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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우리의 인식을 바꾼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한다. 가격, 품질, 디자인 등을 비교하거나 이 제품을 얼마나 자주 이용할 것인가, 언제 쓸 것인가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지금 가방에 있는 물건들도 모두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우리가 종종 잊어버리는 사실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 하에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별히 신체에 불편한 점이 없다면 이 점은 물건 구매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물건, 서비스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다. 특수한 상황에 필요한 제품은 일반적인 제품과 다르고, 그것은 별도로 판매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장애가 없는 사람과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을 나누고, 그들과 우리가 다른 영역에 속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든다.

불편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건축을 생각해보자. 계단 외에 휠체어를 위해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나, 슬라이드형 길을 사용하는 사람을 우리는 안타깝게 보거나 비정상인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불편함이 있고, 해당 건축은 배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런 사고 방식을 생활에 밀접한 영역들, 이를테면 의류, 가구 등으로 확장할 수는 없는 것일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패션을 생각한다, Unobstructed Collection by Lili Pázmány

하반신이 불편한 사람들이 매일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휠체어에 탑승하고 내리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다리를 운반해야 하는데, 팔의 힘으로 다리를 운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입고 있는 옷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바지는 손으로 잡을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Unobstructed Collection이다.

Unobstructed Collection by lili pázmány, designboom.com

Unobstructed Collection은 하반신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다. 일반적인 형태의 옷에 스트랩을 부착하여 누구나 손쉽게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운반할 수 있다. 스트랩이 추가된 옷의 디자인 또한 전혀 이상하지 않다. 스트릿 패션을 표방한 이 컬렉션은 개성 있는 디자인의 옷이며, 스트랩을 숨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저분하거나 산만한 느낌이 전혀 없다. 하반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해서 일반인이 입기 어렵거나 거북한 디자인이 아니다. 오히려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옵션을 제시한다, IKEA – Thisables Projects

IKEA Thisabls Project, dezeen.com
IKEA Thisabls Project, dezeen.com

2019년 칸 국제 광고제 Health&Wellness 부문 수상작인 Thisables Project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IKEA 제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한 프로젝트다. IKEA Israel에서 기획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일반적인 전등 스위치보다 큰 스위치, 침대에 지팡이를 놓을 수 있는 받침대, 쿠션의 지퍼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고리 등 일반인은 별다른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은 그렇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난관이 되는 영역을 포착한 제품을 선보였다. IKEA 같이 일상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생산에 있어 다수를 위한 디자인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데, IKEA는 다수에 묻힌 소수에 대해서 생각했다는 점이 놀랍다. 더군다나 IKEA Israel 지역 외에서도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3D 프린팅 설계도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우리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eone watch, ablogtowatch.com

두 사례의 공통된 특징은 정상적인 제품과 특수한 상황을 위해 만든 제품 간의 어떠한 차별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Unobstructed Collection은 새로운 스트릿 패션 브랜드로 봐도 무방하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는 만지는 시계 eone과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눈 여겨 봐야 하는 점은 IKEA가 Thisable project를 통해 제시한 방식이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제품에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선보였는데, 이는 일종의 Furniture Add-on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개인에게 필요한 옵션 중 하나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것들, 디자인, 가격, 사이즈, 색상 둥 애 손잡이 추가, 높이 조절을 추가 고려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Add-on은 이미 다른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핸드폰의 케이스, 이어폰 케이스, 커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옵션들도 일상에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악세서리로 포지셔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Affordance design example, betterimprovement.com

도날드 노머의 책 ‘디자인과 인간심리(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에 따르면 좋은 디자인은 그 자체만으로 사용자에게 사용법을 전달한다고 한다. 이를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사물의 지각된 특성 또는 사물이 갖고 있는 실제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문에 붙은 편편한 금속판과 손잡이를 보고 우리는 문을 열기 위한 행동을 디자인에 따라 밀거나, 손잡이는 돌리는 것을 바로 지각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제시하는 힌트에 따라 사용자는 그것을 인지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일상의 제품군도 디자인과 표현방식에 따라 우리의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의 사례에서 보여준 디자인은 제품으로 사용자를 나누던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제품은 모두를 이롭게 할 때 의미가 있다. 제품군이 어떻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환경이 어떻든 모두가 불편함 없이 사용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이 제시한 접근이 아직 시도되지 못한 영역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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