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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공간

과거 애완동물이라는 단어에서 이제는 모두 반려동물이라고 할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생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반려를 담아, 나와 함께하는 동물을 평생 나와 함께 할 동반자처럼 여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죠. 이러한 인식의 변화 때문일까요. 펫 비즈니스가 의(衣),식(食)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주(住)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좋은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 더 건강한 사료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랑 같이 살아가는 그 동물의 삶이 이전보다 더 나은 형태면 좋겠다는 반려사람들의 생각이 요즘 공간 곳곳에 녹아져 있습니다.

아예 주거환경 자체가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사람’이 사는 공간에 반려동물이 ‘들어와’ 사는 형태였다면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중심에 두고 그들을 위한 집을 만드는 것이죠. 대기업도 이런 분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반포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입찰하면서 펫프렌들리 공간을 제안했습니다. 부재 시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펫 호텔과 펫 놀이공간을 아파트 내에 마련한다는 내용(기사 원문)이죠.

혹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만 입주할 수 있는 반려동물 전용 공동주택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주거 환경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반려견주택연구소에서 선보인 이 오피스텔은 펫 도어와 펫 엘리베이터, 층간 소음을 줄여줄 바닥 방음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한 요소들을 한껏 건물에 담아냈습니다.

반려동물 전용 공동주택
https://www.yna.co.kr/view/AKR20190830148900980

그런데 누가 처음부터 저런 집에 살 수 있나

내 새끼에겐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 그리고 반려사람의 마음일 텐데요. 대부분의 반려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위와 같은 주거공간에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는 공간에 인테리어적 요소로라도 최대한 반려동물에 맞게 우리의 공간을 변경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나 친환경적인 소재 등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같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죠.

동물과는 거리가 멀 것 같던 삼화 페인트가 어느 날 펫 페어에 나타났습니다. “페인트 회사가 왜 펫 페어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만 보면 동물과 같이 사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건강일 것입니다. 사람을 위해 지어진 집의 바닥은 일반적으로 반려동물들에게 너무나 미끄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끄러운 바닥재로 인해 강아지가 달리다가 관절염에 시달리기도 하고 허리디스크에 걸리기도 합니다. 삼화 페인트에서는 이러한 반려동물들을 위해 미끄럼 방지 파우더인 ‘슬립 스톱’을 출시하여 반려동물이 뛰어놀기 좋은 바닥재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의 시각에도 초점을 맞추어, 펫이 좋아하는 컬러 등을 활용한 펫테리어를 마련하기도 했죠. 작은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에게는 그 작은 디테일이 아주 큰 차이일 것입니다.

삼화페인트 허영희 상무 인터뷰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00301010000337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쉐어링가구도 많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나 ‘캣터널’을 선보였던 문승지 디자이너는 청와대에서 찾는 디자이너가 됐을 정도로 ‘같이 살아가는 가치’를 가구에 충분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건축가 하오 루안(Ruan Hao)는 숨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낸 CATable을 통해 고양이와 사람이 같이 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가구를 선보이기도 했죠. 페인트, 바닥재, 가구를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둘러보면 더 펫 프렌들리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가령 케이블을 매일같이 씹는 고양이들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곤 하는데, 이를 방지해 줄 테이프 같은 것들도 아이디어 상품으로 내볼 수 있겠죠. 나의 반려동물님의 라이프를 살펴보고 그분들이 불편해하는 사소한 지점에서 힌트를 얻어 비즈니스로 확장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구디자이너 문승지의 'Cat Tunnel'
문승지 디자이너의 Cat Tunnel
중국 건축가 Ruan Hao의 'CATable'
Ruan Hao – CATable

진짜 펫프렌들리란

펫프렌들리 라이프란 사람이 사는 집에 동물이 공존하는 ‘거주’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우리 같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입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대두됨에 따라 집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24시간의 반 이상을 머무는 일터에 펫과 함께 출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펫프렌들리 오피스가 그 예시이죠. 공유오피스 위워크에서는 대부분의 지점에 ‘펫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있어 배변패드, 배변봉투 등 필요한 용품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펫 브랜드 베럴즈(BETTERS)와 함께 협업하여 펫프렌들리 오피스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위워크X베럴즈, 펫-프렌들리 오피스 캠페인 진행 – 비마이펫 라이프
위워크x베럴즈

반려사람은 여행을 갈 때 반려동물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품게 됩니다. 같이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펫시터에게 맡기거나,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 집에 잠시 들러 밥을 챙겨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죠. 그러나 그렇게 떠난 여행이 마음 편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 숙박 서비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애견민박 멍집은 애초부터 반려견과 함께하는 스테이로 기획되어 반려견을 배려한 디테일이 사소한 곳에 묻어납니다. 반려견을 위한 샤워공간, 타일 마감 등과 더불어 공간 내 외부에서 보호자와 반려견이 언제나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창문을 설계한 것까지 의도했습니다.


집, 인테리어, 그리고 일상의 공간까지. 펫산업이 6조 원에 이르를 정도로 이 분야가 뜨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일상 속에 반려동물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펫과 관련된 비즈니스들이 최근의 뜬다고 하는 브랜드 공간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많은 브랜드에서 바이럴을 위한 공간을 만들곤 했습니다. 너도나도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혹은 팝업 스토어)을 만들고 SNS에 업로드하는 행위를 유도했죠. 분명 효과는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아주 좋은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순히 반짝 트렌드만 따라간 독특한 컨셉은 무의미합니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치와 공간에 연결성이 없다면, 이는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날 수 있습니다.

펫프렌들리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에서는 반려동물을 비즈니스로만 접근하여, 사업자의 관점에서 내가 원래 하고 있던 사업에 펫을 더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간은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을 뿐 공급자보다 더 반려동물에게 진심인 소비자들에게 쉽게 외면당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위한 공간이 나와야 합니다.  호텔 카푸치노의 반려견 투숙 서비스는 룸 서비스, 장난감 선정, 메뉴 기획 등 여러 분야에서 각각의 반려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세심하게 기획됐다고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펫비즈니스들은 사람의 입장에서 기획되고, 이에는 반려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설계가 더 들어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서비스는 펫서비스이지만 우리의 타겟은 결국 사람이기에 타겟 집중적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적어도 진심으로 반려동물을 위하고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각계의 전문가들을 통해 반려동물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보려는 시도라도 필요합니다. 그게 진정한 펫프렌들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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