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극한컨셉 : 이것은 컨셉인가, 현실인가

  • ‘2019 올해의 인물’에 빛나는 슈퍼스타, 펭수
  • 유재석도 못받은 신인상을 수상한, 유산슬
  • 그리고 가장 성공한 자연인, 카피추 

작년 대한민국 예능계는 이 세 명이 휘어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식을 줄 모르는 이들의 열풍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열광케 한 걸까. 이 셋의 공통점은 극한의 컨셉으로 무장한 캐릭터라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대놓고 가짜임을 드러냄으로써 차별화된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극한컨셉

이제는 막을 내린지도 2년이 지난 ‘무한도전’과 나영석 PD가 기획한 인기 예능 ‘신서유기’, 그리고 여러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 이러한 예능들이 오랜 기간 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멤버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유느님, 초딩, 식신, 돌+I, 꼴뵈기시르미 등 다양한 컨셉이 부여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이처럼 ‘컨셉’을 브랜드나 제품에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잡은 컨셉 하나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는 확실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다.

출처:배달의민족 유튜브 채널(좌), 팔도’네넴띤'(우)

시장의 상향 평준화로 기능의 차별화가 더 어려워지면서 컨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물론, 소규모 영세 매장까지도 컨셉 경쟁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컨셉 전쟁은 말 그대로 ‘컨셉의 아비규환’으로 이어지게 됐다. 무작정 남을 따라 하거나, 맥락 없이 특이함만을 내세운 컨셉들이 무분별하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수많은 컨셉과 캐릭터들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예능에서도, 소비 시장에서도, 보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컨셉을 원하게 된다. 이들의 속마음을 헤아려 극한의 컨셉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이 나타났다. 펭수, 유산슬, 그리고 카피추.. 이들의 독보적인 ‘극한컨셉’은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 같지 않은, 차별화된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극한컨셉의 캐릭터’가 이미 최근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튜버, Jesus Christ

한 남성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로를 질주한다. 그의 외모와 복장은 예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타고 있는 스케이트보드는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보드를 즐긴다. 이 남성은 구독자 수 118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Jesus Christ다(20년 02월 기준). 예수 분장을 하고 도심을 다니는 그의 극한컨셉은 시청자에게 매우 흥미롭고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흔한 브이로그 컨텐츠도 그가 하면 특별하다.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 Orange Cassidy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레슬링 단체인 AEW에서 유일무이한 극한컨셉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인물이 있다. 프로레슬러 Orange Cassidy는 청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로 경기장에 오른다. 넘어져서 일어나는 그 순간에도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 폼생폼사. 특히, 그는 공격할 때에도 멋과 여유를 잃지 않는다. 필살기는 다름 아닌 여유 있는(무성의한) 발차기. 이런 그는 프로레슬링 팬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가오가 몸을 지배한 남자, ‘가오가이거’라고 불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한컨셉의 캐릭터가 전하는 시사점

1. 완전한 가짜가 만드는 완전한 재미

지금까지의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보여줬던 캐릭터들을 생각해보자. 바보, 독설가, 사기꾼.. 이 캐릭터들은 모두 현실 속에 존재하는 ‘그럴싸한’ 존재들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이 방송을 방송으로 보지 못하고, 예능을 예능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예능 캐릭터를 실제 연예인의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비호감 캐릭터 연예인에게 비난을 보내고, 현실의 모습이 방송과 다를 때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극한컨셉의 캐릭터들은 가짜인 게 뻔히 드러나 있다. 실망할 일도, 배신감이 들 일도 없다. 모두가 가짜임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재미’라는 하나의 가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2. 관객에서 조연으로

Orange Cassidy의 무성의한 발차기 공격에 맞춰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함성 소리만 들으면 마치 대단히 화려한 기술을 시전 한 듯 하다. 펭수의 정체를 파헤치는 게시물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펭수는 펭수일 뿐이다”라며 이를 비판한다. 이처럼 극한컨셉의 캐릭터를 즐기는 사람들은 단순히 관객으로서 이들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놀이를 함께 즐기는 연극 참여자로서 무대에 오른다. 무대의 범위가 넓어지고, 컨텐츠 소비자의 참여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이 창출된다.

극한컨셉은 단순히 ‘독특하고 새로운 컨셉’만을 말하지 않는다. 극한컨셉의 진정한 의미는 ‘극한의 공감과 참여’가 만들어 낸 ‘극한의 재미’일  것이다. 무대와 현실을 넘나드는 극한컨셉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답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