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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로열티 이야기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loyalty)의 의미를 충성도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한다면 그 어느 업계보다 치열한 업계가 바로 요즈음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로열티는 기업 브랜드 그 자체보다도 기업이 런칭하는 ‘사람’에 기반한 브랜드에서 발생한다. 겉으로 보기엔 이 ‘사람’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관계가 주요한 역할로 보이지만, 브랜드 관리의 측면에선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로열티는 소위 말하는 ‘팬덤’, ‘팬심’으로 대변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로열티는 주로 1020대로 구성된 아이돌(Idol)을 그룹 대상으로 강하게 생성되고, 논의된다. ‘K-POP’이라 불리는 한국 대중 가요 열풍을 해외 불러 일으키며 이제 동남아, 북미, 남미, 유럽 등의 팬덤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국경을 초월한 단위로 팬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제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고, 다루는 산업으로 불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손에 닿지 않던 하늘의 별이 앓다 죽을 내 새끼가 되기까지

글로벌 레벨까지 성장(!?)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이하 엔터업계)의 브랜드 관리 노하우를 파악하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사 (이하 엔터사)와 브랜드 (아이돌), 그리고 소비층인 팬 간의 역사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 관계는 어디선가 본 듯한 모양을 띤다.

  • 1990년대: 나의 우상,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존재
    팬은 아이돌에 대해 엔터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컨텐츠만 소비 가능했다. 그 컨텐츠조차 얻기 경험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제공되는 컨텐츠 자체가 희소성을 가졌다.
  • 2000년대 말: 다시 부흥하는 아이돌 시장
    침체기를 겪었던 아이돌 문화가 다시 부활한다. 과거와 다르게 팬들이 온라인 상에서 컨텐츠를 활발하게 재생성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팬들은 컨텐츠를 통해 자신이 소비하는 아이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동을 시작한다.
  • 2010년대: 과포화 상태의 아이돌 시장
    성공 사례를 쫒아 수 많은 아이돌이 런칭 되기 시작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제 관심을 지켜 갖고 봐도 암기하기 어려울 수준이다. 엔터사 에서는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띄고자 독특한 컨셉으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다.
    어지럽고 혼란스런 시장에서 자신이 발견한 ‘원석’을 자신이 제작한 컨텐츠를 통해 포교하는 행동이 자연스러운 팬 활동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발적인 팬들의 활동은 아이돌에게 큰 자산이 된다. 이는 반대로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팬들에게 답하는 일 –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가 직접 소통을 하거나, 팬들의 의견을 브랜드 운영 방향성에 적용하는 일 – 이 보편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위의 요약에서 ‘아이돌’을 그대로 ‘브랜드’로 바꿔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열렬한 사랑 빠진 지지자와 그에 보답하는 브랜드의 관계. 팬덤을 몰고 다니는 샤오미와 배달의 민족, 할리 데이비슨의 아름다운 성공 러브 스토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줄거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자연스럽게 팬은 아이돌이라는 브랜드에 요구하는 바가 높아지게 되었고, 이를 영리하게 반영하는 아이돌은 자연스럽게 높은 충성도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브랜드 관리의 주체가 되는 엔터사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엔터사는 브랜드 컨텐츠를 공급하며 팬과의 관계에서 우위에서 서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에겐 팬이 브랜드에 요구하는 바를 수용하는 창구의 역할도 해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더욱 크게 보자면, 팬들이 아이돌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일이 그들의 업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업을 글로벌 레벨로 수행하기까지, 엔터 업계는 어떤 노하우를 갖게 되었을까?

브랜드와 팬덤 간의 특별한 소통 창구를 제공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아이돌과 팬의 소통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모두에게 열린 소통은 역으로 나만을 위한 ‘특별한’ 창구에 대한 욕심을 갖게 만든다.

출처: Lysn (리슨) 구글 플레이 소개 페이지

한국 엔터테인먼트계의 맏형 에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오래 전부터 디지털/AI 컨텐츠 분야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팬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커뮤니티 구축을 시도해왔다.

그 가장 최근에 출시된 앱 서비스 Lysn (리슨)은 취향 기반 커뮤니티/메신저 서비스를 표방한다. 유료 팬클럽 회원에게 제공하는 선예매 혜택 외에도 독점 컨텐츠, 해당 아이돌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해 ‘특별함’을 제공하는 소통 채널을 제공한다. 소속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팬덤을 한 곳에서 관리하기 위한 목적성을 띄고 있어, 팬들 간의 커뮤니티 기능에 번역 기능을 제공한다.

과거에도 아이돌이 직접 팬에게 문자 답장을 보내는 등의 특별한 소통을 강조하는 서비스는 존재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르게, 최근의 서비스들은 엔터사들이 직접 운영하며 소통 창구를 제공한다는 점, 서비스 락인을 위해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이면에는 글로벌 팬덤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둔다.

출처: 아미피디아 홈페이지
이벤트가 종료된 현재는 열람만 가능하다

방탄 소년단의 소속사로 유명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의 팬 커뮤니티 개념의 서비스 외에도 독특한 개념의 이벤트를 시도했다. 위키피디아와 방탄 소년단의 팬클럽명 ‘ARMY’의 합성어로 이뤄진 ‘아미피디아’ 로 명명된 이벤트는, 2019년 2월 런칭되어 약 2주 동안 진행되었다. 이 이벤트는 방탄소년단이 데뷔한 2,080일의 기록을 찾는다는 컨셉으로 방탄소년단과 그 팬들만이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이벤트였다. 전 세계에 흩뿌려진 QR 코드를 찾아 스캔하면 아미피디아에서 해당 일자 슬롯을 오픈할 수 있다. 오픈 된 슬롯에 나타난 방탄소년단 관련 퀴즈를 풀면 해당 날짜에 전 세계의 팬들이 컨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해지된다. 해지된 일자에 해당되는 방탄소년단 혹은 팬의 추억을 업로드하여 공유할 수 있도록 2,080을 모두 해금하는 것이 해당 이벤트의 목적이었다.

전 세계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었으나, 팬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이 이벤트는 팬에게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부여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다. 폐쇄적인 방식을 통해 팬에게 ‘특별함’을 부여하여 로열티를 선사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대중 속에서 로열티를 확인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 표시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바로 ‘나’, 그리고 이 특별함을 공유하는 사람은 브랜드와 팬 뿐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시도였다.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컨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자들이 밀고 등장하는 포화 시장. 앞서 설명한 것처럼, 브랜드에 대한 컨텐츠를 제공 하는 일은 이제 필요 조건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었다. 이미 로열티가 높은 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통해 새로운 팬 층을 끌어 오기 위해서라도 컨텐츠 공급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들이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정리할 수 있다.

  • 양적으로 많은 컨텐츠를 제공한다
    : 오픈형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속되는 수요와 공급에 힘입어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 이외에도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V LIVE 서비스와 같이 아이돌에 특화된 채널이 증가하고 있다
  • 팬덤 사이에서 오래동안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
    : 팬들이 공유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여 전파 효과를 노린다
    꼭 제공하는 컨텐츠의 양이 많은 필요는 없다 단순한 이야기보다는 로열티 높은 팬들이 충분히 반복하고, 즐길 거리를 준비하면 된다

그 대표적인 방식이 K-POP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다. 아이돌 브랜드와 해당 음반 사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이 다양한 비유와 은유로 등장한다. 일부러 오독하도록 만들거나 여러 시각으로 해석하기 쉽게 만들어 가능한 많이 보고, 많이 오르내리고 전파되는 것이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뮤비 해석’ 이라는 독립된 컨텐츠 장르로까지 성장한 이 놀이에 정확한 정답은 없다.

또 다른 컨텐츠 제공 방식의 하나로 아이돌 브랜드는 브랜드의 IP (Intellectual Property)를 바탕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 방식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이는 끊임없이 컨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방면으로 시도된다. 그러나 해당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스토리보다 순간의 이익에 집중하는 순간, 팬들은 이를 과도한 이미지 소비로 느끼기 시작한다.

출처: BTS월드 공식 홈페이지

방탄 소년단은 방탄 소년단이라는 그룹 자체의 브랜드와 맴버 각각의 개인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게 확립된 아이돌 브랜드 중 하나이다. 이들은 제품 광고 모델이라는 기본적인 활동에서부터 웹툰화, 게임화, 캐릭터화, 캐릭터 IP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과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들이 컨텐츠로 활용되는 근간은 현실에서의 방탄 소년단그룹 그리고 개개인의 브랜드 스토리와, 음반 세계관과 그 안에서 개개인의 스토리에 기반하여 적용된다. 네이버 웹툰 컨텐츠가 방탄 소년단 음반 세계관에 기반한 개개인의 브랜드를 풀어낸 스토리라면, 넷마블에서 배급한 모바일 게임 ‘BTS 월드‘는 현실의 그룹 브랜드와 개인 브랜드를 반영한다. 고생 끝에 정상을 차지한 방탄 소년단의 성공 스토리를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로 반영했다.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특징으로 한 그룹 성향을 맴버와 실제로 메시지, 영상 통화를 하는 느낌을 주는 활동 컨텐츠로 녹아 냈다.

이 외에 캐릭터와 제품 모델, 콜라보 제품 역시 그룹과 개인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벗어나지 않는 채로 활용된다. 오히려 이러한 개별 컨텐츠들이 역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활용 방식은 다시 한번 팬들의 로열티를 강화 시키는 요소가 된다.

올드한 브랜드? 오랜 시간 쌓아온 서사는 강력한 힘이 된다

디지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인 최근, 브랜드 관리는 대부분 온라인 매체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브랜드 관련 캠페인도 마찬가지로 디지털과 연계되거나 디지털화 된 캠페인들의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 애초에 디지털를 타겟으로 한 브랜드와 다시 서기를 해야 하는 브랜드의 대결이라니. 과연 오래된 브랜드이 엄두도 못 낼 일일까?

출처: JTBC 캠핑클럽 프로그램 소개 홈페이지

최근 엔터 업계는 이를 훌륭하게 반증하고 있다. “구독 좋아요 댓글 BAAAAM!”을 외치는 god 박준형의 유투브 채널 ‘와썹맨’, 작년 말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줬던 핑클의 캠핑클럽까지. 새로움이 곧 힘이라는 엔터 업계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등장에는, 활동 당시에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요소로 사용되지 않았던 서사들이 재발굴되고 가공되어 로열티를 이끄는 요소로서 작동하는 것이 한 몫을 했다. 오래된 브랜드라도 얼마든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혹자는 이런 류의 사례들이 모두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생겨나는, 유행을 타는 케이스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레트로’를 표방한 케이스들이 모드 다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재해석에 성공한 브랜드들의 특징은 바로 팬과의 많고도 깊은 서사가 존재했다는 점에 있다. 브랜드의 단편적인 과거 특징을 재해석한 것이 아니라, 팬과의 서사, 즉 팬이 알고 있었던 그들 본연의 모습과 에피소드들을 재발굴하고 재해석하여 접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1차 타겟을 아주 명확하게 짚고 시도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이 케이스를 ‘올드한 브랜드’ 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서사가 쌓인’ 브랜드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로열티의 전장(戰場)에서 배우다

애초, 제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보다 엔터 업계가 로열티가 높은 소비자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자산이 ‘사람’이라는 통제가 어려운 요소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업과 그 하위 브랜드 관리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를 생각해보자. 브랜드는 스펙과 성능에 대해 일정 수준의 보장한다는 ‘기대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엔터 업계에서는 스펙과 성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보다 브랜드 자체에 중점을 두고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로열티가 높은 팬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고, 이제는 그 입지가 더 높아졌다. 그리고 엔터 업게는 이들의 만족을 위해 문제를 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세밀하게 관리해 나가고 있다.

세부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로열티 높은 소비자층을 만들고 그들을 관리하는 구조는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모든 이들이 참고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포인트가 많다. 이 난이도 높은 작업을 되풀이하며 몇 십년간 브랜드 로열티 관리의 역사를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다시 한번 주목하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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