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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바이러스 위기가 오피스 노마드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지금 어디서 이 글을 읽고 계신가요?

평소엔 출퇴근길 모바일 화면에서, 회사 모니터 너머로 트렌드인사이트의 아티클을 확인하셨던 분들, 오늘은 뭔가 다르지 않으신가요? 아마 어떤 분들은 몇 달 전 일상과 다르게 집에서 이 아티클을 확인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맞이한 범 지구적 위기는 새로운 업무 문화를 시도하는 실험의 장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동안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형태의 근무 방식들이 시도되고,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한 때는 유행처럼 번졌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린 재택 근무를 비롯하여 유연 근무제, 분산 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기업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출처: ZOOM 홈페이지 (https://zoom.us/)

이에 대한 반응들은 다양합니다. 이전에도 자유로운 근무가 가능했던 원격 근무자, 프리랜서, 공유 오피스 근무자들은 일상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들이지만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해야 했던 직장이들에겐 신세계와 다를 바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평소 하루 꼬박 걸려서 할 일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일하니 2시간 만에 끝냈다” 비효율적인 회사 체계에 대해 비판하고 그 동안 쉬쉬되었던 재택 근무의 효율성에 대해 찬양하는 반응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내 업무가 갑갑했던 이유는 장소가 회사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가 아닌 다른 장소,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재택 근무를 해야 했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생각만큼 유쾌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생활 리듬이 깨졌다, 회사의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 돌봐야 하는 아이들도 등원, 등교를 하지 않아 집중하기 어렵다 라는 반응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심지어는 같이 일하는 동료가 없어 일하는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네요.

인터넷과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직장인이라는 죄로, 회사라는 감옥에 갇혀….! 를 부르짖던 필자도 아주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회사에 두고 온 각종 사무용품과 장비(!)부터 왜 이리 방 정리는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면 되던 일들이 전화와 메일, 채팅으로 이뤄지다 보니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그 외에도 업무 공간과 집이 하나가 되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상당했습니다.

이번 일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재택 근무나 유연 근무, 분산 근무든 어떤 형태의 근무라도 잘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죠. 혹시 업무하기가 팍팍했던 이유는 단순하게 일이 싫어서, 회사 공간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 환경이 내가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사람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를테니까요.

어쩌면 앞으로는 ‘오피스 노마드’라는 개념이 익숙해질 지 모르겠습니다. 개인 특성에 따라, 업무에 따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돌아다니고,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직장인들 말이죠. ‘디지털 노마드’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 장비를 가지고 고정된 업무 환경과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관습적으로는 프리랜서를 지칭하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불행하게도 기업에 속한 직장인들은 준수해야할 시간과 협업해야 할 동료들이 있으며 따라야할 조직 문화와 규율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제적 보상을 보장받는 대신 프리랜서와는 다르게 규칙을 지켜가며 과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포괄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우연하게 벌어진 이 거대한 근무 환경에 대한 실험의 결과로 회사 차원에서 오피스 노마드를 위한 환경을 다양하게 구성해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성원은 편안한 장소만이 답이 아니라 (설령 빡빡한 회사라 할 지라도) 개인 특성별, 업무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때 업무에 몰입할 수 있음을, 회사 측에서는 꼭 사내에서나 일률적으로 정해진 환경에서 근무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상호 간의 협의가 있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들이 새로 등장할 수 있을까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협업 툴 외에도, 오피스 노마드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시도들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집중이 필요할 때, 멘탈 케어가 필요할 때, ‘the calm booth by ROOM’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주로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을 진정시킬 공간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사를 통해 완전히 100% 각각 다른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이상적인 집중, 휴게 공간을 만들기를 어렵습니다. 유휴공간에 설치를 통해 개개인에게 맞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기업에게는 완벽한 방음이 되는 설치형 전화 부스를 제작하는 기업 ROOM이 명상 앱 calm과 협업하여 출시한 이 명상 부스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ROOM 홈페이지 (https://room.com/pages/calm)
출처: ROOM 홈페이지 (https://room.com/pages/calm)

전화 부스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원하는 공간에 설치하는 형태로 출시된 이 제품은 문을 닫고 앉아 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나 혼자만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마치 안개 낀 작은 숲에 들어선 느낌처럼 말이죠. 부가적으로 calm 앱을 통해 숲 소리, 새 소리를 부스 안에서 감상하도록 연동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몰입을 원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근무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구독 비즈니스, ‘groWrk’

갑자기 겪게 된 재택 근무, 원격 근무에서 가장 실망한 점이 있다면 회사에 있는 내가 사용하던 용품과 기기들을 다 가지고 오지 못해 업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필자는 사용하던 모니터를 집으로 옮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재택이나 원격 근무가  꼭 필요한 구성원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업무 환경을 셋팅할까요? 이 문제는 모두 개인이 해결해야하는 문제일까요?

출처: groWrk 인스타그램 (@growrk)

groWrk 는 재택 근무를 하는 구성원들에게 최적의 업무 환경을 셋팅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셋팅을 원하는 장비들을 선택한 후 월별로 시용료를 지불합니다. 이 구독 모델의 소비 주체는 누구일까요? 바로 개인이 아닌 기업입니다. 비용을 지불하며 사용하다가, 구독을 취소하거나 사용하던 기기와 가구를 그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회사 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던 환경이 노트북과 인터넷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기업에서 이를 지원해주는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3.  잠시만요, 제 상태를 확인해주시겠어요? ‘visual office’

직장인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때 중 하나는 업무 환경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때가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면 업무가 밀려 있거나, 통화 중이거나, 잠깐 자리를 비운 내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나를 찾는 일들 말이죠.

출처: visualoffice 홈페이지 (https://www.visualoffice.app/)

세계적인 협업 툴 슬랙을 통해 출시될 이 앱은 단순하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대부분의 협업 툴에서는 나의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Visual office는 귀여운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진 가상의 사무실에서, 구성원 각자의 자리를 배정한 후 개인의 상태를 변경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이 공간 없이 원격 근무를 하는 기업에서 유용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출시 예정이라고 하니 런칭이 된다면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작도 강력했지만 그 끝도 창대하리라

소위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 라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동경하는 방식에서, 회사와 업무, 구성원의 성격에 맞는 스타일의 업무 환경을 고민하고 피드백을 받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단, 앞서 말씀드렸듯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만큼 성과가 있는지, 혹시 근무 시간에 업무 외의 일을 하지 않는지, 본인이 세운 계획에 맞춰 근무하고 있는지 기업과 구성원들 상호 간의 신뢰가 있어야하겠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더 중요해질 수 있겠습니다. 사내/외에서 본인 선택 하에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근무를 하는 대신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명확하게 측정하여 계산하는, 어디서나 날 지켜보고 있는 ‘사우론의 눈’ 같은 시스템 말입니다.

지난 2015년, 필자는 경험과 시간을 공유하는 디지털 노마드 2세대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는 ‘스마트 워크’라는 구호 아래 통신/IT 대기업들에서 재택 근무, 원격 근무에 대한 시도를 많이 했었지만, 결국 큰 성과를 얻지 못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마드의 사업 기회를 프리랜서 혹은 1인, 소규모 기업 단위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5년 정도가 흐른 지금, 몰입할 수 있는 근무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퍼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장소는 피해야 하기에 지금 당장 유의미한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불행한 이유로 정말 우연하게 시작된 업무 환경에 대한 실험. 한 번 시작된 이상, 다시 이전과 동일한 업무 환경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감히 말씀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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