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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멀티태스킹족 (aka 자제력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

지난주, TI 기획 회의를 준비하는 본 에디터의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1. 일단 랩탑을 켜서 아티클 기획안을 쓴다. 
  2. 기획안에 집중하려는 찰나 PC 카톡의 단톡방이 울려대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시청하며 실시간 중계 겸 느낌을 나열하는 중. 라이브 방송에 댓글이 올라오듯 카톡이 울리는 것을 보니 부부의 세계가 내심 궁금해진다. 
  3. 휴대폰으로 부부의 세계를 틀고야 만다. 

이제 내 시선이 향해야 할 곳은 세 곳. 기획안, PC 카톡, 부부의 세계 방송 화면.

짧은 시간동안 자제력을 잃어버린 횟수는 두 번.

이번 아티클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자제력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본 아티클에서 자제력을 잃었다라는 뜻은 몰입력,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자제력을 잃었다는 의미로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뜻하지 않은 멀티태스킹, 불필요한 멀티태스킹에 대한 자제력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했던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우리 모두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때와 불필요한 때를 구분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멀티태스킹이 모든 순간에 대한 답은 아니기 때문이죠. (위의 제 사례처럼 말이죠)

선택적 멀티태스킹족을 타겟팅하여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집중 + 휴식의 결합, Miraval Resorts

Miraval Resort에 휴가를 간다면 인증샷을 올리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액티비티 옵션을 제공하여, 여기에 집중하는 동안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스파, DIY 클래스, 운동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리조트의 첫 번째 목표는 편안한 휴식이 아닌 Mindfulness(마음챙김, 또는 명상이라고도 번역합니다)이기 때문이죠. 사실 이들은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무조건 금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공용 공간, 액티비티 공간에서 금지할 뿐이죠. Miraval은 디지털 기기와의 관계를 ’24/7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나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바꿔나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잃었던 선택하고, 집중하는 습관에 대해 되돌아 볼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https://www.miravalresorts.com/miraval-mode/

내가 알던 내 폰이 아냐, Google Experimental Envelope

Envelope은 Google Digital Wellbeing Experiments 의 일환으로 제작된 컨셉 디자인입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 스마트폰의 각종 알람으로 인해 방해받는 사람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되었죠. 사실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Envelope, 즉 정해진 규격으로 제작된 봉투에 휴대폰을 넣으면 다른 기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이 경우 Google의 Pixel 제품을 타겟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봉투에는 번호, call, close 버튼만 있기 때문이죠. 즉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만 가능합니다. Envelope 역시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컨셉이 아닙니다. Miraval Resorts와 같이 스마트폰과의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솔루션으로 제안된 거죠. 글로벌 테크 기업 Google에서 디지털 웰빙을 제안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https://experiments.withgoogle.com/envelope

충격요법 정도는 되어야지, 아이폰 스크린 타임

생각보다 디테일한 데이터로 충격을 주어 유저의 자정 능력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폰 스크린 타임이죠. 아이폰 유저라면 아마 익숙한 서비스일텐데요. 매주 일요일 아침엔 한 주간 사용량을 분석하여 친절하게 알림까지 주고 있죠. 스크린 타임을 한 번이라도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아마 ‘내가 스마트폰 중독자라고?’에 한 번, 얼마나 디테일하게 데이터를 보여주는지에 두 번 놀랄 것입니다. 일일 평균 스크린 타임 뿐만 아니라 어떤 카테고리에서 많이 사용되는지(본 에디터는 생산성에 54분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충격받았습니다..), 화면을 어떤 앱으로 얼마나 많이 깨웠는지, 일 평균 알림은 어떤 앱에서 몇 번이나 받았는지 등을 보여줍니다. 과하다..는 생각이 드신다구요? 그럼 일정 시각에 화면을 셧다운할 수도 있고, 앱 사용에 시간 제한, 커뮤니케이션에 시간 제한을 둘 수도 있습니다. 선택적 멀티태스킹족이라면 스크린 타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멀티태스킹에 대한 자제력을 잃지 않을 수 있겠죠.

이러한 사례를 본다면 자제력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자제력을 잃은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자제력을 되찾고 각종 디바이스와 생산적인, 효율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이죠. 이렇게 원하는 To-Be가 확실하며 노력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이러한 서비스가 계속해서 보이는 이유는 아직도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이겠죠. 여전히 멀티태스킹에 대한 자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많고,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혼자 힘으로는 자제력을 되찾는 데 한계를 느낄 것이고, 또한 그게 무엇이든 지속성을 가져 습관화되길 원할 것입니다. Miraval Resort나 Google의 Envelope은 컨셉이 좋고 독창적이지만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스크린 타임은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혼자 힘으로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겠죠.

앞으로 점점 더 복잡한 사회가 되면 선택적 멀티태스킹족을 위한 제안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혼자 힘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더 지속적인 제안으로 말이죠. 예를 들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스크린 타임이 충격을 주는 것에 성공했지만, 사실 그 충격이 지속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대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리워드를 주는 서비스가 생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책임감을 부여하는건 어떨까요? 내가 자제력을 갖게 되면 나에게도 좋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동이 쌓여서 좋은 일과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어쩌면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저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기술과 디바이스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그만큼 기부되는 마케팅 수단처럼 말이죠. 이쯤되면 미래의 우리는 아마도 Personal Assistant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선택적 멀티태스킹족에게는 멀티태스킹이 아닌 집중력과 자제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Motivation Manager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Too Much인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점점 자제력을 잃지 말아야 할 순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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