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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시니어(Senior)의 직업,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55년생 김칠두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
hub.zum.com/notefolio/38724

올해 64세 김칠두씨는 1020세대에게 유명한 모델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스트리트 브랜드의 모델이며, 서울패션위크 최초의 시니어 모델인 김칠두 씨의 본업은 순댓국집 사장님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30년간 순댓국집을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김칠두 씨는 본업이었던 식당을 정리한 후에 어린시절의 꿈이었던 모델에 도전하여 63세에 시니어 모델로 데뷔하여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은퇴 후 인생 2막이라는 말처럼, 요즘 시니어들은 은퇴 이후 삶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5~79세 시니어 층이 재취업을 하는 이유의 59%가 생활비입니다. 100세 시대에는 50대에 은퇴를 하고 새로운 경제활동을 해야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 순위입니다. 시니어층의 33.9%는 재취업의 이유로 일하는 즐거움을 꼽았습니다. 은퇴를 했음에도 일에서 즐거움, 열정, 성취감을 찾는 것은 그들에게 직업은 단순한 돈벌이 그 이상임을 의미합니다. 주변에 어르신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음에도 소일거리를 찾는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시니어는 첫 번째 직업에서 은퇴했을 뿐이지 두 번째, 세 번째 직업을 위한 열정까지 함께 은퇴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니어 재취업이 단순노무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든 시니어가 김칠두 씨처럼 모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니어를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기력이 없거나, 배움이 느리거나, 기술에 뒤쳐지거나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노무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국내외 시니어들의 직업을 위한 열정과 그들을 고용하거나 세상으로 다시 내보내기 위한 단체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시니어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들을 단순한 육체 노동자가 아닌 전문성, 열정, 도전 등을 가진 존재로 볼 수 있을지 힌트를 얻고자 합니다.

시니어가 잘하는 것과 그들이 잘 하고자 하는 것

시니어의 직업적 특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들이 잘하는, 이미 쌓인 경력을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니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여러 차례 미디어에서 다뤄진 울른(Wooln)이 있습니다. 울른은 뉴욕의 의류스타트업으로 고급 핸드메이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특화된 기업입니다. 홈페이지와 제품은 육안을 볼 때 여느 의류업체와 같지만, 이 회사의 가장 큰 차별점은 누가 제품을 만드는가에 있습니다. 울른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정식으로 면접을 보고 고용된 할머니들이 만듭니다. 울른은 단순히 시니어가 뜨개질을 잘 할 것이라는 생각에 뽑지는 않습니다. 면접 할머니들에게 과제를 제시하고 뜨개질해온 작품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고용합니다. 그렇게 해서 고용된 할머니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판매가의 3분의 1을 수익으로 가져갑니다. 울른의 공동창업자는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울른(wooln) 제품
inc.com/magazine
울른(wooln)의 시니어
france-amerique.com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30년 넘게 뜨개질해온 할머니들은 마치 손가락에 금을 발라 놓은 것 같다.”

한국의 교육 스타트업 세이(say)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이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한국인 교사를 연결해주는 기업입니다. 여기 까지만 보면 다른 교육 기업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세이는 교사 선정에 있어서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이에 고용된 교사 중 75%는 50세 이상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한국인입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를 배운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젊은 문화를 배울 기회는 많이 있어도, 언어를 배우면서 한국 사회 전반적인 문화, 다양한 직군과 생활 등에 대한 정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세이는 은퇴를 한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식 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그들의 미션을 보면, 세이가 시니어를 어떻 존재로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세이(say) 소개 페이지
sayspeaking.com/about
세이(say)의 시니어 선생님
sayspeaking.com/tutors

“세이에 고용된 시니어 교사는 아직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재능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시니어가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했던 일을 또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올두쉬카(oldushka)는 이런 시니어를 위해 준비된 시니어 모델 전문 에이전시입니다. 러시아에서 50세 이상의 시니어 모델을 등록하고 홍보하는 최초 모델 대행사이며,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등록된 시니어 모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니어 모델이 트렌드로 떠올랐지만, 이렇게 시니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회사는 드물었습니다. 보통은 주목받은 시니어 모델만 이슈가 되었죠. 올두쉬카가 시니어 모델 전문 에이전시로 자리를 잡은 것은 트렌에 따른 수요 외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가 젊음과 나이 듦을 다루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는 계속해서 젊음을 선으로 보고 나이 듦은 악인 것처럼 묘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젊음을 추구하고 그것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사상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올두쉬카는 나이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고, 나이 듦도 아름답다는 자연의 과정을 받아들이게 노력하며, 시니어 모델을 세상에 적극 알리고 있습니다.

올두쉬카(OLDUSHKA) 시니어 모델
calvertjournal.com/articles/show/6943

모델과 같이 명확히 하고 싶은 직업이 없을 수도 있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니어들이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거나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한 수업도 있습니다. 미국 비영리 단체인 시니어플래닛(senior planet)에서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알고, 창업아이디어가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스타트업 코스를 개설했습니다. 원래는 시니어를 위한 정보화 교육을 담당하는 단체였으나, 시니어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이 코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니어들은 웬만한 청년창업 준비하듯 스타트업에 필요한 수업을 듣고, 서로 토론을 하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사업을 조금씩 구체화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수업 이후 창업을 한 사람과 수업을 듣는 수강생 간의 상호작용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시니어는 다른 시니어의 멘토가 되어 또 다른 스타트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수강생이 응원하고 팁을 공유하면, 새로운 시니어 사업가가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을까요?

시니어플래닛(senior planet) 뉴욕 지점
seniorplanet.org/locations/new-york-city/
시니어플래닛(senior planet) 수강생
seniorplanet.org/news/2018/05/11/senior-planet-hosts-entrepreneurs/

시니어는 곧 우리의 미래

시니어가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서, 또 그들에게 다채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니어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니어 입장에서는 그들의 경험과 커리어가 그저 꼰대라는 단어로 깡그리 무시되지 않도록, 유연한 사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합니다. 기업에서는 시니어를 현대 사회에 육체 노동을 위한 대체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시니어의 능력을 적극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사례들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또 다른 기회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니어들을 위한 직업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시니어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습니다. 울른의 공동창업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 할머니들이 대도시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다고 합니다. 울두쉬카는 현대 사회에서 ‘올드(old)’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는 언뜻 보기에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가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여러 집단이 서로를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곤 합니다. 독특한 시니어의 직업을 소개했지만, 우리가 이 사례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시니어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 모두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은퇴 이후의 삶은 더 길어질 것입니다.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시니어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니어의 직업,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현재의 시니어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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