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여행, 이제 살지말고 빌려보세요

어차피 할부 인생, 여행도!

여행을 떠나는 일은 이제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엔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편이고, 국내는 주말 짬을 내어 시간이 될 때마다 돌아다니는 편입니다.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러 여건이 마련되었고 이제는 여행을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다가도 “확 내일 여행 떠나버릴까?” 하는 장난 아닌 진심이 이따금씩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니 마치 아침에 커피를 마셔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처럼, 여행이 없어서는 안 될 내 생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돈은 없어도 여행은 가야하는 트래블 푸어가 된 것처럼요. 가끔은 비행기를 우선 할부로 결제해버리고 뒷수습은 나중으로 미루기도 합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구독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매일 읽던 신문이 일상에 들어와 뉴스레터가 생겼고, 일주일에 3번 보던 영화가 습관이 되어 넷플릭스를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여행 산업은 어떨까요? 위의 내용처럼 우리에게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 여행도 구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스테이와 같은 새로운 여행 상품이 등장했을 뿐 여행 구독이나 렌탈과 같은 비즈니스가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직 미미하지만 여행 구독 서비스 같은 작은 움직임들을 포착하고자 합니다.

월정액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어때?

여행계의 넷플릭스, ‘BeRightBack

Image result for berightback

가끔 목적지 없이 그냥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항공 예약 서비스, 스카이스캐너에서 Everywhere라는 기능을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떠나고는 싶지만 어디로 갈지 고민될 때 Everywhere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으니까요. 

영국의 BeRightBack(BRB)은 세계 최초로 생긴 여행 구독 서비스로, 사용자는 월정액을 내면 1년에 3번의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만일 BRB가 단순히 여행 구독만 했다면 그닥 매력적인 서비스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습니다. 스카이스캐너의 Everywhere처럼, 여행을 떠나기 1달 전까지 본인은 어디로 여행을 갈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 문화, 식사 등을 작성하여 프로파일을 완성하면 BRB의 여행 전문가가 목적지를 선택해 줍니다. 물론 해당 여행지가 이미 가봤던 곳일 수 있기 때문에 제외 옵션 또한 제공합니다.

BRB의 성공 요소는 ‘미스테리한 재미’라는 점입니다. 생각해보면 여행의 가장 기본 요소는 불확실성입니다. 아무리 계획을 철저하게 짜고 여행을 해도 새로운 지역에서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모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BRB는 여행의 불확실성을 미스테리함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고객은 미리 예약해 놓은 휴일이 다가오지만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렘을 가득 안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특히나 모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BRB의 제안은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럭셔리 호텔을 무제한으로, ‘INSPIRATO’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일상사가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그 순간만큼은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누군가는 여행을 호텔에 머무르고 싶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전 세계 럭셔리 호텔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시겠습니까? 

Image result for inspirato pass

Inspirato에서는 럭셔리 층을 타겟으로 여행 업계에서 구독 모델을 시도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 성수기에 높은 가격의 방이 예약이 안 된 채, 빈 공실로 있는 것은 매우 큰 손해입니다. Inspirato는 호텔룸에 대한 재고를 줄이기 위해 섭스크립션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Inspirato 여행 패스를 이용하면, 350개가 넘는 럭셔리 하우스와 5성급 호텔, 크루즈와 같은 유형의 장소에서 무제한으로 묵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패스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공유할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비록 패스의 가격은 1달에 2,500달러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는 헉-할 수준의 금액이지만, 기존 Inspirato를 통해 고급 여행을 즐기던 고객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이라 합니다.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도와줘

빈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용품구독 ‘ANA TEBURA TRAVEL’

이제 정말 빈손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 불안했던 부분은 언제나 늘 챙길거리에 있었습니다. 배터리 챙겼는지 걱정되고, 날씨에 맞지 않는 옷일까봐 걱정되고, 수하물 크기가 오바될까 체크인 카운터에서 무게를 줄이려고 애쓰는 그런 모습들. 혹은 여행 가서 예쁜 옷을 돌려가면서 많이 입고,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은데 가지고 갈 수 있는 짐의 한계 때문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의 ANA 세일즈에서는 이러한 지점들을 고려하여 빈손으로 떠나는 여행, ‘TEBURA TRAVEL’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기만 하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고객과 여행지에 어울리는 옷들을 렌탈 박스에 담아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평소 입지 않는 스타일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데 TEBURA TRAVEL에서는 그런 니즈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 가방, 모자, 액세서리도 추가가 가능하고 심지어는 고데기, 헤어드라이기까지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들이 렌탈이기에 고객은 재밌고 좋은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행이 경험의 서비스라고 한다면 TEBURA TRAVEL은 그 경험을 극대화해주는 보완재같은 역할입니다.

집에서도 호텔 서비스를 즐겨봐, ‘노블메이드’

꼭 여행을 가야만 여행일까요? 가끔은 평소에 잘 정리하지 않던 구석구석까지 다 청소하고, 빨래도 완벽하게 해내고 난 후 커피 한 잔을 들이켤 때 여행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여행이 여행지를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새로운 곳에 왔다는 느낌’, ‘모든게 잘 정돈된 느낌’,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여행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Image result for 노블메이드

노블메이드는 가정에서 만날 수 있는 호텔 서비스입니다. 더 정확히는 날짜에 맞추어 살균된 타월 및 바스로브, 바디 타올 등을 제공해 주는 홈케어 서비스죠. 호텔에서 가장 호텔다움을 느끼는 부분은 내가 굳이 청소하지 않아도 외출하고 다녀오면 모든 것이 다 잘 정돈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노블메이드는 세탁 걱정 없이 늘 뽀송한 타월과 기타 고급스러운 어메니티를 같이 보내주어 일상에서도 여행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여행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여행과 여가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행하며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족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회사에서 리모트 근무를 시행하면서 일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저 또한 요 며칠 재택근무 중이니까요.

앞으로 여행업계는 위에 언급한 여행의 연장선에서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노마드족을 잡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여줄 기기를 렌탈해주는 서비스라든지, 외부에서도 사무실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듀오 디스플레이와 같은 것들을 일정 기간 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킥스타터

모든 산업에서 구독경제나 렌탈, 큐레이션 서비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소비자에 맞게, 또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느냐에 따라 성패 여부가 갈립니다. 혹은 아예 니즈가 없는 시장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변하는 소비자에 맞추어 서비스 또한 늘 바뀌어야 합니다. 여행업계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타겟군을 발굴하여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찾아주는 기회는 준비된 기업에게만 오니까요.

최 희재

2 Comments

  • Avatar
    Jun
    3월 16, 2020 at 10:37 오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무료 가입을 지원해봤는데
    BRB 서비스가 한국은 지원하지 않는게 참 아쉽네요.

    • 최 희재
      최 희재
      3월 24, 2020 at 11:23 오후

      BRB와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도 얼른 도착하길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

답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