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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젊은 꼰대 이야기

한 광고를 보았다. 중년의 배우는 말 그림이 그려진 라떼 머그잔을 들고선, 이렇게 말했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 Latte is horse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타난 유행어로, 삼성생명 광고를 계기로 많이 알려졌다.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재치있게 표현한 것으로, 흔히 말하는 ‘꼰대’들을 비꼬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라떼’와 ‘말’을 영어로 번역해 ‘Latte is horse’라고 바꿔 말하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새로운 물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젊은 꼰대’의 등장이다. 디지털에 능숙한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꼰대 짓’을 하며, 이를 통해 자신들을 ‘기성세대’, 그리고 ‘Z세대’와 구별 짓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본 아티클은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특징으로 이러한 ‘젊은 꼰대 문화’에 주목한다. 변화하는 밀레니얼 트렌드를 파악하고 싶다면 당신도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젊은 꼰대, 밀레니얼 세대는

흔히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뜻한다. 세대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국내에서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생)의 자녀 세대로, X세대(1960~1980년 생)와 Z세대(1995~2010년 생)의 사이 세대로 본다.

이전의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의 혜택을 많이 누리며,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의 발전과 함께 자란 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생활이 자연스러운 첫 세대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단군 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라 불리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글로벌 저성장의 영향으로 ‘헬조선의 N포세대(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불명예를 안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성장과 저성장,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변동을 거친 이들의 성장 배경은 밀레니얼 세대만의 독특한 특징을 만들어 내게 된다.

  • 이들의 중심은 바로 ‘나’이다. 나르시시즘(자기애) –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이들을 욜로족, 포미족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 여러 변동을 겪고 자랐으며, 가상공간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게 일상인 이들은 다중정체성의 특징을 갖는다.
  • 변화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여러모로 애매하게 끼인 세대가 되었다.
  •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어, 늘 소진감(Burn-out)을 느낀다.

밀레니얼 세대, 그들의 꼰대 짓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젊은 꼰대’가 되어 갔다. 직장과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기성 꼰대’들을 한 번 생각해보자. 그들의 꼰대 짓에는 언제나 자기중심적 사고가 기반된다. 또한, 자신의 과거를 우상화하는 ‘나 때’, ‘왕년’이란 말로 그들의 꼰대 짓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떠한가. Me Generation(미 제네레이션)이라고도 불릴 만큼 나 자신을 우선시하며, 그 누구보다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이다. 어두운 현재를 살고 있지만 이들에겐 찬란한 과거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꼰대 문화’가 나타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같은 꼰대일지라도 기성 꼰대와 젊은 꼰대의 ‘꼰대 짓’ 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 ‘기성 꼰대’는 현실세계에 존재하지만, ‘젊은 꼰대’는 가상세계에 존재한다.
  • ‘기성 꼰대’에게 꼰대 짓은 습관이지만, ‘젊은 꼰대’에게 꼰대 짓은 놀이이다. 
  • ‘기성 꼰대’는 자신보다 낮은 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젊은 꼰대’는 위-아래 모두와 자신을 구별 짓고자 한다.
  • ‘기성 꼰대’는 자신의 꼰대 짓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젊은 꼰대’는 자신의 꼰대 짓을 의식하고 의도한다.

그들의 꼰대 짓, 온라인 탑골공원

출처:SBS KPOP CLASSIC-YouTube 캡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탑골공원으로 모인다면, 젊은 꼰대들은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S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이 바로 이들의 탑골공원이다. SBS가 유튜브를 통해 98~01년에 방송된 ‘인기가요’를 공개하자 젊은 어르신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해당 채널은 개설 한 달 만에 동시 접속자 수 2만 명을 넘겼고, 구독자는 16만을 돌파했다(현재 2019.11기준, 18만)

온라인 탑골공원은 단순히 ‘추억 회상’으로 탄생한 곳이 아니다. 20년 전 콘텐츠가 유튜브 플랫폼의 ‘실시간 댓글’을 만나 이루어진 결과다. 댓글 창에는 온갖 저세상 드립(?)이 난무한다.


#탑골선미 #탑골제니 #탑골청하 #90년대 GD

#메가패스로 바꿔라 #모뎀 쓰지마 #천리안 #라이코스


이들은 20년 전의 것들(모뎀, 천리안, 메가패스 등)을 장난감 삼아 스트리밍 내내 댓글 수다를 멈추지 않는다. 이들의 온라인 수다는 같은 세대끼리 즐길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콘텐츠와 댓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아래 세대’와 확실한 선을 긋는다. “요즘 애들은 모르지”와 같은 꼰대어를 쓰면서 말이다. 말 그대로 젊은 꼰대의 꼰대 짓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로 다른 공중파에서도 탑골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가요 프로그램뿐 아니라 옛날 예능과 옛날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들도 오픈됐다(MBC_옛능, SBS_스트로, KBS_옛날티비 등). 이처럼 온라인 탑골공원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그곳에서의 젊은 꼰대 문화도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그들의 꼰대 짓, 꼰대놀이

디지털 소통이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면대면 보다는 비대면 의사소통이 편하고, 전화보다 메신저를 통한 연락을 선호한다. 디지털로 은행 업무를 보고, 디지털로 상품을 주문하는 게 당연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직원보다는 키오스크나 전자 안내판, 안내 로봇을 찾는 이들이다.

이모티콘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의사소통 도구이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디지털 세계에 소환하는 매개물로, 이모티콘이 있기에 온라인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어 대화는 이모티콘을 통해 완성되며, 이모티콘을 통한 대화가 말보다 더 편하다. 

좌:꼰대티콘-꼰대김부장_카카오 이모티콘샵 캡처 / 우:직장생활 컷툰 시리즈_ 불개미상회 캡처

꼰대 짓이 이모티콘과 만나, ‘꼰대놀이’가 되었다. 젊은 꼰대의 ‘꼰대 짓’은 이모티콘을 만나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기성세대 꼰대들을 형상화한 꼰대티콘은 ‘젊은 꼰대’가 ‘기성 꼰대’에 갖는 비판적 성격을 담는다. 이를 통해, 이들은 자신과 기성 꼰대를 끊임없이 구분 짓는다. 재밌는 것은 자신들이 기성 꼰대처럼 꼰대 짓을 하게 될 때, 이 이모티콘을 활용하여 이를 아무렇지 않은 농담처럼 웃어넘긴다는 것이다. 

‘꼰대놀이’는 이모티콘뿐 아니라, 웹툰이나 커뮤니티 유행어 등을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그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는 추세다. 젊은 꼰대들은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를 통해 기성 꼰대를 풍자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꼰대 짓을 놀이화(化) 한다. 내가 하면 놀이고, 남이 하면 꼰대 짓이란 태도지만, 실제로 이들의 꼰대 짓은 재밌다. 이들은 꼰대라는 빌런(?)에 당한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직장인 웹툰의 댓글 공간에 모여, 비난과 공감의 수다를 나누기도 한다. 속 시원하게 꼰대들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이 기성 꼰대와 다르다는 걸 재차 확인하고 강조한다. 이들에겐 이 모든 과정이 놀이로 인식된다.

당신은 젊은 꼰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꼰대 짓을 놀이처럼 즐기는 젊은 꼰대, 그들의 의식적인 꼰대 짓. 이를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하여 살펴봤다. 하지만, 이들 젊은 꼰대 이야기에 누군가는 ‘그저 밀레니얼 세대가 나이를 먹은 것 아니냐’, ‘추억을 회상하는 세대가 교체된 것이 아니냐’라고 말할지 모른다.

분명하게 짚고 싶은 건, ‘젊은 꼰대 문화‘는 ‘레트로’와 다르다는 것이다. ‘노스탤지어’의 개념은 더더욱 아니다. 젊은 꼰대에게 ‘추억’은 회상의 도구이기보다 꼰대놀이를 위한 장난감으로 작용한다. 추억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꼰대 짓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들은 추억을 다른 세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본인들끼리만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이들 젊은 꼰대의 꼰대 짓에는 한 가지 확실한 목적의식이 존재한다. 자신을 다른 세대와 구별 짓고자 하는 태도가 바로 그것인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소속감을 찾고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아마,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여러 변화의 중심에서 ‘애매하게 끼인 세대’가 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일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러한 ‘꼰대 짓’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것이 소비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당신은 이들 젊은 꼰대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똑같은 꼰대라고 비난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시작으로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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