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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당신에게 가까이 있는 다른 이의 발을 빌립니다

‘고객만족’, ‘손님은 왕’을 혁명적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시대를 지나, 온라인 채널의 확대가 가져온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온라인 매장은 세련된 비즈니스 방식을 넘어 필수 요소가 되었고, 오프라인 대면 채널을 고수하는 일은 고비용 저효율의 낡은 방식을 고수하는 일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오프라인 대면 접점 확보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게 되며 상황은 달라졌다. 규모 있는 대기업이든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든, 접점을 고려하는데 온/오프라인 구별이 없어졌다. 특히 생활 밀착 서비스를 표방하는 비즈니스일수록 오프라인 접점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앞선 글에서는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한 최종 과정, 라스트 마일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유통과 서비스 영역에서 고객과 거리를 줄이고, 접점을 만들려는 노력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고객 접점 확보를 위한 ‘거점 확보’의 시대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제공하는 매장을 확보해 늘려 나가는 것이겠지만, 높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확장되어 있는 물리적인 접점을 빌려 고객과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 고객이 자주 방문하거나 이미 연결망이 구축되어 있는 물리적인 거점을 이용, 해당 거점에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과 설비를 비치하여 운영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거점에 입점하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하여 고객과의 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물리적인 거점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유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이 관계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보다 물리적인 거점을 제공하는 측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서비스를 거점 내 융합 시키는 모양새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은 이미 서비스 거점으로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크고 작은 점포가 거리 단위로 퍼져 있는 편의점은 국내에서 고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선점하고 있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강점을 이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 사의 서비스, 특히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와 제휴해 점포 내에서 운영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전국 단위로 퍼져 있으면서 점포 당 고객의 수가 확보된 편의점이기에 고객과 접점을 만들고 거리를 줄이려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입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 BGF 리테일 홍보센터 (http://www.bgfretail.com/)

대표적으로 올해 세탁 스타트업 오드리 세탁소리화이트는 각각 CU, GS25와 협업하여 각 점포를 서비스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래 모바일로 신청 후 세탁물을 집에서 수거하는 서비스를 집 대신 편의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고객의 집을 일일히 방문해 수거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며 편의점 입장에서는 방문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될 수 있는 효과를 받을 수 있다.

편의점과 유사한 속성을 지닌 주유소 역시 플랫폼화에 도전하며 배송 거점으로 진화해가고 있다.전국에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있는 특성으로, 고객과 다양한 서비스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거점으로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스마트큐브 홈페이지 (http://smartlocker.co.kr/qboo/)

GS칼텍스, SK에너지는 주유소 내 유휴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마트 보관함을 이용한 서비스를 공동 런칭했다. 이들이 런칭한 서비스 큐뷰(QBoo)는 주유소에서 각종 물품 보관과 관련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보관함을 제공한다. 큐뷰를 사용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물건 보관 서비스 ‘마타주’, GS SHOP의 택배 서비스에서부터 ‘중고나라’의 중고 거래 서비스, ‘리:화이트’의 세탁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에 이용되는 물품 보관 장소를 제공한다.

접점 확보, 확대와 함께 서비스의 질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일이기에 거점의 확대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서비스의 질은 과연 함께 고려되고 있는 것일까?

고객과 접점을 만들고, 거리를 좁힌다는 의미는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고 자주 마주치는 의미 이상의 일이다. 최근 고객과 접점을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는 과연 고객과의 이 ‘거리’에 대해 얼마나 고려되고 있을까.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되어 플랫폼을 지향해가는 현장은 아쉽게도 아직 서비스의 질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점 내에서 운영되는 각양각색의 서비스는 서비스의 운영과 질과는 무관한 담당자가 수행하게 된다. 한 거점 내에서 운영 인력이 부담하게 되는 서비스의 종류가 많아지게 되면 과부화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이의 발을 빌려 고객과 거리를 좁히고자 했던 서비스는 악영향을, 거점은 지향했던 ‘플랫폼’이 아닌, 기능을 수행하기만 하는 ‘거점’으로 그 자체로 남게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거점 확보 전략은 대부분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측이 수행하고 있다. 공간을 제공하는 측의 영향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으며, 이들의 의향에 따라 서비스는 거점에 추가되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이는 기존 유통 채널에서 계속해서 반복된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신만의 접점을 갖춰야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늘려 나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몇몇 대형 유통 업체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재미있고 생활에 유용한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어 섣불리 성공과 실패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고객과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일이 오히려 불쾌함을 만들어 심리적인 거리감을 만드는 것은 아닐지, 항상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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