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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도 전에 미리 경험하다, ‘가오픈족’

유튜버, 인스타그래머로 대박 인생을 꿈꾸는 시대

“퇴사하면 치킨집 하나 차리지 뭐…”는 옛말입니다. 요즘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유튜버에 도전 의향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유튜버, 인스타그래머의 꿈을 키우고자 합니다. 그만큼 소리를 내어 남들에게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런 스토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말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브랜드만 이야기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소비자도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고 싶어 유튜브에 후기를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립니다. 맛집을 갔다 오면 인증을 하고 나의 포스트를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랍니다. 아무리 브랜드 스토리가 탄탄해도 소비자에게 인증 욕구, 말할 꺼리를 주지 않는다면 이런 시대에는 금방 묻히기 십상입니다.

이제 #맛집 말고 #가오픈 으로 검색하세요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이노베이터-얼리어답터-전기/후기 다수 수용자-지각수용자’로 정의됩니다. 그리고 흔히 얼리어답터에서 팔로워로 넘어가는 중간에 캐즘에 빠지지 않도록, 캐즘을 뛰어넘는 마케팅을 진행해야 된다고들 이야기하죠. 여기에서 초기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이노베이터와 얼리어답터들은 그동안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맛집 #핫플 과 같은 해시태그로 일상과 취향을 자랑하고 트렌드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제 진짜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은 #가오픈 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가오픈단속반 까지 생기며 가오픈한 매장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가오픈족
아직 오픈하지도 않은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SNS에 기록하는 사람들. 희귀할수록 좋고, 비밀스러울수록 각광한다. 이들은 많이 드러내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한다.


‘이런 가오픈족의 등장은 결국 인스타그램 매체 덕분입니다. 한동안은 파워블로거가 맛집 시장을 재패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라는 매체 특성상 긴 콘텐츠 기반이기에 호흡이 긴 ‘정보’를 제공해야 했고, 블로그는 점점 더 홍보관이 되어 갔습니다. 그런 시기에 인스타그램이 생겨났고, 이 매체에서는 ‘사진 한 방’으로 승부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더욱더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최대를 담아내고, 보이고 싶은 이미지로 편집했습니다.

그러나 이도 보편화된 지금, 모두가 최고의 사진가가 되었습니다. 이노베이터, 팔로워 모두 올리는 사진의 퀄리티가 비슷해졌습니다. 이 시점에 이노베이터들은 생각합니다. 이제는 사진으로 승부를 볼 때가 아니라, 정말 아무도 모르는 ‘희귀한 곳’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그들의 눈에 포착된 건 아직 정식 오픈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모르는 ‘가오픈’ 공간입니다.

#언제 열 지 모르는 늘 #가오픈 #Pop Up Gro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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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ppearhere.co.uk/inspire/blog/how-pop-up-grocer-made-supermarkets-cool
https://www.instagram.com/popup.grocer/

Pop Up Grocer는 여행 팝업 식료품점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만 마켓을 운영합니다. 2019년 4월에 뉴욕 소호에서 시작된 Pop Up Grocer은 10일간의 운영을 끝으로 사라지는가 했더니 9월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 팝업 그로서에서는 신선한 야채나 계란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병아리콩으로 만든 파스타, 코코넛 요구르트, 슈가프리 제품 등 120개가 넘는 브랜드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늘날 가장 혁신적인 자연 식품 브랜드를 판매함으로써 밀레니얼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점입니다. 비건, 글루텐 프리 등과 같은 식품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었죠. 또한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와 브랜드 경험을 확대했습니다. 즉 이 Pop Up Grocer에서는 새로운 식품 브랜드를 ‘발견’하는 재미를 줍니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모인 공간인데다가 언제 어디서 열 지 모르는 팝업 형식으로만 진행된다니, 이 팝업 그로서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이제는 장소도 ‘발견’해야 하는 시대니까요.

#아는 사람 #몰래 오세요 #Speak Easy Bar

https://www.facebook.com/Theboozejeju/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543100011

주소도, 입구도 알 수 없는 Speak Easy Bar. 스피크이지바는 미국 금주령 시대에 단속을 피해 만들어진 술집입니다. 간판도 없고 입구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아는 사람만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이죠. 이런 스피크이지바는 ‘나만 아는 곳’이라는 특별함을 바탕으로 최근 또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남동 ‘더 부즈’의 입구는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겨 어디가 입구인지 제대로 알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이 부스 문을 열려면 오른쪽 지문 기계에 손을 대야 하고, 게다가 이는 지문 등록이 되어 있는 회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외 사람들은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제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의 1층 상가보다 사람도 많이 없고 어두운 뒷골목 3층의 가게가 장사가 더 잘 됩니다. 을지로 노포 가게, 익선동 골목 가게 등 숨겨진 곳들이 더 힙한 장소가 됩니다. 마치 예전에는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을 샀다면 이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쿨하지 않게 된 것처럼요. 전에는 가게를 사람들의 눈에 밟히게 해야 했지만, 이제는 찾아가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찾아가는 탐험의 재미를 주는 것이 브랜드 경험 설계의 첫 시작입니다.

가오픈족을 잡기 위해

이제 우리는 가오픈족을 미리 선점하여 그들로 하여금 트렌드를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가오픈족에게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합니다. 바로 나만 알고 싶은 감정과 이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감정입니다. 이 두 감정을 어떻게 적절히, 그리고 동시에 자극할 수 있을까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특별함’을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서 특별함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가오픈족들 만을 위한 특별함이어야 합니다. 일종의 대접받는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죠. 블루보틀 삼청 한옥점은 100% 예약제를 통해 프라이빗함을 강조합니다.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일종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또 인원이 정해져 있어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블루보틀과는 다른 메뉴들을 선보입니다. 이렇게 만일 가오픈족들만을 위한 예약시스템, 가오픈 기간 동안만 히든 메뉴를 선보인다면 프라이빗한 경험을 추구하는 가오픈족들은 방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찍어 올릴 만한 요소, 즉 ‘씬’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간판이나 로고를 찍어 올려 알게 해선 안 됩니다. 특정 부분만 찍어 올려도, 굳이 장소 태그를 걸지 않아도 이 사진을 보면 우리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시그니처 장면이 필요합니다. 대학로에 위치한 독립서점인 ‘어쩌다 산책’ 입구에는 돌과 모래로만 이루어진 가레산스이 정원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매달 다른 주제를 가지고 큐레이션 한 책들이 있고, 커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도 있고 팝업 스토어도 있고 마실꺼리도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집합된 곳입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에 #어쩌다산책 을 치면 모두가 입구의 정원을 찍어 올립니다. 바닥에 포토존이라고 쓰여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그리고 아는 사람들은 이 정원 사진만 봐도, 이 곳이 어쩌다 산책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어쩌다 산책에게 있어 이 정원은 그들만의 시그니처가 된 셈입니다.

앞으로 가오픈족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또 이들을 팔로우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이미 시작했다면, 위에 말한 가오픈족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들을 잡아 보세요. 브랜드의 시작으로 꽤 괜찮은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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