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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랜선 집사, 랜선 견주에게 새로운 존재감을

당신의 랜선 반려동물은 몇 마리인가요?

필자는 현실적 여건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울 수는 없지만 반려동물, 그 중에서도 강아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좋아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이 비극적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채워주는 건 바로 랜선 반려동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려동물입니다. 랜선 반려동물, 딱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SNS,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누군가의 반려동물을 보고 행복해한다면 아마 그 친구는 여러분의 랜선 반려동물일 것입니다.

랜선 반려동물은 비교적 오래된 개념으로, SNS가 생긴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존재했던 개념으로 보입니다. 무려 10년 전, 2010년대 초반에도 Boo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강아지가 귀여운 모습으로 전세계적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현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큰 사용성을 보이지 않았던 때라 페이스북을 통해 Boo는 팬들을 만났고, 사람들은 Boo와 그의 친구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에 열광했습니다.

원조 랜선 반려동물 Boo

그렇다면 왜 랜선 반려동물, 랜선 집사, 랜선 견주라는 개념이 생겨났을까요? 물론 가장 큰 이유.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든 아니든 다른 사람들이 공유하는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죠.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면 이렇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힐링의 목적 : 반려동물을 보기만 해도 좋다,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느낌이다, 현실에서 잠깐 일탈하는 느낌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서 귀여운 반려동물을 멍때리며 보는 시간이 가장 평화롭다. 각종 자극적인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순한 맛의 훈훈한 컨텐츠를 즐기고 싶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2) 대리만족 : 반려동물을 좋아하여 너무나 키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른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현상이 한 가지 더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반려동물을구경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죠. 아마도 이 흐름에 강형욱의 보듬TV TV에서 방영하는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들이 한 몫 했을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는 없어도 강아지 상식은 만렙이 되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반려동물을 구경하고, 넋놓고 보는 것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언제 키울지도 모르는) 강아지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쌓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랜선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랜선에서 확장하여 굿즈나 이모티콘처럼 상품화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이미 존재 자체로 많은 사랑을 받은 랜선 반려동물은 이모티콘이나 굿즈 등을 통해 자신의 랜선 견주, 랜선 집사, 랜선 주인들과 더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290312779639

작년 5, 서울 양평동 선유도 근처에서 고양이 없는 고양이 축제가 열렸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인근 쇠락한 공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상인들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축제였는데요. 옛날에 해당 지역이괭이산(고양이산)’이라고 불렸던 것에 착안하여 고양이는 없지만 각종 고양이 굿즈, 강좌, 전시 등으로 시공간을 채워 랜선 집사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랜선 견주, 랜선 집사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쩌면 랜선 견주와 랜선 집사를 바꾸어 말한다면 잠재적 반려동물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이들 중에는 분명 나중에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은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데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분명한 순기능이 존재합니다.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지는 않지만 반려동물과함께살아가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또 이러한 관심이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이들과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도 큰 장점일 것입니다.

따라서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간접적으로 헤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반려동물의 권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고충, 기쁨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엿보고 대신 경험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반려동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키우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다리 역할,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됩니다.

이들의 역할을 예로 들자면 이렇습니다. 랜선 너머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 등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한다거나, 반려동물의 권리나 혜택 등의 보장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랜선 너머의 반려동물이 너무나 많이 상품화된다는 것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하죠.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특별한 점이죠.

랜선 견주와 랜선 집사, 랜선 밖 존재감을 부여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랜선 견주와 랜선 집사, 참으로 필요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로 랜선 안에서 관찰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랜선 밖 존재감을 드러내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조금 더 의미있는 역할을 부여해보는 거죠.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이 필요한 곳들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행동권 카라 포스트,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1175334

간단한 예로, 유기견 봉사처럼 좋은 일에 이들을 연계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유기견을 보호하거나 안락사 위기에 있는 반려동물을 보호하고 후원하는 데 이들을 참여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작년 말 동물보호시설인더봄센터건립 시 후원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죠. 현재 유기동물의 경우 일정 기간동안 국가에서 보호 후 안락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흐름을 랜선 견주나 랜선 집사와 함께 바꿔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직접 입양하여 키우기는 어렵지만, 보호시설에 있는 반려동물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랜선으로 소통하고 후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요? 새로운 가정을 찾기 전까지 랜선 집사, 랜선 견주 등의 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을 온라인으로 만나게 해주고, 후원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지금처럼 단순히 컨텐츠를 소비하고, 굿즈를 소비하는 역할이 아닌 공익적으로 세상의 반려동물들에게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도록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이 있는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주인이 없는 반려동물도함께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랜선이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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