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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서비스 비즈니스, 체감을 극대화하여 거리를 줄여라

이번 큐레이션에서 만나본 앞선 3편의 글은 모두 유형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거리 줄이기 전쟁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배송과 교통, 실내 내비게이션 등의 영역에서는 벌어지는 거리 줄이기 싸움은 바로 유형의 결과(구매한 제품, 목적지 등)을 원하는 소비자가 그를 얻기 위해 필요한 거리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의 거리는 대기시간이기도 하고, 이를 위해 요구되는 노력이기도 하다.

유형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이 ‘거리’의 개념은 무형의 영역, 다시 말해 서비스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바로 ‘체감’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번 글에서는 무형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거리 줄이기’, 다시 말해 ‘체감’을 극대화하는 사례를 통해 다른 관점에서의 거리 줄이기 전쟁을 조망해보려 한다.

패션쇼, 런웨이 너머로 체감을 스트리밍하라

파리, 런던, 뉴욕 등의 대도시에서 1년에 2번 개최되는 패션위크에는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가 연이어 열리며, 이는 내년도 패션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창구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확인되는 그 트렌드는 패션위크가 종료된 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곤 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패션위크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각 브랜드의 쇼는 이제 현장에 방문해야만 만날 수 있는 컨텐츠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컨텐츠로 변모했다. 대부분의 유명브랜드들이 현장에서의 쇼를 성공적으로 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팬들에게도 이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스트리밍을 통해 화면으로 제공되는 영상이 완벽한 형태의 체감을 전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디자인된 옷과 오브제, 이를 입고 걷는 모델들과 그들이 선 무대, 배경음악 등은 그 브랜드 혹은 그 디자이너가 기획한 이 예술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런웨이가 있는 행사장 전체, 풀샷으로는 찾기 힘든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 조명과 향기, 관객들의 박수까지 더해져야 보다 완전한 형태의 예술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의 패션쇼들은 디자이너의 의도와 컬렉션의 정체성을 더욱 디테일하게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스트리밍으로 포착하기 힘든 요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스트리밍은 3D, VR, AR 등의 기술을 이용해 관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것만큼의 다양한 감각들을 스크린 너머에 있는 전세계의 시청자에게 중계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타국에 있는 해당 브랜드의 플래그쉽 스토어에서만 가능한 오리지날 컨텐츠로도 기능할 수 있다. 단순한 단체관람이 아니라 서울에서 파리 패션위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rag & bone show @ 2019 2019 New York Fashion Week

원격진료, 체감의 극대화가 곧 생명으로

패션쇼에서의 체감이 ‘감정’을 목표로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라면, 이번 사례에서는 바로 ‘정확성’과 연계된 체감의 극대화를 제시한다. 바로 원격진료이다.

의사가 환자와 떨어져있어도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는 원격진료는 ICT 기술의 발전과 함께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9년 의료법 개정안 입법 예고부터 올해 7월 강원도에서 추진된 원격의료 시범 사업까지 10년 여 동안 꾸준히 시도됐지만, 모두가 수포로 돌아갔다.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그 기조에 대한 비판, 오진의 가능성, 일부 병원에 대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 등이 원격진료의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주요 논거들. 의견 대립이 첨예한 화제이니만큼 이번 글에서 원격진료 서비스 자체에 대한 찬반을 논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확성을 목표로 하는 ‘체감 극대화’의 사례라는 점에서 무형의 영역에서의 거리 줄이기 싸움의 현재를 지켜볼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기계를 통해 수집된 의료데이터가 오프라인에서의 진단에 필적할 수 있을까? 또한 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네트워크는 그 중요성 만큼이나 정확할까? 원격진료에 대해 제기되는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해 중국 핑안굿닥터의 1분 진료소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아보자.

1분 진료소, http://www.pahtg.com/

1분 진료소는 쉽게 말해 오프라인 병원의 의사와 연결된 진단 부스이다. 환자는 이 부스를 방문하여 스스로의 증상을 말하고, 이는 해당 오프라인 의사에게 전달돼 그에 맞는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처방받은 약은 1분 진료소와 함께 있는 약품 자판기에서 받거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인 경우), 연계된 인근 약국으로 안내 받아 구매할 수 있다. 기존에 진단 받은 지병이 있는 고객은 추가적인 진단 없이 기존의 약을 바로 받을 수도 있다.

1분 진료소에 적용된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 중 본 글에서 언급한 체감극대화와 연결된 기술은 크게 2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합한 진료과목을 찾고 협력병원의 의사와 연결하는 기술, 두번째는 환자가 구두로 말한 증상을 텍스트로 정확하게 변환하여 의사에게 전달하고, 의사가 텍스트 형태로 입력한 진단을 다시 음성으로 변화하여 환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환자가 진료과목을 스스로 찾아서 방문하고, 그리고 오프라인 문진에서 의사와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을 1분 진료소에서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 설치된 1분 진료소는 대도시 중심으로 200여개, 격오지가 아니고 인구밀집 지역 (공장, 학교 등)에 집중돼 많은 환자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설치돼있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빠르게 격오지 등으로도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체감의 영역에는 경계가 없다

유형의 영역에서의 거리 줄이기가 어찌 보면 아직까지 편의성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무형의 영역에서의 거리 줄이기(체감 극대화)는 그 확장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제시한 2가지 사례에서의 체감도 ‘감정’과 ‘생명’이라는 사뭇 멀어보이는 2가지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장차 이러한 체감 극대화가 무형의 서비스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면, 당연히 이는 곧 해당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만약 VR, AR 기술을 통한 스트리밍이 쇼의 어떠한 요소를 누락시킨다면, 혹은 1분 진료소에서 전송된 의료데이터가 왜곡돼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지 못한다면 이 서비스들은 머지 않아 외면받게 될 것이다. 지금 강남에 난립하는 킥보드 업체들처럼 머지 않아 우리의 눈 앞에 등장할 서비스 비즈니스에서의 체감 극대화 전쟁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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