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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Time] ‘실시간’보다 ‘제 시간’을 선호하시나요?

기술과 프로세스의 진보로 인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실시간의 삶을 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기존의 비즈니스는 차원이 다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시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배달되는 제품 (새벽배송), 내가 원할 때 바로 외로움이 사라지게 만드는 서비스, 나를 실시간으로 드러낼 수 있는 컨텐츠 등은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신기한 점은 위의 3가지 모두 ‘얼마 전’에 생겨난 것들이지만, 그것이 새로움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실시간적인, 즉각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리얼타임은 트렌드가 맞다. 그것도 핫한 트렌드. 하지만 이번 아티클에서는 리얼타임이 과연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 시작은 리얼 타임으로 인한 피로감부터.

“여유가 없어요”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리얼타임의 pain-point는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실시간, 즉각적인 서비스가 디폴트가 되면서 생각과 고민의 여유와 여지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신져나 SNS가 그렇다. 인스타그램 라이브와 스토리처럼 리얼타임 스타일에 심지어 시간 제한적 특징까지 갖고 있다면 더더욱 여유란 없다. 그 시간에, 즉시 참여해야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고, 리액션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문자를 한참 읽으며 속뜻을 생각하고,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생각할 ‘여유’란 없다.

또 하나의 pain-point는 본의 아니게 인스턴트가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 (여기서 인스턴트란,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사라지는, 지나가버리는 무언가로 정의한다) 인간관계의 경우가 그런 점이 두드러진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인스턴트 관계가 되기 쉽다. 무엇이든 쉽게 갖게 되면 쉽게 사라지는 것처럼, 위치 기반 서비스와 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필터링된 모바일 저편 ‘내 동네친구’는 가벼운 사이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모두가 리얼타임을 선호하는 것일까?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상할 것 없이 받아들이는 ‘즉각적인 실시간’ 서비스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리얼타임의 흐름에 가려진, 하지만 여전히 ‘제 시간’을 지켜가고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보자.

실시간 vs 제 시간

그렇다면 실시간과 제 시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실시간(RealTime) 서비스와 제 시간(OnTime) 서비스로 비교해보자. 실시간 서비스의 1순위 가치는 ‘신속함’과 ‘즉각성’이다. 이러한 속도전이라는 포장에 기존에 제공하고 있는 다른 가치들이 담긴다. 또는 빠른 속도가 기존의 가치 제공에 부스터 역할을 한다.

제 시간 서비스의 1순위 가치는 ‘시간’이 아니다. 자신만의 속도는 유지하되,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장점과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OnTime 서비스의 예를 살펴보자.

비행기를 타지 않고 굳이 야간 열차를 타는 이유는, ‘Nightjet’

Nightjet은 오스트리아의 철도 회사 OBB에서 제공하는 야간열차이다. 많은 유럽 철도 회사에서 야간 열차의 수익성에 의문을 갖고 서비스를 종료한 반면, OBB는 이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고민이 없지 않았다. 비행기라는 빠르고 효율적인 운송수단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르게 야간 열차 여행은 이제는 니치한 시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들이 독일 철도 회사가 갖고있던 루트를 넘겨받아 운영한 결과 승객 수는 종전에 비해 2배가 늘었다.

OBB 홈페이지, https://www.nightjet.com/en/komfortkategorien

Nightjet 승객들이 생각하는 장점은 바로 ‘편안함’과 ‘서두르지 않음’이다. 늘 시간에 쫓게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점이다. 유럽 내 비행 노선은 짧은 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때로는 여행하기 불편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게 되는데, 열차 여행은 그런 점을 피할 수 있다. 이들은 여행에서 중요한 점이 빨리 출발하고 도착하는 것이 아닌 이동하기에, 여행의 흐름을 끊지 않는 편안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 비행기와 차를 타는 것보다 기차를 타는 것이 더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동 시간을 아끼는 대신 환경을 아끼겠다는 의미이다. 야간 열차의 지속가능성은 최근 유럽 내에서 주목받아 독일과 스위스 정부는 유럽 내 항공 노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 한편 야간 열차 여행을 부스팅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로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여행, ‘Slow Tourism’

Snohetta slow tourism 이미지 검색결과
Snohetta, https://www.lsnglobal.com

오스트리아는 On Time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라인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건축 회사 Snohetta는 관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the Path of Perspectives’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On Time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2마일 길이의 하이킹 경로 중 10개 스팟에 설치물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설치물은 비교적 간단하고 미묘하게 자연에 잘 들어맞는다.

사실 이 하이킹 경로는 케이블카로 오갈 수도 있지만, 이들이 설치물을 만든 이유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시간동안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설치물을 단순히 구경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벤치나 작은 단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앉아서 쉴 수도, 피크닉을 할 수도,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도록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치물들을 Intervention 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사실 케이블카를 타거나 쉬지 않고 걷다보면 그 곳의 경치는 끊김이 없이 흘러가게 된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관광을 마칠 수는 있겠지만 여유있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놓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개입 즉 intervention이 있다면 시간은 조금 더 들지만 케이블카로 지나치는 것과는 다른 자연에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보다 내가 우선이라면, ‘Slow Work Movement’

일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Slow Work Movement는 마음을 챙기는 것, 창의성, 균형잡힌 일터 등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는 바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압박감이나 생각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더 ‘능률이 높은 삶’이 아닌,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며 조금 더 창의적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실생활에 적용해본다면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리적 바운더리, 즉 원격 근무가 그 중 하나의 방법이다. 매일 지옥철을 견뎌내야 하는 출퇴근 시간을 버리고, 원격 근무를 통해 그 시간을 조금 더 값지게 쓰는 것이다. 또한 회사라는 사무 공간(a.k.a 스트레스를 받는 공간)과의 단절 또한 사람들의 생산성과 개방성을 높이는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일에 대해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 즉monotasking에 집중하는 것이다. monotasking이란, multitasking과는 반대의 개념으로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은 즉각적이고 실시간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일하는 ‘나’에 초점을 맞추고 ‘내 페이스’에 맞는 속도를 내는 것을 뜻한다.

OnTime, 속도보다 중요한 무언가

RealTime의 시대에 OnTime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니즈는 다음 2가지 정도로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1) 다른 가치가 ‘속도’에 가려지는 것이 싫은, ‘속도’보다는 다른 가치가 중요한 사람들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보다는, 나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

2) ‘느린 시간’ 이라는 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


이러한 니즈를 바탕으로 OnTime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이런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빠른’이 아닌 ‘제 시간’에 제공하되, 다른 가치를 더한다

2) RealTime과 반대로 ‘느린 시간’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OnTime, 새로운 프리미엄이 될 가능성은?

RealTime에 대한 니즈가 있듯, OnTime에 대한 니즈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때로는 OnTime이 정답이 될 때도 있다. 우리가 도시를 생각할 때 무조건 ‘빠른’ 도시보다는 ‘살 만한’ (liveable) 도시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OnTime에 대한 니즈를 가진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없을까?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실시간’ 서비스가 프리미엄 서비스였다.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더 지불하면, 때로는 멤버십을 가입하면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즉각적인 RealTime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프리미엄이 붙는 서비스가 되면서 이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되었고, 현재 빠른 서비스는 기본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물론 ‘더 빠르게’, ‘더욱 실시간으로’,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즉각적인’ 서비스로의 방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OnTime이 새로운 프리미엄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 제 시간에 제공하지만 더 중요한 가치를 프리미엄하게 제공하거나 아예 느리게 가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프리미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간혹 ‘주문 즉시 조리를 시작한다’는 원칙을 가진 레스토랑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곳이 OnTime 프리미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예를 들어, 휴식이 중요한 리조트라면 무조건 빠른 시간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닌 여유있지만 퀄리티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사에는 집중 근무 시간이라는 것은 있지만, 그 반대인 여유 근무 시간 혹은 업무 바운더리는 정해져 있지 않다. 업무 바운더리를 정해 직원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이는 아마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실시간을 선호하는 시대에 ‘제 시간’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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