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s-serif

Aa

Serif

Aa

Font size

+ -

Line height

+ -
Light
Dark
Sepia

[에이전트 2.0] 어디선가 누구에게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나타난다, 밀착형 에이전트 2.0

부가 서비스에서 온전한 서비스로 발전한 ‘에이전트 2.0’

누군가의 일을 대신해주는 에이전트 서비스는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포터 서비스는 호텔과 백화점 전체 서비스의 ‘일부’로 존재했고, 패션 브랜드의 수선 서비스, 음식점이나 매장의 발렛 서비스도 마찬가지 종류였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가사 도우미 서비스와 같이 개인이 판매하던 노동이 소개 사무소를 통해 서비스화 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서비스에 그칠 뿐, 확장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온전한 서비스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에이전트를 온전한 서비스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아닌 모바일기기의 대중화와 서비스 표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1.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를 따라 서비스가 모바일화 되며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존 전단지나 개인 소개를 통해 닿을 수 있었던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2. 문턱이 낮아지면 경쟁도 치열해집니다. 끝없는 가격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 순간엔 서비스의 질이 승패를 가르기 시작합니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에이전트의 전문성을 표방하는 한편, 업무를 매뉴얼화하여 표준화된 가격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에이전트의 수행 서비스와 결과 역시 측정하기 비교적 쉬워졌습니다.
  3. 서비스가 표준화, 매뉴얼화 되면서 서비스 시작, 과정, 끝이 모바일로 공유되고 구매자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례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가 바로 청소 도우미 서비스입니다. 몇 년 전까지 가사 도우미, 청소 도우미 서비스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불친절한 서비스였습니다. 집 환경이나 원하는 서비스 수준에 맞춰 시간대를 선택하기 힘들고, 요구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에이전트를 기다렸다가 대면하는 일은 필수였습니다. 최소 3~4시간 이용이 기본이고, 에이전트에 따라 결과물도 차이가 심했으며 심지어 가격대도 업체별로 천차만별이었기에 지인을 통해 괜찮은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습니다.

홈 클리닝 스타트업 미소 (https://miso.kr/)

최근 ‘홈 클리닝’을 표방하는 ‘청소연구소’, ‘미소’는 서비스 세분화와 표준화, 그리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구매자에게 공유하며 과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세분화하여 하루 1시간, 2시간 혹은 30분 단위로도 서비스 예약이 가능합니다. 또한 청소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하여 서비스 예약 시에 어떤 방법으로 내 방이 청소될지 미리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엔 ‘해주지 않을까?’ 모호하게 인간적인 서비스로 기대했던 옷 다리미, 냉장고 청소도 별도의 서비스로 존재하여, 선택하면 합당한 가격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됩니다. 낮아진 문턱과 높아진 서비스의 질 그리고 세분화, 체계화된 가격 체계를 통해 맞벌이 가정 외에도 청소하기 싫은 1인 가구, 자취생들까지 사용하는 서비스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에이전트 서비스는 구매자 ‘밀착형’ 서비스라는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에이전트 서비스가 확장되기 쉬운 사회 환경이 더해지면, 지금의 에이전트 2.0 시대가 열립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 ‘할 수 없는 일’이 된다면

주로 어떤 분야가 에이전트 서비스 시장으로 들어오게 될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분야로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내가 하기 싫은 번거로운 일을 중심으로 에이전트 서비스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 에이전트 서비스는 대부분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 대신해줬으면 하는 시장을 노려 생깁니다. 이 구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대중적인 에이전트 서비스는 바로 대중 교통과 배달 대행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술을 마시면 법적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운전을 해주는 대리 운전 서비스가 번창했죠. 마찬가지로 반드시 시간 내 전달되어야 할 물건이 있을 때, 하지만 자리를 비울 순 없을 때를 대신해 배달 대행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의 범주는 비단 회사 일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노동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사 노동에서 역시 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죠. 세탁 서비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세탁소를 이용하는 일이 흔치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엔 가정에서 처리할 수 없는 세탁물이 있거나 세탁물이 너무 많을 때, 즉 처리 ‘할 수 없는’ 세탁물이 생겼을 때 세탁소의 이용이 보편화 되었죠. 최근은 어떨까요?

세탁 스타트업 런드리고 (https://www.laundrygo.com/)

이전까지 ‘할 수 있었던’ 일이 요새 들어선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세탁소의 운영 시간에 방문해 서비스를 의뢰하고, 결과물을 수거하러 방문하거나 받기 위해 특정 시간 대에 집에 있어야하는 일들이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죠.

덕분에 런드리고, 세탁 특공대와 같은 비대면 클리닝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굳이 세탁소에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 없어도 세탁물을 수거해가고 심지어 24시간 내에 깨끗하게 세탁된 옷까지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인 가구, 사회 생활하는 인구가 늘어 감에 따라 세탁소 방문과 위탁을 하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됨에 따라 생겨난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스타카트 (https://www.instacart.com/)

마트 배송, 새벽 배송이 일상화된 국내에선 공감 받기 어려운 일이지만, 해외에선 매일 식사를 위해 장을 봐야하는 일이 하나의 일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 1인 가구에겐 의외로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딱 맞춰 매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받고 싶은 사람에겐 말이죠.

인스타카트Shipt는 이런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나타난 서비스 입니다. 인스타카트, Shipt 앱 내에서 사고 싶은 식료품을 선택해 구매하면, 앱에서는 그 물건들을 구매할 쇼퍼들을 바로 매칭해줍니다. 인스타카트, Shipt에서 고용된 이 쇼퍼들은 구매자가 선택한 식료품을 구매해 시간에 1~3시간 내에 배달해줍니다. 차이점이라면 인스타카트는 자체 상품 없이 월마트, 코스트코 등의 대형 업체부터 지역 마켓과 연계하여 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이고 Shipt는 타겟의 대형 유통망을 이용한다는 점 입니다.

밀착형 에이전트 2.0의 핵심은 신뢰

최근 주목받는 에이전트 서비스들 대다수가 이렇게 일상과 관련된 서비스입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 ‘할 수 없는 일’로 급격하게 변할 때 영향이 큰 쪽이 ‘일상’과 관련된 쪽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것까지 대신해주나?’ 라는 호기심과 ‘이런 것까지 고려 해주 다니!’ 라는 세심함에 더욱 주목을 하게 됩니다.

이는 세심한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들이 전문성을 표방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이 없다면 서비스에 대한 높은 값을 받긴 어렵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진입하기 쉬운, 일상의 일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일수록 가격 경쟁의 위기에 몰릴 확률이 높죠. 전문성이 필요해 진입이 어려울 수록 서비스에 대해 제 값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만큼의 값을 메꿀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세심함, 서비스 수준 보장, 신뢰를 통한 마무리로 말이죠.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쉽게 믿을 수 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상 속에서 이용했던 에이전트 서비스들은 쉽게 밑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선 사례들은 신뢰를 어떤 방식으로 얻어냈을까요? 청소 연구소와 미소는 직원들에 대한 신원 보장과 교육, 그리고 보험 가입을 통해 서비스의 수준과 신뢰를 보장함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세탁 특공대는 세탁물을 배송하기 전, 영상 검수라는 다소 독특한 확인 기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인 인스타 카트, Shipt 역시 물품 구매 시 유의사항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구매자와 쇼퍼 간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거나, 대리인의 각 구매 단계를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시간 내 도착한다는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단순히 대신해주는 것 이상으로 ‘더 잘’ 해주는 것이 에이전트 2.0 시대의 기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더 잘’의 개념은 단순히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와 서비스의 과정이 구매자에게 충분히 공유되는 것이 밀착형 에이전트 2.0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