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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생] 다시 격랑의 한 가운데로 향하는 ‘변화준비생’

세번째 curaTIon ‘준비생’의 마지막 네번째 글에서는 바로 5060 세대를 다룬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겠지만, 또 머지 않아 모두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준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5060 세대는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준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정리’해 나가는 이들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수명 연장과 정년 단축은 ‘정리’만으로는 여생을 모두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고, 그렇기에 2019년의 5060 세대들은 ‘정리’가 아니라 ‘준비’라는 미션 앞에 서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변화’이고, 5060 세대는 곧 ‘변화 준비생’의 이름으로 지칭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이들은 각자 주목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유형1.

첫 번째 ‘변화준비생’ 들은 은퇴 이후의 자신이 기존의 경제생활을 지속해나가지 못한다는, 그리고 그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잃게 된 것’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의 변화한 (혹은 상실된) 처지를 인정한 채, 기존 경제활동 인구들이 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보수가 크지 않은 일자리로 향한다. (예, 보모, 아파트 경비원 등)

문제는 이러한 상실을 대부분의 5060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통된 상실을 겪는 이들이 도피적으로 선택한 직종들은 결국 다른 5060 세대로 인해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더구나 은퇴세대가 늘고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는 곧 동일 노동의 질적 저하를 불러오지 않을까? 더 심각한 것은 전문성이 없이 철저히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이러한 직종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전문적인 직업조차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결국 첫번째 유형을 택한 ‘변화준비생’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유형2.

두 번째 ‘변화준비생’들은 자신의 처지를 변화시켜서 새로운 경제 활동의 영역을 창출한 이들이다. 유형1의 준비생들이 대응한 변화가 수동적이라면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난 변화), 유형2의 준비생들은 스스로 변화를 택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 테일러 (재단사)에서 광복동 꽃할배가 된 여용기 할아버지, 최고의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 현재의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니어 모델 김칠두 할아버지 등이 이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이들만큼의 화제성은 없을지라도, 각자의 장기를 바탕으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시니어 크리에이터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컨텐츠 산업이 현재 보여주는 확장성,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들과 동년배인 5060 세대의 컨텐츠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시도가 적어도 유형1의 준비생들 보다는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N8CPzwkYiDVLZlgD4JQgJQ)

일견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두 번째 유형의 준비생들에게도 위기는 존재한다. 먼저, 시니어라는 특수성에 기대어 만들어 낸 컨텐츠는, 이 특수성이 희석됨에 따라 그 매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시니어 테일러, 시니어 유튜버, 시니어 모델들이 등장하게 됐을 때를 미리 준비해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현재의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기획부터 생산까지의 전 과정을 자립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또 하나의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이 필수적인 현재의 구조 상에서 이들의 자생은 요원하다.

유형3.

세 번째 ‘변화준비생’들은 외부 상황의 변화에 주목한 이들이다. 바로 플랫폼 노동 시장에 뛰어든 5060 세대이다. 더욱이 최근 쿠팡플렉스를 위시로 한 플랫폼 노동 시장의 성장은 더 많은 5060 세대를 유입시키고 있고, 실제로 이 시장에서 50대 혹은 60대 초반이 갖는 노동력은 (젋은 세대의 그것에 비해 물론 떨어지겠지만) 분명하게 가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다.

쿠팡플렉스 (https://rocketyourcareer.kr.coupang.com/flex)

섣부른 예상일수도 있지만, 첫 번째 ‘변화준비생’들이 ‘과거’에 일반적인 은퇴세대라면, 세번째 유형의 변화준비생들은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일반적인 은퇴세대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더구나 이 플랫폼 노동시장은 유형1의 준비생들이 뛰어든 기존 노동시장보다 인력에 대한 수요도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아직 그 기반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아) 기본적으로 정책 변화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타다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아주 적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촉발된 고용환경의 위기가 젊은이들에게는 다른 서비스로의 이동 혹은 파트타임 노동의 상실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으나, 이를 전업으로 삼는 5060 세대에게는 곧 생존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준비생들을 위한 우리의 준비

이번 글에서는 5060 세대를 ‘변화 준비생’으로 지칭했다. 과거에는 기존 경제활동의 변두리로만 밀려났던 5060 세대는 (첫번째 변화준비생) 이제 젊은 이들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스스로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기도 하고 (두번째 변화준비생), 아직 울타리는 없는 불안정한 시장임에도 빠르게 뛰어들어 생존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세번째 변화준비생). 점점 더 그 수가 늘어날 5060 세대의 현명함이 플랫폼 노동 시장에서 어떻게 발휘 될지 지켜봐야 할 때다.

그리고 제도적인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 긍정적으로 언급된 두번째, 세번째 변화 준비생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컨텐츠 시장과 플랫폼 노동 시장이다. 이 격동의 시장 속에서의 생존을 일임한 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성공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도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그리고 그 보완책은 머지 않아 5060 세대가 될 우리를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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