님과 주인이 아닌 바리스타와 이웃이라는 관계 설정이 다르다. 취지를 이야기 하는 바로는 두 가지로 좁혀지는데 한 가지는 스타벅스가 너무나도 거대한 기업이 되어 버려서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전하고자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기에 제한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하위 브랜드가 필요했다라는 접근이 하나 있다. 또 한 가지는 이 매장이 일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일본이 고령화가 높은 곳이지만 프리미엄 에이지 세대(경제력 있고, 시간이 많은 노인 세대)가 등장에 힘입어 시작했다고 보는 접근이다. 이곳에서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일 말고도 이웃들과 수다를 떨거나 개인 작업을 하는 것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라는 공간에 지역성이 연결된 사례이다.

#2. 동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준, 아는동네 프로젝트

아는 동네 로컬 프로젝트 아는 연남 ⓒ어반플레이

도시에도 OS(Operating System)가 필요하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어반플레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도시 콘텐츠를 개발하는 마케팅 회사로 시작하여 이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도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루는 ‘아는동네’라는 미디어부터 잊어져 가는 도시 문화를 재해석하는 ‘편집상점’까지 설계한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방앗간이라는 공간을 재설계한 ‘연남방앗간’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연남동을 찾는 이유를 만들어줬으며, 지역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한다. 앞으로 목욕탕, 철물점, 세탁소 등 시대에서 사라져가는 동네 콘텐츠를 재해석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앞으로 편의점은 지역에 편리한 혹은 적합한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영업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서인지, 편의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마케팅을 잘해서인지 대한민국의 편의점은 포화상태이다. 규제도, 개런티의 조정도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관심을 갖는 수준 이외에는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비즈니스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해 보려고 한다.

24시간 열려있는 공간

외국 여행을 마치고 밤 비행기로 돌아올 때의 풍경을 본다면 서울의 밤은 굉장히 다채롭다. 늦게까지 열려 있는 로드샵, 호텔, 가로등, 그리고 편의점. 위치에 따라 요즘은 달라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은 24시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밤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열어둘 수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편의점을 거점으로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가 GS25와 협업하여 카풀 탑승장으로 편의점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안심 귀가나 야간 근무를 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생긴다면 편의점은 단순히 가게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파수꾼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발전

편의점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동네 비즈니스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전에서 서울로 생필품을 사러 오지 않는 것처럼 거주 지역 1km이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이다. 학교 끝난 아이들의 쉼터, 식사 공간, 공부방이나 학원 같은 모습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의 장소로도 발전할 수 있으며, 함께 배우고 익히는 나눔의 공간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편의점만의 생존법으로 안마의자, 와인바를 만든 컨셉 스토어 소식도 들려온다.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라이프스타일샵을 표방하고 있다. 다만 대상이 다를 뿐, 편의점은 이제 동네 슈퍼를 대체했다. 우리에게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새로움을 줬던 공간이 다시 컨비니언스 스토어로 돌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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