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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인스턴트] 혼자 살 수 없으니까요, ‘지속가능함 2.0’

얼마 전 우리는 지구의 날을 맞았습니다. 매년 지구의 날이 되면 여러 브랜드에서 마케팅으로, 홍보 수단으로 오프라인 이벤트 등을 많이 개최했었으나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많은 브랜드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보다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물건들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지속가능한 Product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Product 자체가 지속가능한, Sustainable Product 1.0

그간 우리가 생각했던 지속가능한 제품이란 이런 것이었죠.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물건,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르실거라 생각합니다.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수영복, ‘Aerie’

미국 의류 브랜드 American Eagle Outfitters(AEO)의 란제리 브랜드 Aerie에서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수영복 라인, Real Good Swim을 내놓았습니다. 이 수영복은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원료로 제작된 Repreve라는 패브릭으로 만들어졌습니다. AEO는 다른 브랜드 라인에서 역시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주 타겟인 젊은층이 최근 지속가능한 소비에 큰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AEO는 단순히 제품을 지속가능하게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40% 가량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제공하는데 있어 그야말로 모범적인 브랜드 활동을 보이고 있죠.

Aerie, www.ae.com
재활용 가능하도록, 재사용 가능하도록, ‘Taco Bell’

타코벨 역시 2018년부터 상당히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식기구와 종이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콩고기로 만든 메뉴를 권유하기도 하죠. 타코벨의 다음 목표는 2025년까지 패키지를 재활용 가능하도록(Recyclable), 비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Compostable), 재사용 가능하도록(Reusable)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 타코벨에는 새로운 버젼의 미래지향적 패키지를 만드는 팀이 따로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함에 대한 목표를 높게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죠.

Taco Bell, www.tacobell.com

Aerie 그리고 Taco Bell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지속가능함에 대한 목표 달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지속가능함에 접근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이들을 Sustainalble Product 2.0으로 소개합니다.

지속가능함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Sustainable Product 2.0

지속가능함에 대한 가이드를 만듭니다, ‘Nike’

점점 많은 브랜드가 환경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쩌면 지속가능함이란 것은 개별 브랜드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이키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이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주로 나이키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파타고니아, Outerknown, For Days와 같이 기존에도 환경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자신들만의 솔루션을 개척한 브랜드의 사례들도 함께 녹아져 있습니다. 이 가이드는 ’10 Principles of Circular Design’ 이라는 이름으로, 텍스트북의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각각의 원칙과 이 원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 계속해서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을 던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 가이드가 의미있는 점은 바로 개별 브랜드의 캠페인이 아닌, 글로벌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규범과 표준을 만드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나이키는 지속가능함을 개별 브랜드가 풀어야 할 과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들은 지금보다는 큰 관점과 구조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와 회사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믿으며, 지금 그 첫 발을 떼는 중입니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www.nikecirculardesign.com 에 한 번쯤 들어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Nike Principles of Circular Design, www.nikecirculardesign.com
지속가능함에 대한 체계적, 전사적 접근, ‘Nike’, ‘Theory’

나이키는 지속가능함에 대해 전세계적, 범용적인 관점에서 꽤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한 입장은 나이키 안에 Sustainability Team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이 조직에는 디자인부터 제조과정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미션이 주어져 있고,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Theory 또한 Head of Sustainability and Raw Materials라는 직책을 부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제 각 브랜드는 지속가능함에 대해 시야를 넓혀 접근하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료, 생산자, 협력업체 모두에게 좋은 접근, ‘Theory’, ‘C16’

제품을 생산할 때 필요한 모든 과정에서 지속가능함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Theory는 Theory for Good이라는 이름으로, 울 / 면 / 리넨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지속가능함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여러분이 Theory에서 옷을 구매할 때 Good Wool, Good Cotton, Good Linen이라는 택이 붙어있다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옷을 구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Theory는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생산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고, 생산에 활용되는 동물 복지를 고려하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각 원재료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습니다.

Theory for Good, www.theory.com

미생물에서 팜유를 (마치 맥주처럼) 브루잉하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지속가능함을 제시하는 C16 역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공산품 및 식품에 사용되는 팜유는 자연에서 추출해야 하는데, 그 추출 과정이 자연친화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삼림 벌채나 멸종 위기의 동물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생산되어왔기 때문이죠. C16은 이러한 문제점을 신기술을 통해 깔끔히 해결했는데요. 팜유 자체를 종려나무(Palm Tree)가 아닌 미생물로부터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지속가능함의 새로운 판도를 여는 시작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C16 Biosciences, www.c16bio.com

결국 지속가능함 2.0이란 혼자 살 수 없음에 대한 인정

과거에는 지속가능한 제품이 각 브랜드의 무기처럼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나 제품 기획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는데요. 이러한 지속가능함 1.0과 달리 지속가능함 2.0이란 혼자 살 수, 혼자 할 수 없음에 대한 인정인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함이란 브랜드가 각각 해결해야 하는, 단건으로 접근할 문제점이 아니라 구조적 /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또한 그러한 전환을 위한 실행력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지속가능함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나이키의 사례에서 답을 얻어본다면 지속가능함이란 브랜드를 초월한 무언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로 산업군끼리 협력할 수 있는, 오픈소스의 개념이 적용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의류 제조업이나 식품 산업, 전자제품 제조업 등의 각 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함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모두가 머리를 맞대서 어떻게 좋은 과정을 거쳐 원재료를 공급받고,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속가능한 Product의 종류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Product 안에 식품이 포함된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 중 많은 것들은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양식되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번식되고, 노동착취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함 2.0이 공산품의 제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매일같이 섭취하는 음식에도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아티클 기획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하지만 매우 중요한 한 마디는(last but not least) 바로 지속가능함 1.0, 2.0 그리고 다가올 3.0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과 참여 의사라는 것입니다. TI의 아티클에서조차 이렇게 뻔한 결말이라 실망하셨을 수 있겠지만… 뻔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것이 정말 첫 번째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매일이 지구의 날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하루에 단 한 가지라도 지구를 위해 양보하는 것부터가 지속가능함 2.0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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