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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아, 거기 느낌있더라! 라고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 그게 뭐 그리 새롭다고?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여러분께는 친숙한 공간인가요? 사실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동네에 있던 옷 가게나 신발 가게도 큐레이션 샵이었습니다. 가게 사장님이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거래처에서 골라 오셔서 판매했었으니까 말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오프라인 샵은 사실상 모두 큐레이션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백화점도 각각의 편집샵이나 편집 브랜드가 있을만큼 큐레이션에 힘을 쏟고 있죠. 그렇다면 오프라인 샵은 모두 큐레이션 샵인걸까요? 이번 아티클에서 다룰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을 이렇게 정의해보겠습니다.

최근에 화제가 되는 큐레이션 샵이라는 개념은 사실 판매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별하여 판매하는 곳을 뜻합니다. 익히 아시고 있는 것처럼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큐레이터가 이번 시즌에 어떤 주제의 전시를 기획하느냐, 어떤 흐름으로 전시를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180도 달라집니다. 때로는 대중의 엄청난 호응을 얻기도 하고 미술관을 대표할 만한 전시로 남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도 동일합니다. 판매자의 취향과 기획력(및 바잉 능력 등)에 따라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고 이를 넘어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얼마나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얼마나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등은 큐레이션 샵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아니죠. 큐레이션 샵이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은 판매자(큐레이터)의 취향(추천)이 얼마나 나와 잘 맞는가, 얼마나 내가 팔로잉하고 싶은가가 경쟁력의 기반이 되죠. 어쩌면 큐레이션 샵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큐레이션 샵이 보여주는 취향의 팬이 되기를 바란다는 부가적인 목표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동네 가게와 큐레이션 샵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살펴볼 큐레이션 샵은 곧 판매자와 구매자의 공통된 취향을 대변하는 공간이자 그것이 경쟁력이 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가 아닌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구현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 샵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큐레이션 샵이 늘어나면서 각각의 큐레이션 샵이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소비자들은 취향을 습득하고 표현할 기회가 더욱 많아졌습니다.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 제품 → 공간으로 큐레이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취향이나 판매자의 의도를 좀 더 잘 나타내기 위하여 공간 자체를 큐레이션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보안 1942’가 그렇습니다. 카페, 전시공간, 스테이, 서점 등을 ‘보안 1942’라는 이름으로 묶어 큐레이션하여 그들만의 컨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편집샵들을 모아놓은 복합 쇼핑 공간과는 조금 다른데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컨셉 아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장소들을 모아놓은 점에서 그렇습니다.

2) 여러 가지 제품이 아닌, 1가지 제품만을 다루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상점에 가면 여러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판매자가 전달하려는 의도에 따라 단 1가지 제품만을 다루기도 합니다. 트렌드인사이트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던 Morioka Shoten Ginza라는 서점(트렌드인사이트 아티클: 선택의 자유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상점은 어떤가요?)이 바로 그렇습니다. 최근 서촌에 생긴 ‘한 권의 서점’ 또한 비슷한 컨셉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동안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데 집중합니다.

3) 소싱과 바잉을 넘어 자체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큐레이션 샵이라고 모든 제품을 다 바잉하고 소싱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기획력을 갖춘 판매자들이 등장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작하고 제공하는 것이 수월해진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큐레이션 샵 자체를 브랜딩하고 그들의 가치를 올리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아가 구매자들의 로열티를 올리고, 자체 제품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홍보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4) 홍보, 광고 → 브랜딩을 합니다

위에서 큐레이션 샵이 자체 제품을 제작하여 가치를 올리고 있다는 맥락과 일맥상통합니다. 단순히 여러 상품, 특정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광고나 가격적 혜택을 부여하는 프로모션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전체적인 브랜딩을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큐레이션 샵에서 컨텐츠를 만들거나 로고, 공간 등 디자인 요소에 힘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5) 제품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합니다

제품의 카테고리에 한정을 두지 않고 넘나들며 이를 ‘라이프스타일’ 이라는 개념으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일본의 큐레이션 서점 ‘츠타야’가 이러한 예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본업인 ‘서점’이라는 것에서 확장하여 다양한 제품들을 연계하고, 더불어 공간까지 다양화하면서 단순히 ‘책’이라는 제품을 추천하는 것보다는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일을 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큐레이션 샵은 명확한 컨셉과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제품 및 공간 구성을 가질 때 단순한 잡화점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Shortcut 방문기 – 한 권의 서점]

서촌에 위치한 한 권의 서점은 말 그대로 서점에서 한 권의 책만 소개한다. 한 달에 한 권.

인스타그램을 통해 먼저 알게 된 한 권의 서점은 실제 방문했을 때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었다. 정말로 한 권의 책만 소개하고 있었는데, 본 에디터가 방문했을 때는 ‘잘돼가? 무엇이든’ 이라는 각본집 /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 권의 책을 큐레이션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여러 권의 책으로 우리의 신경이 분산되지 않도록 한 권의 책만 깊이 있는 관점에서 소개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서점은 정말 큐레이션이라는 컨셉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는데, 한 권의 책을 ‘판매’보다는 마치 미술관에서 보듯 ‘전시’ 또는 ‘체험’에 가깝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서점의 쇼윈도우에는 당연히 ‘잘돼가? 무엇이든’ 책이 전시되어 있었고 서점 내부에는 샘플로 책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한 켠에는 이 책에 대한 서점의 추천사 또는 전시(큐레이션) 해설이 있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한 설명과 같은 힌트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이를 시작으로, 그 옆에는 사진과 소리를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잘돼가? 무엇이든’이라는 책이 이미 만들어진 영상의 각본집이자 사진을 포함한 책이기 때문에 영상의 스틸컷과 이와 매칭되는 소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의 공간에는 실제 영상을 보여주고, 각본집의 일부를 발췌하여 읽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나름의 몇 가지로 나뉘어진 섹션이 마치 갤러리의 형식처럼 한 권의 책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본 에디터가 방문한 때는 토요일. 슬슬 서촌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한 권의 서점에는 혼자였고, 그래서 조금은 편하게 둘러보고 책도 직접 읽어볼 수 있었다. 한 권의 서점을 둘러보고 느껴진 컨셉은 딱 한 가지. 바로 ‘몰입’이었다. 여러 가지를 큐레이션하는 대신 한 가지를 더 잘 느껴보고, 더 잘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서점과의 차별점은 단연 몰입이었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된다면 한 권의 서점을 찾아보는게 어떨까?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나 전문가의 추천도 좋지만 어떤 책을 읽기 전에 충분히 경험해보고, 읽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고 싶다면 한 달에 한 번, 한 권의 서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Shortcut 방문기 – BOAN1942]

보안1942 또한 서촌에 위치한 곳이다. 보안 1942가 뭐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사실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다. 여러 뉴스에 소개된 것처럼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도시재생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보안1942의 대표는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보안1942는 보안여관이라는 곳으로부터 출발한, 약 8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보안여관인 시절에는 서정주, 김동리, 이상, 윤동주, 이중섭 등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그들의 지식을 교류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는 여관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으나, 2007년도부터 이 공간을 서촌과 어울리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만드려는 시도를 통해 지금의 보안1942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공간 구성은 이렇다. 보안1942의 전신이 된 보안스테이(보안여관), 보안책방, 33마켓, 아트스페이스 보안, 보안 클럽. 각각의 공간은 사실 매우 다른 성격의 공간들이지만 이렇게 큐레이션한 데에는 창의적인 공간, 예술가들의 에너지가 사회와 만나는 공간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모두 다른 성격과 기능의 공간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보안1942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지내볼 수도 있고, 내게 필요한 경험과 영감을 얻기 위해 특정 공간만 활용할 수도 있다.

보안1942는 크게 보면 다양한 공간을 큐레이션했고, 그러한 공간에 들어가보면 문화 예술, 크리에이티브함을 나타내기 위해 각각의 공간 자체도 큐레이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장을 포함하여 서점, 카페가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보안 스테이 자체도 화려한 곳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생각을 비우고, 보안1942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기 때문이다. 제품을 큐레이션하여 판매하는 큐레이션 샵들과 그 대상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방문하는 사람이 어떤 것을 느끼고 생각할지를 고려하여 공간을 큐레이션했다는 점은 여느 큐레이션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보안1942만의 바이브를 느껴보고 싶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새로운 공간과 관점을 만나보는 일이 궁금하다면 보안1942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션 샵이 어떻게 변화할 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컨셉으로 주목받고 있는 큐레이션 샵. 최근 들어 다양하게, 다수의 큐레이션 샵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계속해서 차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를 늘 안고 있을 것이다. 직구가 이미 보편화되었고, 초기 편집샵부터 최근의 다양한 큐레이션 샵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유니크한 브랜드와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 외에도 고객들을 계속 오도록 만드는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 중 하나는 커뮤니티일 것이다. 한 권의 서점의 경우에도 영화 상영제, 북토크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고객과 / 고객끼리 계속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소통하게 함으로써 더욱 결속력을 높이고 발길이, 관심이 이어지게 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화는 소비자에게 ‘소비’를 넘어선 ‘소통’이라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큐레이션 샵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더불어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은 온라인으로의 경험 연결이 중요한 성공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은 저마다의 공간 배치나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쓸 뿐만 아니라 시그니처 향까지 만들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유니크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이 요즘같은 시대에 오프라인에서만 진행되고 끝나버린다면 더 많은 판매의 기회를 잃는 것과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SNS 마케팅에 힘을 쏟거나 네이버 스토어처럼 온라인 판매 창구를 만들어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툴들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제공하고 판매까지 연결하는 데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각각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경험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판매가 이루어지는 쇼핑몰이 아닌, 오프라인 큐레이션 샵들을 위한 또다른 툴이나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또다른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수도 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편집샵을 넘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와 바이브를 만들어 낸 큐레이션 샵 2.0 시대. 앞으로 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여 살아남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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