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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덕후에 관하여

지금은 덕후의 전성시대다. 최근 덕후가 거대한 소비 계층으로 부각되면서, 콘텐츠 시장을 비롯해 여러 업계에서 덕후 집단을 반드시 공략해야 할 타깃(target)으로 주목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덕후 문화’가 기존 주류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비주류일 것 같던 ‘덕후 문화’가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가 된 것이다. 이번 curaTIon은 덕후들의 문화와 소비를 통해 그들이 창출해내는 새로운 가치와 의미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curaTIon-덕후 기획의 문을 여는 이번 글은 덕후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한다. 덕후는 ‘관심 있는 특정 분야에 취미 이상으로 빠져들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질 정도로 그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말한다. ‘장난감 덕후’ ‘영화 덕후’ ‘게임 덕후’ 처럼 해당 분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의 덕후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 대접받으며, 전문성과 독특한 개성을 모두 갖춘 사람으로 인식된다. 이는 과거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마니아 또는 사회 부적응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였던 덕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오타쿠와 덕후

원래 덕후는 ‘오덕후’의 줄임말로, 이는 일본의 ‘오타쿠(御宅)’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일본에서 오타쿠는 주로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문화 콘텐츠 애호가를 의미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불과 몇 년 전까지 부정적인 어감으로 쓰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비주류 문화를 기반의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현상과 집단을 지칭하는 말로 폭넓게 사용된다. 

오타쿠라는 말의 어원은 ‘집’의 존칭인 ‘お宅(OTAKU)’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어의 ‘댁’이라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댁의 주소는 어디입니까?’를 일본어로 표현하면 ‘お宅の住所はどこですか(Otaku no jusho wa dokodesu ka)’가 된다. 왜 집일까. 오타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그 답은 일본의 고유한 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러한 일본인의 대표적인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이다. 이는 흔히 ‘겉마음과 속마음’, ‘배려와 본심’ 등으로 불린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여 사용함으로써 전체의 조화를 지키고자 하는 일본인들은 혼네를 숨기고 다테마에로 위장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 일본인들은 많은 상황에서(글이든 말이든) ‘스미마셍(すみません)’으로 시작한다.
  • 일본인들은 공공장소(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통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혼네의 해소가 필요했을 것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혼네를 방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집에서의 취미생활’인 것이다. 그렇게 ‘집’이라는 단어가 ‘오타쿠’가 되었다.

출처:pixabay.com

한국의 ‘덕후’는 이러한 집의 개념을 내포하지 않는다. 집단을 특징하는 세부적인 의미도 일본의 오타쿠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취미생활을 통해 내적 에너지를 발현하고자 한다는 점은 오타쿠와 비슷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 또한 혼네와 다테마에 이상의 다중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 나의 정체성이 다르고, 현실과 SNS에서의 정체성이 다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멀티 페르소나’라 설명한 바 있다. 가면을 바꿔 쓰듯, 상황에 따라 ‘진짜 나’와 ‘다른 나’를 구분해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인들에게 ‘내적 에너지의 방출’이 중요해졌고, 덕후의 덕질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팬, 마니아, 그리고 덕후

덕후의 의미를 쫓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덕후가 무엇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렇다면 그들은 ‘팬Fan’이나 ‘마니아Mania’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리고 ‘팬’과 ‘마니아’의 차이는 또 무엇일까? 아마 그 누구도 이러한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내놓는 답변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어렴풋이 이 세 단어의 간격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대상에 대한 애정의 강도를 ‘팬<마니아<덕후’ 순으로 생각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 집단을 간단히 정의해보면 아래와 같다(이는 본 에디터의 주관적인 구분이다).

출처:pixabay.com
  •  은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대상을 쫓아다니고, 관련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팬’이다.
  • 마니아는 ‘대상을 파고드는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다. 세계관에 빠져들어 대상을 공부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마니아’는 대상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넘어, 이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 덕후는 ‘대상을 해석하는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다. ‘덕후’는 대상에 새로운 의미를 새기거나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덕후가 해석한 대상의 새로운 의미는 팬과 마니아층에게 유입된다. 

덕후에 관하여

‘취향 소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가 중시되면서 소비자의 취향은 급속하게 다양화된다. 이제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취향을 저격하는 마케팅 전략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덕후 소비자는 기업들에 커다란 시사점을 제시한다. 덕후의 소비는 기호(嗜好)가 기본이 되며,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소비자이다. 끊임없이 소비하고 생산하며, 소비 시장의 흐름을 선도한다. 최근 덕후를 겨냥한 전략이 대중 소비자들까지 이끄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덕후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번 기획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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