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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다섯 번째 비밀전략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이번 큐레이션에서 ‘거리 줄이기 전쟁’ 이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전선을 들여다봤고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네 가지 필수 전략을 살펴보았다.

[전략1] 마지막 거리까지 갑니다. (배송/유통)
[전략2] 어두운 등잔 밑을 찾아드립니다 ‘실내 위치 서비스’ (실내 지도)
[전략3] 이미 당신에게 가까이 가 있는 다른 이의 발을 빌립니다. (배송/유통)
[전략4] 물리적 거리를 넘어 체감을 극대화해드립니다. (서비스)

각 글에서 상세하게 살펴봤듯이, 각 전략들은 소비자가 유형의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최소화하거나, 그에 다가가는 시간을 줄이거나, 혹은 서비스의 사용 과정에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체감과 정확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히 앞으로 각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이러한 싸움이 격화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거리’ 큐레이션의 다섯 번째 글인 이번 글에서는 치열한 거리 줄이기 전투에서 벗어나 있는 일종의 중립지대를 살펴보려 한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거리를 줄여야 하는 미션을 비즈니스의 과제로 하고 있지만, 이 미션이 모든 사업자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중에 높은 소비자 로열티를 갖고 있는 브랜드들은 상황에 따라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소비자에게 자신들을 찾아오게 까지 드는 더 많은 노력을 강제한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시킨 다소의 불편함과 거리감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로열티를 증진시킨다.

일단 줄부터 서세요, 나이키

몇 년전부터 익숙한 현상이지만, 최근 G-DRAGON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러한 시도가 더 두드러지기도 했다. 바로 주인공은 지드래곤이 군대 전역 직후 나이키와 협업하여 디자인한 스니커즈인 ‘포스 파라노이즈’. 지드래곤의 생일인 8월 18일에 착안, 딱 818족만 생산한 이 스니커즈는 지난 11월 둘째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 발매 됐다. (더구나 한국에서만 판매됐다.) G-DRAGON 과 나이키, 높은 로열티를 보유한 두 개의 브랜드가 손을 잡았을 때, 우리는 소비자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오프라인 추첨에 응모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신발은 물론 옷까지 나이키 제품으로 입어야 매장에 입장할 수 있었고, 이렇게 드레스코드까지 맞춘 채 새벽부터 줄 서 있던 이들 중 일부만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 응모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응모권을 받기 위해 (아이폰 11 프로처럼 줄만 서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신 줄을 서 줄 사람를 구하는 경우는 이제 예사. 조금 더 진입장벽이 낮아보이는 온라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시간 (2시간)에 응모하고, 또 당첨이 되더라도 정해진 시간 (4시간) 안에 구매하지 않으면 응모가 취소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추첨하여 선물로 신발을 주는게 아니라, 추첨하더라도 제 값에 신발을 구매해야 한다!) 물론 온라인 응모에는 드레스코드가 없으니 오프라인보다는 훨씬 더 쉬운건 사실이지만, 전날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온라인을 추첨을 시도하지 않았을리는 없을 것이다.

직접 방문해야 수리해드려요, 젠틀몬스터

가로수길에 위치한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퍼스널 프리미엄 서비스센터에서도 이러한 ‘멀어지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제공하는 것은 바로 프리미엄 수리 서비스. 물론 간단한 수준의 선글라스 수리는 젠틀몬스터 취급 안경원들에서 당연히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예약해 스스로 가로수길까지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이 곳에서만 가능한 프리미엄한 서비스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가로수길까지 찾아오는 소비자들의 목적은 단순한 수리라기 보다는 오로지 이 곳에만 제공되는 브랜드 경험일 것이다.

젠틀몬스터, 퍼스널 프로덕트 서비스센터, https://www.gentlemonster.com/service/

물론 이 2개 브랜드 모두 무작정 소비자로부터 멀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나이키도 온라인 추첨이라는 좀더 현실적인 응모의 기회를 만들어두었고, 젠틀몬스터 역시 배송 접수 등은 허용하지 않으나 방문 전 예약까지 오프라인에만 한정해 두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들의 이러한 시도가 우리가 앞선 4개의 글에서 살펴본 거리 줄이기 싸움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이 치열한 ‘거리 줄이기’ 전선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거리 멀리하기’ 혹은 ‘장벽 높이기’의 전략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소비자와의 거리를 설계하라

위에서 살펴본 나이키와 젠틀몬스터의 행보는 또다른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 너무 가까운 거리는 브랜드의 로열티 혹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과 반비례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소비자는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투입하는 노력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곧 로열티를 높게 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은 소비자로부터 일부러 멀리 위치하고, 소비자가 다가오는 여정을 어렵게 설계하곤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의 거리 줄이기 싸움을 하면서도 동시에 각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한다. 즉, 과연 브랜드의 팬들이 과연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브랜드 경험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러한 고민에 근거하여 소비자와의 거리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면밀한 설계가 바탕이 된 지점에서 비로소 편의성과 로열티가 서로 대치되지 않는 브랜드로서 영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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